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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로그, 수입과 국산 SUV 경계 유린할 개구장이

닛산이 로그와 무라노를 앞세워 한국 진출을 알렸다. 세단이 아닌 SUV 두 모델을 앞세워 한국에 첫 발을 디딘 것이다.두 차종이 척후병으로 나서 시장 상황을 살핀 뒤 본대는 나중에투입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첫 상대로 로그를 골랐다.사전에 프리 마케팅을 열심히 한 까닭에 두 차에 대해서는 많이 알고 있어서였을까. 신차 발표회장에서 본 로그와 무라노가 낯설지 않았다. 매력적인 가격도 미리 알고 있어서 신차발표의 의미보다는 이제부터 본격 판매에 나선다는 선긋기의 의미가 큰 신차 발표회였다. 로그는 미국 이름이다. 악동, 개구쟁이의 뜻을 담은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듀알리스(Dualis), 유럽에서는 콰시콰이(Qashqai)라는 이름을 쓴다. 일본에선 2.0리터 모델, 미국에선 2.5 엔진 모델로 판매한다. 유럽에선 1.6과 2.0 가솔린, 1.5와 2.0 디젤 엔진 등 다양한 모델이 있다. 그중 한국에 들여온 로그는 2.5 모델로 미국서 팔리는 차종. 한국 닛산은 2WD와 4WD, 4WD 프리미엄 모델로 판매하고 있다. 로그 4WD 프리미엄 모델을 타고 부슬거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시승에 나섰다. SUV에게는 악천후도 좋은 날씨다. 성능 테스트에는 더 좋기 때문이다.

처음 이 차를 볼 때 조금 튄다는 느낌을 받았다. 격자 무늬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중심으로한 앞모습이 너무 강하게 뇌리에 남았기 때문이다. 쇼크는 시간이 해결해 주는 법. 어색하고 튀게만 보이는 앞모습은 한 번, 두 번 보면서 친숙하게 바뀌었다. 멀리서도 확 눈에 띄는 특징적인 앞모습이다.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모습이다. 특히 뒤태가 좋다. 앞 모습이 다소 강해보인다면 뒷모습은 부드럽고 무난하다. 콤팩트 SUV지만 작아보이지 않는다. 빌딩 숲 속에 잘 어울린다. 잘 어울릴 뿐 아니라 빠르고 잽싼 몸놀림으로 그 숲을 누비기에도 좋은 체형이다.

로그는 최저지상고와 시트 포지션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기능적인 면을 키웠다. 지상고는 높였고 시트 포지션은 낮게 만든 것이다. 덕분에 노면의 장애물을 쉽게 넘고, 여성도 편하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차에 타는 탑승객도 낮은 시트에 푹 파묻혀 안락한 느낌을 받는다. 차 실내에 깊이 파묻혀 앉아 있으면 누애고치처럼 안전한 공간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수납공간은 크다. 그리고 여기 저기 숨어 있다. 조수석 글로브 박스는 장바구니를 넣어놔도 좋을 만큼 크다. 트렁크 바닥에도 별도의 수납공간이 있어 지저분한 물건들을 정리하기 좋다. 버려야할 지저분한 물건들을 숨겨놓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주인하기 나름이다.

사륜구동 모델인데도 센터터널이 그리 높지 않아 실내공간 효율성이 높다. 후륜구동이나 사륜구동차들은 뒤차축과 연결하는 드라이브 샤프트 때문에 실내 공간을 좌우로 양분하며 가로지르는 센터 터널이 높게 생긴다. 로그는 센터터널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몸놀림이 날렵했다. 2.5리터 엔진에 168마력, 공차중량은 1610kg이다. 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무게를 나타내는 마력당 무게비는 9.6kg. 콤팩트 SUV로서는 합리적 수준이다. 최대토크는 23.4kg.m/4,400rpm으로 비교적 높은 엔진 회전수에 맞춰져 있다.

가속페달을 밟아 속도를 높여갔다. 카랑카랑한 엔진소리를 뒤쫓아 속도가 올라간다. 엔진 소리는 거칠지만 승차감은 편안했다. 변속충격은 없다. X트로닉 CVT 즉 무단변속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무단 변속기는 부드럽고 동력손실이 없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음에도 소형차 이상에 적용하기 힘들었다. 배기량 2.5리터급 SUV에 무단변속기를 적용했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조금씩 기술이 나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단 변속기에 6단이라고 표기하는 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모순이다. 수동 기능을 겸하는 엑스 트로닉 변속기의 사용 편의상 6단으로 구분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패들 시프트는 시프트 업, 다운이 비교적 정확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반응이 빠른 것. 시속 100km로 달릴 때 rpm은 약 2,000을 맴돈다.

유턴을 할 때 가속페달을 깊이 밟으면 차가 순간 바보가 된듯 구동력이 느려지는 것을 느낀다. 전자식 자세제어장치 (VDC) 때문이다. 네 바퀴의 회전차이를 인식해 가속페달과 상관없이 동력전달을 조절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럴 때에는 가속페달을 밟아도 차는 멈칫거리는 듯한 반응을 보인다. 비교적 일찍 개입하는 편이다.

때마침 비가 내려 노면이 젖어 있었다. 한적한 곳에서 길 가장자리로 차를 몰아 우측 타이어를 도로에서 살짝 벗어나게 한 뒤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좌우의 마찰력이 다른 곳에서 제동력을 테스트해 본 것이다. 차는 순간적으로 휘청하며 비틀리는 듯 하더니 금방 안정된 자세를 되찾으며 속도를 줄였다. VDC와 ABS가 아니었다면 차가 미끄러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도로에서 벗어나 간단한 오프로드에 들어섰다. 노면과 차의 가장 낮은 곳까지의 높이인 최저지상고가 210mm에 달해 어지간한 장애물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최저지상고만 놓고 보면 오프로드 전용으로 만들어진 SUV에 밀릴 게 없다. 빗물에 젖은 비포장 도로에서 차는 순간 순간 미끌거리기는 했지만 구동력을 잃지는 않았다. 강한 성능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SUV의 기본기는 충실하게 갖춘 차다.

로그의 가격은 2,990만원서부터다. 2WD 모델이 2990만원, 4WD 디럭스는 3,460만원, 4WD 프리미엄은 3,590만원이다. 싼타페, 윈스톰, QM5 등 국산 SUV와 견줘도 매력을 느낄만한 가격이다. 그동안 수입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던 혼다 CR-V의 입지를 위협할만한 차라고 판단하는 이유다. 물론 고민을 해야한다. 많은 경쟁차들 중에서 어느 차를 골라야 할지. 치밀하게 따져볼수록 로그의 매력이 더 크게 보인다. 수입과 국산 SUV의 경계를 누비며 두 시장을 유린할 악동인 셈이다.

여기서 자동차 이외의 면을 볼 필요가 있다. 닛산 브랜드의 한국 진출은 다소 복잡한 면이 있다. 닛산, 인피니티, 르노, 르노삼성의 사정이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모두 알고 있듯이 닛산은 일본 2위의 자동차 메이커이지만 주인은 프랑스 르노그룹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한 축에는 한국의 르노삼성도 자리하고 있다. 닛산은 닛산 브랜드 이전에 이미 인피니티를 앞세워 한국 시장 소프트랜딩에 성공했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보면 여러 브랜드가 합종연횡으로 얽히며 협력과 경쟁을 하는 게 하나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한국 시장으로 좁혀보면 조금 다르다. 이 좁은 시장에 같은 편으로 보이는 3개 브랜드가 달려들면 경쟁관계가 될 수밖에 없다. 상호보완 협력관계라고 하지만 그건 립서비스일 뿐이다. 당장 로그와 QM5가 시장에서 부딪히고 있다. 구매 리스트에 두 차를 올려놓고 갈등하는 소비자의 고민은 그대로 닛산과 르노삼성의 고민일 수밖에 없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인테리어는 거칠다. 대시보드에 쓰인 플라스틱이며 핸들의 질감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손으로 만지고 두드려보면 아쉬움을 갖게 된다. 구매 고객 말고 다른 사람들이 즐기는 게 익스테리어라면 차를 산 고객이 늘 마주하고 스킨십을 나누는 부분이 인테리어다.조금 더 질감이 좋은 소재를 사용했으면 좋겠다. 인테리어 각 부분의 마무리도 좀 더 치밀하고 야무졌으면 한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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