GM대우의 위기는 GM에서 비롯됐다. 물론 대우가 GM을 새 주인으로 맞아 기사회생한 점도 맞다. GM으로 인해 회생했고, 이제 GM 때문에 큰 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GM의 자회사인 만큼 GM대우는 지금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 문제의 한 가운데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GM이 결정적인 순간 GM대우를 매각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GM대우는 GM의 여러 브랜드들 중 가장 경쟁력 있는 자회사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소형차 생산기지여서다. 캐딜락, 시보레, 사브, 홀덴, 오펠 등과 비교할 때 GM대우의 경쟁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반면 GM계열로 편입된 지는 가장 역사가 짧다. 바로 이런 점들이 GM입장에서는 다시 매각하기에도 부담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무엇보다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브랜드라는 점에서 GM대우의 매각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이 있다.

당장의 급한 문제는 아니지만 미국에서 GM에 대한 구제방안이 늦어질수록 한국의 GM대우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게 된다. 유동성 문제에서 그렇다. GM대우 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연말 기준으로 약 1조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GM으로 수출한 자동차에 대한 결제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GM대우도 유동성 위기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GM의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의 GM대우가 매물로 나올 위험성도 상존한다.

GM대우 내부적인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제품 라인업과 품질 문제는 그중 가장 큰 문제다. 대형차에 베리타스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호주의 GM홀덴으로부터 들여오는 모델로 국내 시장에서 판매량은 점유율을 따지기 민망할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12월 한 달간 21대를 팔았을 정도다. 마티즈와 젠트라, 라세티, 토스카로 이어지는 라인업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나마 이들 차종이 경쟁모델보다 앞서는 경우는 없다. 1등 모델이 없는 것. 마티즈가 경차 시장을 독식하고 있었지만 경차 기준이 배기량 1리터로 커지면서 모닝에 선두를 내주고 말았다. GM대우는 올해 마티즈 후속 모델로 경차 시장 선두를 되찾는 다는 전략이지만 현재로선 시장 1위 모델이 없는 메이커다. 라세티 프리미어가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는 있지만 경쟁 모델인 아반떼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GM대우로서는 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떻게 내수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내수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보다 GM 판매망을 통한 안정적인 해외 수출에 안주하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임기를 채운 뒤 본국이나 제3국으로 떠나야하는 외국인 경영진들이 실적관리 위주로 경영하고 있어 내수시장에 승부수를 띄우는 적극적인 R&D나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새로 출시한 라세티 프리미어에 일부 정보가 영어로 표기될만큼 내수시장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 이런 자세로는 내수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가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이 부분에서는 외국인 경영진이나 직원들에 대한 문제도 함께 지적해야 한다. GM에서 GM대우로 파견돼 근무중인 외국인 직원들은 대략 300명에 이른다. 임금을 포함해 이들에 대한 직간접 비용만 일인당 평균 30만달러 정도로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어간다고 GM대우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GM 본사는 찬바람 부는 시베리아 벌판이지만 GM대우는 외국인 임직원들에게 상대적으로 따뜻한 아랫목이라는 지적도 있다.

내수시장을 본격적으로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판매 네트워크 문제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 현재 대우자동차판매가 GM대우차를 독점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경쟁체제로 만들거나, 최소한 직판 조직을 갖춰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딜러간 경쟁이든 직판과 딜러간 경쟁이든 대우자판 독점 판매 구조를 벗어나야 GM대우차의 점유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