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도 한국에 왔다. 미쓰비시는 토요타와 닛산, 혼다에 이은 일본 4위 자동차 업체다. 리콜 은폐 사건으로 호된 시련을 겪은, 아직도 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메이커다.

미쓰비시는 한때 현대차의 스승이기도 했다. 미쓰비시가 없었다면 현대차의 신화는 없었다. 포니, 싼타모, 쏘나타, 갤로퍼, 그랜저, 포터 등은 모두 미쓰비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차들이다. 이들을 빼고 현대를 얘기할 수 있을까. 즉, 미쓰비시가 현대차의 뿌리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 옛날, 백제 문화가 일본으로 건너갔던 것처럼 다시 미쓰비시를 통해 일본의 자동차 기술이 한국으로 이전된 것은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세월이 흘러 이제 현대차와 미쓰비시의 위상이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현대차가 우쭐댈 일도, 미쓰비시가 기죽을 일도 아니다. 세월이 또 흐르면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오랜 기다림과 계산 끝에 미쓰비시가 드디어 한국 상륙을 감행했다. 랜서 에볼루션과 아웃랜더를 앞세워서다.아웃랜더는 2.4와 3.0 두 모델이 있는데 국내에서는 최고급 모델인 V6 3.0 모델을 판매한다. 랜서 에볼루션에 이어 아웃랜더를 탔다.

차분한 디자인이 주는 편안함

아웃랜더는 도시형 SUV를 지향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각종 랠리에서 다져온 미쓰비시의 피를 이어받은 모델이라 오프로드에 올라서도 평균 이상의 성능을 보인다. 도심은 물론 거친 오프로드에서도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모델이라 할 수 있다.

단정한 모습이 보는 이를 편안하게 한다. 조금 과장된 디자인인 랜서 에볼루션이 보는 이의 심장을 자극한다면 아웃랜더는 차분하게 진정시킨다. 단정하고 절제된 디자인이라 크롬을 적용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그나마 화려하게 보인다. 세 개의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진 미쓰비시의 로고가 라디에이터 그릴 한가운데 자리했다.

옆모습은 군더더기가 없다. 담백한 모습이다. 선이 복잡하지도, 면이 과장되지도 않았다. 단순하지만 허술하지는 않다. 꽉 짜여진 야무진 모습이다. 잘 맞는 균형이 D 필러에서 조금 어색해진다. 아쉽다. 테일 게이트는 2단으로 접혀 열리고 닫힌다. 르노삼성의 QM5와 같은 형태다. 아랫부분을 열고 걸터앉으면 딱 좋은 자세가 나온다.

스페어타이어는 차 바깥, 아래쪽에 매달아 놨다. 펑크가 났을 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겠다. 보험사 긴급출동을 이용하는 게 빠를지, 아니면 직접 타이어를 교체하는 게 빠를지. 개인적으로는 스페어타이어를 아예 빼놓고 다녀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야무진 마무리는 실내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각 부분이 꽉 짜여져 허술한 틈이 없다. 대시보드와 시트, 도어 트림 등에 적용된 소재의 질감도 좋다. 최고급은 아니지만 값싼 소재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것은 시원한 차창이다. 확 트인 창으로 시원하게 펼쳐진 바깥세상을 바라보며 달리는 기분은 참 괜찮았다.

의외로 얇은 핸들이 첫 만남의 첫 순간을 당혹스럽게 했다. 얇은 핸들이 주는 어색함은 곧 사라졌지만 첫인상으로 박혀 오래 기억될 것 같았다. 아웃랜더 하면 곧바로 생각날 것 같은 얇지만 단단한 스티어링휠이다.

의외의 심장 SOHC 엔진

주차장을 벗어나 신호대기후 출발하는 데 마음이 급했을까. 타이어가 비명을 질러댔다. 의도하지 않은 미끌림이 당혹스러웠다. 시승하는 동안 가끔 타이어 슬립이 일어났다.

V6 3.0 엔진은 24밸브를 가진 SOHC 엔진이다. 캠샤프트 하나로 실린더당 4개의 밸브를 구동시키는 것. 밸브 수만보고 DOHC라고 판단해선 안된다. 최고출력은 220마력/6,250rpm, 최대토크는 28.1kg.m/4,000rpm이다. 220마력이면 부족한 힘은 아니다. 보어x스트로크가 87.6 x 82.9mm로 쇼트 스트로크 방식이다. 쇼트 스트로크 엔진은 고속주행할 때 더 강한 면모를 보인다.

시속 100km에서 1,900rpm을 가르킨다. 6단 자동변속기는 엔진과 궁합이 잘 맞는다. 변속쇼크도 거의 없다. 가솔린 엔진의 정숙함에 변속기의 부드러움이 잘 어우러졌다. 혼잡하지않은 도심, 혹은 쭉 뻗은 고속도로를 80~100km/h로 달리면 매우 편안하다. 조용한데다 오디오도 성능이 좋아 음악 소리가 귀에 착착 감긴다. 음향효과를 조절하면 꽤 입체감 있는 음향이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시승차에는 패들시프트가 적용됐다. 패들시프트는 핸들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핸들 아래에, 핸들과 별도로 고정돼 있다. 따라서 핸들을 돌리면서 패들 시프트를 작동하려할 때 불가능한 공간이 생긴다. 물론 그럴 일은 거의 없다.

D 모드에서도 패들시프트를 작동하면 수동 변속이 이뤄진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고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며 조금 더 거칠게 차를 운전했다. 2단 6,500, 3단 4,200, 4단 3,000, 5단 2,250, 6단 1,900rpm에서 각각 시속 100km를 기록했다. 150km/h를 넘기며 고속으로 갈수록 탄력은 떨어졌다. 시속 200km에 도달했을 때 rpm은 6,250을 마크했다. 이 속도에서도 차는 안정적이었다. 엔진도 약간의 가속을 더 할 여력을 남겨두고 있었다. 킥다운을 하면 rpm은 바로 5,000으로 넘어가며 엔진 소리를 키웠다. 하지만 대체로 조용한 편이다. 고속주행할 때 바람소리가 조금 더 도드라져 엔진 소리는 얌전했다.안정적이고 편했다. 중저속에서는 물론이고, 고속주행에서도 운전자는 불안함을 느낄 일이 거의 없었다. 차가 안정감이 있는 것은 저중심 설계에 힘입은 바 크다. 루프패널에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무게 중심이 그만큼 내려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숨어있는 기능이 하나 더 있는 AWC

미쓰비시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AWC’로 표현된다. AWD와 같은 의미다. 사륜구동방식을 이르는 말이다. 자사의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4×4나 4WD, AWD처럼 누구나 쓰는 말들을 놔두고 굳이 AWC이라 하는 것. 자존심일수도 있고 고집일 수도 있다.

미쓰비시의 AWC는 전자제어식 파트타임 4×4 방식이다. 2WD로 달릴 수 도 있고, 이때에는 앞바퀴가 구동바퀴다. 4WD 모드와 락(LOCK) 모드가 있다. 락모드는 앞뒤 바퀴로 전달되는 동력을 트랜스퍼에서 직결시킨다. 좀 더 거친 길이나 미끄러운 길, 오프로드의 다운힐을 공략할 때 효과적이다. 다른 차들에선 찾기 힘든 기능이 하나 더 숨어있는 AWC다.

처음 만나는 미쓰비시 모델이지만 매우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운전하는 동안 계속 마주하는 인테리어도 그렇고 차의 성능도 낯설거나, 다루기 어렵지 않았다. 늘 대하던 차 같은 편안한 느낌이다.

아웃랜더의 한국 판매 가격은 4,200만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싸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점에 따라서 다를 수 있는 문제지만 어느 정도는 동감한다. 다른 수입 SUV를 보면 폭바겐 티구안이 4170만원, 포드 이스케이프 3.0이 3310만원, 혼다 CR-V 4WD 모델이 3,490만원이다. 아웃랜더와 비교해볼만한 모델들이다.

하지만 아웃랜더는 오히려 국산 SUV와 경쟁해야할지 모른다. 현대자동차나 GM대우자동차와 경쟁한다면 비싼 가격이다. 혼다 CR-V가 크게 인기를 끈 것은 단단한 브랜드 이미지와 겸손한 가격 때문이다. 수입차이면서 수입차 티를 내지 않는 가격에 많은 소비자들이 설득 당한 것이다. 미쓰비시가 새겨 봐야할 대목이 아닐까 한다. 게다가 바닥에 떨어졌던 미쓰비시의 브랜드 이미지가 현대나 혼다, 혹은 GM대우보다 낫다고 볼 수는 없다.

오종훈의 單刀直入타이어가 아쉽다. 타이어가 확실한 구동력을 확보할 때 ASC나 AWC같은 전자식 구동장치들이 정확하게 작동한다. 아웃랜더의 타이어는 가끔 과한 동력이 전달될 때 슬립이 일어났다. 트랙션 컨트롤과 ASC 등 주행안정장치 등이 있어 슬립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타이어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헛도는 경우는 간간이 생겼다. 결국 AWC의 성능을 보다 확실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타이어를 좀 더 보완할 필요가 있겠다. 오프로드에서 이런 필요성은 더 커진다. 확실한 구동력을 타이어가 갉아먹는 것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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