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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 이러시면 안됩니다.

조남홍 기아차 사장이 전격 사퇴했다고 합니다. 본인의 사의표명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정몽구 회장이 잘랐다고 봐야 겠지요. 자동차 메이커들 중 올해 가장 탁월한 성적을 낸 곳이 바로 기아차입니다. 연이은 신차출시로 2년 연속 적자에 허덕이던 기아차를 3분기 연속 흑자로 이끈 장본인이 조 사장입니다.최근의 판매 증가량을 봐도 기아차의 선전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기아차를 이끌어 이같은 실적을 낸 조 사장을 아웃시킨건 누가봐도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한 해를 결산하는 시기, 칭찬과 포상을 받아야 할조 사장은 그렇게 기아차를 떠났습니다.


올해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는 부진한 실적을 보인 현대차 영업 책임자들이 승진한 것을 보면 현대기아차의 승진은 실적과는 별 상관이 없어 보입니다.


조 사장의 일은 도저히 예측 불가능한 ‘정몽구식 인사 스타일’의 전형입니다. 합리적으로 설명이 안돼는, 그저 엄지 손가락을 세우며 ‘그분의 뜻’이라는 설명 아닌 설명이 따를 뿐입니다. 고 정주영 선대회장 밑에서 삼촌과의 경쟁, 형제의 난을 거치며 충성심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정 회장의 스타일로 볼 때 조 사장이 뭔가 정회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말이나 행동을 한 것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현대기아차를 위해서도 이런 식의 인사는, 오너가 왕처럼 지배하는 문화는 이제 청산해야 할 때입니다. 기자는 신차발표회에서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인식을 봅니다. 소파를 갖다 놓고 회장을 비롯한 임원과 VIP들이 편안하게 앉아서 ‘관람’하는 곳이 바로 현대기아차의 신차발표회장입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신차 발표회는 없습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참석하는 신차발표회장에는 어김없이 소파가 등장합니다. 제네시스가 그랬고 쏘울이 그랬습니다. 어이없는 일이지만 현대기아차는 아무렇지도 않은가 봅니다. 어쩌면 ‘내가 왕’이고 ‘그분이 왕’ 이라는 최면이 정회장은 물론 현대기아차 구성원 모두에게 자리 잡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사실이 그렇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유치한 의식수준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제는 고쳐질 가능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정몽구 회장에게 “이러시면 안됩니다”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 순간 아웃이니까요. 어쩌면 조 사장이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몽구 회장이 회장직을 물러날 때까지 현대기아차의 유치한 ‘왕 놀이’는 계속 될 것입니다. 그저 옆에서 지켜 볼 밖에요. 앞으로 얼마나 더 이처럼 이해하기 힘든 인사가 계속되고 소파에서 관람하는 신차발표회가 이어질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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