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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쿠페 380GT, 거칠고 강한 현대의 루키

제네시스 쿠페로 자동차 마니아들 반응이 뜨겁다. 제대로된 스포츠카 하나 없는 국산차 시장에 그나마 현대차의 쿠페가 이들의 목마름을 달래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스쿠프에서 시작된 현대차의 쿠페는, 티뷰론, 투스카니를 지나 드디어 제네시스 쿠페에 이르렀다.

제네시스 플랫폼으로 만들었다는 제네시스 쿠페는 세단을 베이스로 만든 쿠페라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국산 쿠페와는 다른 면모를 보인다. G37 세단과 G37 쿠페가 있듯이 제네시스와 제네시스 쿠페가 있는 것이다. 제네시스 쿠페는 프리미엄급 대형 세단을 베이스로 만든 고급 쿠페다. 사람들은 ‘젠쿱’이라 부르며 각별한 애정을 보이기도 한다.

내수시장을 지배하며 세계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현대차지만 제대로된 스포츠카, 오픈카는 아직 없다. 종합완성차 메이커라고는 하지만 겨우 세단과 SUV 정도를 만들어내는 것. 제네시스 쿠페의 존재는 그런 면에서 현대차의 라인업을 훨씬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다. 오늘의 시승차는 제네시스 쿠페 380GT다.현대가종합완성차 메이커? 오픈카도 없는데?

쿠페나 오픈카, 정통 스포츠카 등은 많이 팔리는 차가 아니다. 어찌보면 구색갖추기 모델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차들이 중요한 것은 회사의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 메이커의 기술 수준을 보여주고,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모델이어서 내로라 하는 메이커에서는 스포츠카로 분류할 수 있는 이런 모델들에 공을 많이 들인다.

현대차는 아직 부족한게 많다. 내수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해외 시장에서도 잘나가는 브랜드지만 제대로 된 스포츠카가 없다. 제네시스 쿠페는 스포츠 루킹카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기능성을 고려한 4인승 쿠페로 정통 스포츠카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 차를 스포츠카로 인정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없는게 있다. 바로 오픈카다. 쿠페 까지가 현대의 한계로 보면 되겠다.

제네시스 쿠페는 길이 너비 높이가 4630, 1865, 1385mm, 휠베이스는 2820mm다. V6 3.8 람다 엔진의 출력은 최고 303마력에 이른다. 최대토크는 36.8kg.m, 공차중량은 1,564KG에 불과하다. 앞에 225/40R19, 뒤에 245/40R 19 타이어를 장착했다. 제로백 6.5초.

제네시스 쿠페가 과연 뭇 사내들의 심장을 파고들 매력이 있는지 본격적으로 시승해 보자.넓고 낮은 체형, 아름다운 옆선을 간직한 쿠페

와이드 앤 로. 넓고 낮다. 1865mm에 이르는 너비는 다른 대형 세단을 압도한다. 앞에서 보면 제네시스 쿠페는 당당하다. 노면에 달라붙은 듯낮게, 하지만 딱벌어진 어깨가 단단해 보인다. 위압감도 느껴진다. 넓은 차체에 째진 눈처럼 강하게 디자인된 헤드램프, 보닛 면의 굴곡과 살아있는 선, 좁은 그릴 등이 어우러져 이 차의 프런트 마스크를 만든다.

쿠페는 옆에서 볼 때 아름답다. 이 차도 그렇다. A필러에서 루프를 지나 트렁크 라인으로 이어지는 우아한 곡선이 쿠페의 생명. 앞 휀더와 뒷휀더를 잇는 두 개의 라인이 서로 이어지지 않고 두 개의 선으로 교차하게 해 동적인 이미지를 극적을 살리고 있다. C필러와 뒷펜더가 만나는 부분의 굴곡진 면은 매우 매력적이다. 리어램프는 헤드램프와 비슷한 이미지를 전한다. 정형화되지 않은 직선과 곡선, 각이 제각기 어루러진 특이한 형상이다. 컨셉트카에 어울릴 강한 디자인을 그대로 양산차에 적용했다. 과감한 디자인은 쿠페라서 어울린다.

인테리어는 투톤 컬러로 세련된 멋을 풍긴다. 재질은 고급감이 떨어진다. 두르려보면 플라스틱 재질이 딱딱 거리는 소리를 낸다. 스티어링휠은 가죽이 아니고, 고성능 모델임에도 패들시프트는 없다. 로체에도 들어가 있는 패들시프트인데 이 차에는 없다. 아마 마이너 체인지 등의 변화 기회가 있을 때 적용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센터 페시아는 단순하다. 조작하기 좋다. 내비게이션은 없다. 옵션으로 선택하면 된다. 시트는 몸을 잘 받쳐주지만 운전석 전동시트는 앞뒤로만 전동식이다. 등받이는 손으로 레버를 잡아당겨야 한다. 굳이 정확하게 말하자면 반자동 시트인셈이다.

계기판은 좌우로 나뉘는데 가운데 각종 경고등이 들어오는 부분은 유리나 플라스틱으로 가려놓지 않아 손가락이 닿는다. 그나마 주행중에는 경고등 들어오는 넓은 부분에 아무런 정보가 표시되지 않는다. 트립컴퓨터가 표시되는 부분과 자리를 바꾸면 좋겠다.

실내를 어지럽히는 거친 소음들

시동을 걸었다. 다소 거친 엔진 소리는 나름대로 멋이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다듬었으면 좋겠다. 5000rpm 이상에서 소리가 가장 좋게 들린다. 낮은 속도에서 가속을 할 때 들리는 엔진소리는 거칠고 거슬린다.

속도를 높여가면 잡소리가 실내로 많이 파고 든다. 트렁크 쪽에서 모래소리가 올라오기도 한다. 소리가 산만하게 흩어지면서 실내 분위기를 어지럽힌다.

서스펜션은 단단하다. 차체가 넓어 급커브를 빠른속도로 돌면 차가 많이 기울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단단하게 차체를 지탱한다. 단단하지만 역시 거친 면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프리미엄 고성능 세단에서 느끼는 단단함과는 거리가 있다. 5% 정도의 부족함이 시종 일관 아쉬움을 남긴다. 치밀하고 성의있는 마무리가 아쉽다.

처음 핸들을 잡으면 반발력이 크게 느껴진다, 무겁다는 말이다. 저속주행에서도 핸들의 무거움은 느껴진다, 묵직함도 좋지만 조금 더 가벼우면 좋겠다. 스티어링휠의 조향비는 민감하게 세팅됐다. 스티어링휠의 락투락이 2와 4분의 3회전으로 3바퀴를 훌쩍 넘는 다른 세단들과 다르다. 핸들을 조금 움직여도 차의 반응이 크게 나타나는 구조다.

소리는 거칠지만 차체의 자세는 안정됐다. 후륜구동의 안정적인 주행특성을 그대로 간직했다. VDC가 있어 차가 미끌어질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다. 위험 순간에 개입해 동력을 차단하는 등 차의 미끄러짐을 막아 균형을 유지해주기 때문이다.

일반도로에서도 약간의 여유만 있으면 극한의 속도로 끌어올릴 수 있다. 3.8리터 303마력 36.8kg.m의 토크에서 터지는 가속감은 압권이다. 뒷바퀴가 차체를 쭉 밀어주는 느낌이 매우 좋다. 앞뒤 무게가 적당히 나눠져 있어 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의 안정감이 돋보인다. 고속에서 날개를 펴면 순식간에 비상할 것 같다. 대단한 가속감. 거칠지만 충분하다.

급가속을 해도 타이어는 슬립하지 않는다. 구동력을 잘 활용하며 힘있게 밀고 나간다. 일부러 VDC를 끄고 타이어 슬립을 일으키지 않는 한 타이어 비명 소리를 듣기는 힘들다. VDC를 작동시키면 안정적으로 차를 운행할 수 있다.

브렘보 브레이크가 적용됐지만 일상적인 주행영역에서 그 성능을 체감하기는 어렵다. 다만 고속주행에서 급브레이크로 속도를 줄일때 확실한 차이를 느꼈다. 브레이크가 차체를 제대로 콘트롤할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훨씬 예민하고 강한 브레이킹 성능을 보인다. 더불어 안전띠도 확실하게 몸을 잡아 당겼다. 차가 나를 제대로 지켜준다는 느낌이다.

D레인지에서 시속 100km로 달리면 2000rpm을 보인다. 100km/h로 속도를 고정하고 기어단수를 바꾸면 3단에서 4500, 4단 3400, 5단 2500, 6단 2000 rpm을 각각 가르킨다.

시속 50km에서 2단, 90에서 3단, 140에서 4단, 그리고 시속 190km에서 5단으로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수동 모드에서도 레드존에 진입하면 강제 변속이 일어난다.

대체로 거칠다.엔진 소리, 실내로 들어오는 잡소리, 서스펜션 등이 그렇다. 강한 것과 거친 것은 조금 다르다. 강하면서 부드러움을 가진 차에 사람들은 좀 더 큰 매력을 느낀다. 한 차원 높기 때문이다. 강하지만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거칠다. 미국차 같은 느낌이다. 좀더 치밀한 마무리가 아쉽다. 구석구석에서 드러나는 허점이민망할 정도다.

이 차의 정체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제네시스 이름을 달고 쿠페 버전을 만들었지만 투스카니 후속모델 격인 2.0 모델까지 제네시스 이름을 붙여 스스로 정체성의 혼란을 빚고 있다. 2.0과 3.8이라는 엔진 배기량의 차이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제네시스와 투스카니를 적당히 한데 섞어버린무모한 용감함이 너무 위험해 보인다. 제네시스의 고급, 프리미엄 이미지를 포기했다면 모를까. 너무 무모한 라인업 운영이 아닐까 한다. 이 대목에서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의 대사가 갑자기 생각난다.”누구냐 너!” 정체가 아리송한 제네시스 쿠페에 던지는 도발적 질문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선루프는 달지 않는 게 좋다. 머리가 천정에 닿아서다. 키 183cm인 사람이 앉으니 머리가 천정에 닿는다. 순간적으로 노면에서 강한 충격을 받으면 목이 다칠 수도 있겠다. 선루프를 포기하면 조금 더 공간이 생긴다.

윈드실드와 대시보드가 맞닿는 곳에서 삐걱이는 소리가 계속 신경을 거슬린다. 시승차에만 나타나는 제한적 현상일 수 있지만 이런 현상은 운없는 고객들의 차에서도 제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소리가 나는 것도 문제지만 그런 차가 검수를 다 거치고 출고됐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제품 품질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트렁크 안쪽, 윗 부분에는 철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제네시스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마무리다. 다른 프리미엄 수입 쿠페나 스포츠카들과 겨루기에는 많이 부족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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