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빅3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새 대통령 오바마는 빅3가 완전히 무너지는 것을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지지기반이기도 한 자동차산업의 몰락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망하지 않는 것이 망하는 것보다 더 안좋을 수 있습니다. 망하면 청산하고 새출발할 수 있지만 망하지 않고 연명하면 재기하기가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장의 운영자금 몇푼을 얻는다고 회사가 다시 일어서는 것은 아니겠지요.
어쨌든 미국 정부는 자동차 산업에 대한 지원을 결정했고 빅3는 회생의 길을 밟아갈 것으로 보입니다. 2009년 어느 시기에 바닥을 치고 다시 차근차근 회복돼 나가겠지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지금이 바로 기회라고 저는 봅니다. 자신들의 문제점을 철저하게 파악한 뒤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 가겠지요. 회생절차를 제대로 밟아 나간다면 미국의 차 산업은 훨씬 강한 체질로 거듭 날 것입니다. 모든 문제들이 다 드러난 미국의 차 산업의 앞날은 오히려 희망적입니다.
문제는 한국 차 산업입니다. 굳이 한국의 차 산업이라고 애둘러 말할 것 없겠습니다. 현대기아차이지요. GM의 GM대우, 르노의 르노삼성, 상하이자동차의 쌍용 등 나머지 메이커들은 외국자본에 넘어갔으니 한국의 차 산업을 좁혀 말하면 곧 현대기아차를 의미하기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유럽에서 인도에서 거침없이 질주하는 현대기아차가 언제까지나 지금 같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어느 때보다 화려한 시절을 구가하는 지금이 바로 최대의 위기인 것입니다. 오르막의 정점에 서 있는 것 같은 불안감. 바로 현대차를 보면서 드는 느낌입니다.
현대기아차의 문제는 보는 이에 따라서 다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노동조합’의 문제를 지적합니다. 동의합니다. 임금이 높고, 탄력적인 운용이 어렵고 강성이라는 점에서 큰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동시에 이 같은 노조를 만드는데 회사의 책임도 컸다고 봅니다.
또 하나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현대차의 지배구조입니다. 정몽구 회장의 문제이지요. 강력한 오너십을 발휘하며 현대차 그룹을 이끄는 모습이 때로는 위태롭습니다. 즉흥적인 인사를 볼 때면 특히 더 그렇습니다. 현대기아차 같은 글로벌 조직의 모습이라고는 믿기 힘든 행태들이 간혹 보이는 데 그 대부분은 정 회장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소비자들을 향해 있어야할 현대기아맨들의 관심이 정 회장에게로 쏠려 있는 것은 어쩌면 생존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현대차의 일인지배체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합니다.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세워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세계의 소비자들이 ‘현대’하면 떠오르는 강하고 확실한 이미지를 세우는 일이지요. ‘가격경쟁력’은 좋은 말 같지만 자동차 브랜드에게는 경계해야할 이미지입니다. 싸구려라는 말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강한 성능, 우수한 승차감, 감성적인 디자인, 단단한 하체, 조용함, 액티브한 사운드 등등 브랜드 정체성의 소재는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하면 떠오르는 확실한 이미지가 아직은 없습니다. 현대가 ‘장수’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입니다. 자동차는 브랜드입니다.
지금이 오르막의 정점일지, 아니면 계속 성장가도를 질주할지는 이런 문제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긍정적인 부분도 부정적인 부분도 있습니다. 현대가 10년 후 지금 GM의 위기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