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묻지마 인사’가 다시 화제입니다. 지난 12월, 주요 핵심 보직 인사를 한 지 불과 한달도 채 안된 시점에 다시 뜬금없는 인사를 단행한 것입니다. 양승석 글로비스 사장을 현대차 국내 및 해외영업담당 사장으로, 국내외 영업담당이었던 이광선 사장은 글로비스 사장으로 임명하고 서병기 부회장과 최재국 부회장을 고문으로 위촉했습니다.


이번 인사의 압권은 최재국 부회장입니다. 지난 11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국내 및 해외 영업 총괄과 기획실까지 담당했던 최 부회장이 돌연 고문으로 물러앉은 것입니다. 이광선 사장 역시 승진 한 달 만에 다시 계열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말이 바로 여기에 해당할 것입니다. 그룹의 사장 부회장 등 최고위직에 새 사람을 임명한 지 불과 한 두 달 만에 새 인사를 단행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현대기아차에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 타당한 인사의 기준과 원칙, 시스템은 없습니다. 이번 인사 역시 업무 실적에 따른 인사도, 위기 타개를 위한 비상 인사도 아닙니다. 누구도 알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정 회장의 의중만 있을 뿐이지요. 현대기아차의 인사 키워드는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사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짐작은 합니다만 이 역시 왜 그런지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떠난 사람은 그렇다치고 새로 임명된 사람들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서 버틸 수 있을까요. 새 자리에 앉은 임원이 차분히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다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 장난같은 어이없는 인사가 이번 한 번이 아니고 수시로 일어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몽구 회장의 인사 스타일이 한국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 이미지를 한순간에 깎아내리고 있습니다. 현대차를 웃음거리로 전락시키는 일을 다름 아닌 정몽구 회장이 하고 있는 셈이지요. 회사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현대차 최대의 과제중 하나가 정몽구 회장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지요.


누가 이런 회사를 세계 톱 5를 넘보는 수준의 자동차 메이커라 하겠습니까. 창피한 일입니다. 현대기아차의 위상은 국내에서는 압도적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만 그런 위상을 이끌어낸 이 회사의 임직원들의 위상은 ‘파리 목숨’에 불과합니다. 진심으로 그들에게 연민의 정을 느낍니다. 참 안됐습니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이들이 파리 목숨 신세가 될지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언제 목이 잘릴지 모르는 사람들이 겉으로는 충성을 다하겠지요. 하지만 공정치 못한 인사는 말썽을 부릅니다. 반드시. 정몽구 회장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입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