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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과 경제성 겸비한 미쓰비시의 4번 타자 랜서

미쓰비시가 랜서를한국에 출시했다. 미쓰비시 한국진출 이후 네 번째로 출시되는 모델이다. 많은 사람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으며 한국 시장에 진입한 미쓰비시였지만 지금까지의 성적은 기대 이하다. 언급하기 민망할 정도다.

이제 미쓰비시가 회심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바로 랜서다. 랜서 에볼루션의 기본 모델이기도 한 랜서는 73년 처음 출시됐다. 지금까지 9차례의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다듬어진 모델이다. 랜서에볼루션과 함께 개발된 모델이기도 하다.

랜서는 미쓰비시의 국내 판매 법인인 MMSK의 철저한 반성을 거쳐 출시됐다. 가격이 이를 말한다. 2980만원. 무릎 에어백, 스마트 키, 선루프 등의 옵션을 다 장착한 가격이다. 미쓰비시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이 굳어지기 전에 랜서를 앞세워 진화에 나선 것이다. 랜서가 먼저 출시되고 나머지 모델들이 차례로 출시됐다면 지금보다는 상황이 나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분명한 것은 랜서가 성공하지 못하면 미쓰비시의 입지는 크게 좁아질 것이란 사실이다. 4번타자에 운명을 거는 야구팀처럼 미쓰비시는 네 번째 모델 랜서에 사운을 걸고 집중하고 있다.

랜서는 란에보와 같은 유전자를 지녔다. 디자인부터 강한 캐릭터를 가졌다. 주둥이를 칼로 반듯하게 잘라낸듯한 프런트 마스크는 매우 인상적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제트기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다는 설명이다. 강한 선과 볼륨감있는 면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며 이 차의 형상을 만들고 있다. 치켜뜬 눈처럼 사각형 안에 배치한 둥근 램프는 헤드램와 리어램프가 비슷한 모양이다. 앞과 뒤가 다른 듯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옆에서 차를 보면 앞이 얇고 뒤가 두껍다. A필러의 경사를 많이 줘 바람의 저항을 최대한 피하게 했다. 대시보드 앞 공간이 넓은 것도 A 필러의 경사 때문이다. 차체에 비해 커보이는 18인치 휠이 휠 아치를 가득 채우고 있다. 타이어를 보면 차의 성능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215/45 R 18 사이즈의 던롭타이어다. 큰 타이어가 주는 강한 이미지를 이 차는 간직하고 있다.

전투기 조종석처럼 만들었다는 인테리어는 단순명쾌했다. 센터 페시아가 그랬다. 수 많은 버튼들의 집합소인 센터페시아를 이처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다. 오디오와 공조장치 버튼들이 정확하게 있을 곳에 자리잡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대시보드를 이루는 소재도 촉감과 질감이 좋다. 은색과 적색으로 구분돼 표시되는 계기판도 간결하게 정보를 전한다. 뒷좌석에 앉아도 무릎이 앞좌석에 닿지 않는다. 작아 보이지만 실내 공간은 좁지 않았다. 시트 가죽은 고급스럽다. 가죽의 느낌이 아주 좋다. 시트는 버킷 시트처럼 몸을 잘 받쳐준다. 코너에서 운전자의 몸을 제대로 지지해줘 결과적으로 차의 성능에도 일조하는 시트다.

눈 내린 뒤의 거리로 랜서를 타고 나섰다. 차가운 바람을 뚫고 달리는 기분은 상쾌했고 미쓰비시 4번 타자 랜서의 발놀림은 경쾌했다. 핸들의 그립감은 최고다. 적당히 굵은 휠이 손에 착 감기는 맛이 깔끔하다. 가죽이 주는 친근한 느낌도 좋았다. 깔끔한 첫인상이다.

2.0 DOHC MIVEC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에 최대토크는 19.8kg.m의 힘을 낸다. 가변밸브타이밍 장치에 알루미늄 재질을 사용한 엔진은 가볍고 효율이 높다. 6단 무단변속기는 반응이 즉각적이다. 시프트 업& 다운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마음에 드는 부분은 확실한 수동 기능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수동기능을 가진 자동변속기가 rpm이 레드존에 이르면 마법이 풀리듯 스스로 변속이 일어나는 현상이 이 차에는 없다. 6,000rpm까지 거침없이 올라간 뒤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변속을 거부한다. 운전자가 변속레버 조작을 통해 허락해야 비로소 변속이 일어난다. 차 스스로 판단해 변속하는 게 아닌 운전자의 뜻에 따르는 진정한 의미의 수동변속이 일어나는 것이다. 운전자의 의견을 존중하는 것 같아 마음에 든다.

1단에서 시속 80km까지 달렸다. 2단으로 시프트업하면 100km/h, 3단에서는 120km/h, 4단에서는 150km/h까지 달린다. 5단과 6단에서는 가속감이 더딘데다 도로 사정도 6,000rpm까지 허락하지 않았다.

다이내믹 세단이라고 했다. 동감이다. 랜서는 잘달렸다. 저속에서부터 탄력을 잃지않고 고속까지 끈기 있게 잘 달린다. 시속 100km에서 rpm은 2,000에 약간 못미친다. 시속 100km일 때 rpm은 2단에서 6,000, 3단 5,000, 4단 4,000, 5단 3,000, 6단 2,000을 가르킨다. 정확하게 1,000rpm씩 차이난다. 수동모드에서는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도 킥다운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용한 편은 아니다. 속도를 조금 올리면 박력 있는 엔진 사운드가 들린다. 고급 가구를 갖춘 응접실의 적막함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차는 피하는 게 낫겠다. 묘지의 침묵보다는 사람 사는 세상의 소음이 훨씬 더 즐거울 수 있다. 즐거운 인생을 신나게 살아가는 이들에겐 적당한 소음이 즐거운 법. 달리는 즐거움에 적당한 소리는 즐길 수 있는 요소다. 소음이 아니라 사운드라는 것이다.

회전반경이 5m로 짧다. 3개 차선을 조금 넘는 정도면 너끈하게 유턴을 한다. 도심을 달릴 때에는 매우 편한 요소다. 회전반경이 짧다는 것은 그만큼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단단했다. 서스펜션과 승차감이 그랬다. 단단하게 차체를 지지하면서 노면 충격을 제대로 걸러주는 서스펜션은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확실하게 단단한 맛을 보여준다. 잔진동은 없다. 랠리를 통해 다져온 미쓰비시의 DNA를 느끼게 해주는 하체다. 스포츠 튜닝을 한 서스펜션이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주행안정성도 돋보이게 해준다. 점차 속도를 올려 시속 180km를 넘나들어도 체감속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란에보에 버금가는 랜서의 코너링은 압권이다. 타이트한 코너를 빠르게 공략해도 차체는 여유 있게 소화해낸다. 미쓰비시 랠리의 기술이 녹아 있음을 코너링에서 비로소 느낄 수 있다. 잘 달리는 스포츠 세단 목록에 올릴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차다.

무엇보다 랜서의 장점은 경제성에 있다. 2980만원이라는 가격에서 시장에 대한 미쓰비시의 의지를 읽는다. 혼다 시빅보다 딱 10만원 싸게 책정한 가격이다. 조금은 도발적이기도 하지만 나쁠 건 없다. 어차피 경쟁을 통해 승자가 갈리는 게 시장이다.

자동차의 세계는 분명하고 냉정해서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게 정석이다. 성능을 추구하면 경제성이 떨어지거나 승차감의 일정수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식이다. 랜서는 성능과 경제성을 두루 갖춘 몇 안되는 차로 꼽을만 하다. 스포츠 세단에 걸맞는 강한 성능에 더해 가격과 연비 등의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것. 쉽지 않은 ‘두 마리 토끼 사냥’을 잘 해낸 셈이다.

시빅과 비교하면 랜서의 강점은 여러가지로 도드라진다. 무릎 에어백을 포함한 7개의 에어백, 18인치 휠, 락포드 오디오, 스마트 키, 패들 시프트 등등의 품목이 다 포함된 가격이니 국산 중형세단도 긴장시킬만한 경쟁력이다.

하나 더. 이 차는 친환경 저공해자동차다. 환경부가 정한 기준을 만족시켜 저공해차 3종으로 인정받은 것. 공영주차장에서의 주차료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는 등 경제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실제적인 혜택은 그리 많지 않겠지만 친환경차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명실상부한 미쓰비시의 4번 타자로 나선 랜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지붕 내장재의 재질과 제작상태는 그리 우수하지 않다. 실내에 앉아 머리 위로 손을 올려 지붕을 눌러보면 허술한 마무리를 알 수 있다. 운전자나 탑승객이 실질적으로 지붕 때문에 불편할 일은 거의 없겠으나 가끔 손이 닿을 때에는 쉽게 드러나는허술함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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