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경주차에는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장착된다. 브리지스톤은 F1 공식 타이어 업체로 2010년까지 F1 경기에 포텐자 타이어를 단독 공급한다. 미쉐린, 굿이어 등과의 치열한 경합 끝에 따낸 지위다. F1용 타이어를 개발하고 실전에 적용하는 모든 과정을 지휘하는 하마시마 히로히데 씨가 한국을 찾았다. 그의 입을 통해 모터스포츠의 최고봉이라는 F1과 타이어의 세계를 들여다 봤다.
F1 경주차의 성능을 그는 이렇게 말한다. “F1 머신의 성능은 불과 4초만에 시속 200km까지 가속했다가 정지할 수 있다. 가속시에는 1.7G, 브레이킹시에는 최대 4G의 힘을 받는다. 일반인이라면 눈이 튀어 나올 정도의 힘이다.” “F1머신은 또, 반경 130m의 원을 시속 260km로 돌아나갈 수 있다. 일반인이 이 속도로 달리면 마치 원심분리기에 들어간 것과 같아서 얼마 지나지 않아 한쪽 눈이 뻘겋게 충혈 될 것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지상태에서 F1 머신의 무게는 약 600kg 정도로 포르쉐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시속 300km 상태에서는 다운포스의 영향으로 같은 조건의 포르쉐보다 1.5배나 더 무거워진다. 이를 견뎌야 하는 게 F1 타이어의 운명이다.
브리지스톤의 F1 역사는 97년부터다. F1에 들어가 세 번째 경기에 시상대에 올랐다. 이후 굿이어와 미쉘린 등 경쟁사들을 차례로 눌러 99-2000년, 그리고 2008년~2010년간 독점적 공급자의 지위에 올랐다. 최고의 타이어로 인정받은 것이다.
F1 경기에 참여한 이후 회사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유럽각국에서 회사의 지명도가 급상승했다. 프랑스의 예를 들면 F1 참여전인 96년 5%에 불과했던 지명도가 F1에 참여한 97년에 15%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같은 추세는 유럽 주요국에서 마찬가지였다. 전세계 시장에서의 시장 점유율 역시 F1 참여 이후 상승했다.” F1에서의 좋은 성적이 시장에서 열매를 맺은 것이다.
마이클 슈마허는 매 경기가 끝나면 타이어에 대한 평가를 하고 어떨 때에는 “이런 타이어를 만들어 달라”고 구체적인 주문을 하기도 했다. 슈마허의 주문이 떨어지면 유럽에서 일본에 있는 공장과 연구소엔 비상이 걸린다. 다음 경기가 열리는 2주 남짓의 짧은 시간 안에 새 타이어를 만들어 공급해야 했던 것. 이를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해야 하는 워크홀릭, 즉 일 중독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 같은 순발력 있는 대응이 밑바탕이 돼서 슈마허는 좋은 성적을 계속해서 거둘 수 있었다.
컴파운드를 이용한 타이어의 접지력 개선, 트레드를 응용한 빗길에서의 배수성능 확보 등 경기용 타이어가 갖춰야 하는 성능에 대해서도 그는 자세한 설명을 이어갔다. 사소한 질문에도 성의를 다해 답하는 자세는 사소한 것 하나도 놓지지 않고 전달하려는 마음을 그대로 담고 있었다. 바로 엔지니어의 자세였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