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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호와 정몽구

눈보라 몰아치는 허허 벌판에서 따뜻한 봄 바람을 만난 느낌이었습니다. 대우차판매 이동호 사장의 얘기입니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350억원 상당의 대우차판매 주식 91만주를 사주조합에 무상 제공했다는 것이지요.

우리 시대에 이런 경영자도 있구나하는 감동은 아마 이 기사를 접하는 모든 사람들이 느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아마 ‘진심’을 느꼈을 것입니다. 경제위기를 종업원들과 함께 이겨내겠다는 이 사장의 진심어린 마음 말입니다. 아무 조건 없이 자신이 ‘가진 전부’를 내놓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20여년 동안 번 돈을 모두 내놓았다고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미래에 대한 확신과 종업원들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없다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위기를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고 실제로 그 위기를 이겨내는데 이동호 사장의 행보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임직원들도 훌륭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2월, 1,500여명에 달하는 전임직원들이 회사발전기금 약 70억원을 모았다지요. 더불어 임금총액의 20% 이상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자구노력을 자발적으로 결의했습니다. 종업원들의 희생에 깊이 고뇌한 CEO의 결정이 주식 전부를 내놓게 한 것입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은 말 그대로 자발적인, 그래서 아름다운 일입니다. 이동호 사장과 대우차판매의 모든 임직원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이런 노사에 불신이 자리할 틈은 없겠지요. 짐작컨대, 그리고 바라건데, 대우차판매는 지금 닥치고 있는 여러 어려움을 잘 이겨낼 것입니다.

여기서 현대기아차의 정몽구 회장과 노조를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고려하고 있다지요. 전주공장의 2교대 문제를 빌미삼아 파업에 나설 수순을 밟고 있다 합니다. 불경기로 온 나라가 경기 회복에 안간힘인 이때에 파업을 한다고 합니다.

정 회장의 1조8000억원 사회 환원 약속은 해를 바꿔서도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정회장의 약속은 순수하지 않았습니다. 정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은 횡령사건과 관련한 법원의 선처를 받아내기 위해 억지로 내놓은 약속이라고 저는 봅니다. 정 회장의 약속에서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 약속은 아직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그 돈을 내놓는다해도 정 회장의 영향력이 미치는 재단을 통해 여러 가지 조건과 장치들을 마련해 놓는다면 엄밀한 의미의 사회환원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현대차의 노사를 보고 있으면 노사가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차의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회장과 노조 때문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부디 현대차 노사도 국민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봤으면 합니다. 바라건데 그들에게서 서로를 위하고 사회적 책무를 고민하는 ‘진심’을 느꼈으면 합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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