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성이다. 전반기에는 고유가로, 후반기에는 본격적인 불경기로 시장은 호된 난리를 치르고 있다. 자동차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고유가와 고환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와중에 아우디가 A3를 내놨다. 아우디에서 가장 작은 급의 모델이다. 불경기에 소형차는 제대로 된 궁합이다. A3 같은 소형차 수입은 한국의 수입차 시장이 점차 외연을 확대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일부 잘사는 부유층만의 전유물에서 월급받아 살아가는 사람들도 넘볼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대단할 거 없는’ 상품으로 수입차가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A3는 소형차지만 그래도 고급임을 내세우고 있다. 프레스티지 해치백, 혹은 프리미엄 컴펙트카 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작지만 싸구려는 아니라는 말이다. ‘아우디’라는 브랜드 값은 하겠다는 말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막 건너온 아우디 A3를 타고 달렸다. 잘 만들어진 소형 해치백의 예쁜 뒤태

해치백이다. 소형차엔 해치백이 어울린다. 잘 만들어진 소형 해치백의 뒤태는 볼 수록 예쁘다. A3가 그렇다. A3는 96년에 데뷔한 모델이다. 2003년에 풀체인지와 지난 5월 페이스 리프트를 거쳤다. 단단하고 야무진 인상이다. 부리부리한 눈에 눈썹을 올린 듯한 헤드램프는 강한 인상을 준다. 리어 램프에서 주로 사용되던 LED 램프가 앞으로 옮겨온 점도 눈에 띈다. 메인 램프는 제논램프지만 보조등으로 LED 램프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올림픽 문양과 비슷한 아우디의 앰블램은 볼 때마다 왜 아우디가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아닌지 장난스런 의문을 갖게 한다.

아우디의 세단 디자인은 모델을 가리지 않고 단정한 편이다. 앞뒤 좌우, 잘맞는 균형에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이 특징. 보수적인 오너들이 이 차를 좋아하는 이유다. 뒷도어는 의외로 작다. 무심코 도어를 열다 크기가 유난히 작아 다시 확인했을 정도다. “아, 작은 차구나” 하는 사실을 뒷문을 열 때 실감했다. 다른 차들과 달리 이 차는 뒤창이 완전히 열린다. 작은 도어지만 기능적이다.

흐트러짐 없이 치밀한 인테리어

인테리어는 치밀했다. 각 부분이 흐트러짐 없이 맞물리고, 꽉 짜였다. 작은 차라고 대충 마무리한 게 아니다. 소형 럭셔리의 모범을 보이고 있다. 단단한 해치백의 이미지가 안팎에서 두루 전해진다.

시트는 몸을 잘 받쳐준다. 허리와 허벅지까지 잘 지지해준다. 몸이 안정되면 차도 안정되는 법이다. 특히 고속주행할 때에 몸이 고정되어 있지 않으면 속도를 마음껏 올리기 쉽지 않다. 시트 등받이 조절 레버가 로터리 방식인 것은 의외다. 한 번에 시트를 누일 수 없고 둥근 손잡이를 열심히 돌려야 시트를 누일 수 있다. 뒷좌석은 센터터널을 중심으로 좌우 바닥을 푹 꺼지게 만들었다. 제한된 조건에서 넓은 공간을 확보하려 애쓴 것이다. 뒷좌석만 보면 후륜구동차로 착각할 정도다. 하지만 이 차는 전륜구동이다. 전륜구동임에도 센터터널이 뒷좌석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게 만든 것은 사륜구동모델과 공유하기 위해서다.

뒷좌석은 매우 쉽게 접을 수 있다. 레버를 잡아당겨 시트를 접으면 끝이다. 헤드레스트를 따로 떼어낼 필요도 없다. 시트를 접으면 적재공간이 최대 1,100리터로 늘어난다. 화물 밴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차에 오르면 탁 트인 느낌이 전해온다. 하늘이 뻥 뚫린 기분. 지붕 대부분이 유리로 덮여 있는 것이다. 천정 유리는 두 조각으로 나뉘는 데 앞은 선루프고 뒤는 그냥 유리다. 하늘이 쏟아져 들어오는 개방감이 마음에 든다.

엔진소리보다 큰 배기음

평상 주행시에는 조용한 편이다. 2,000~2,500rpm 구간에서 엔진 소리보다는 배기음이 조금 더 크게 올라온다. 가속페달을 더 깊게 밟으면 그때 비로소 엔진 사운드가 귀를 두드리기 시작한다. 시속 140km를 넘기면서는 A 필러와 윈드실드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가 꽤 크게 들린다. 뒷부분에서 말아지는 바람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속 180km 까지 속도를 높였다. 엔진소리와 바람소리가 한데 어울리며 속도감이 느껴진다. 소형 세단이지만 아우디답게 잘 달린다.

정지 상태에서 출발하면 변속기는 부지런히 변속해 높은 단수로 올라간다. 출발하면 바로 2단으로 변경하고 3, 4단으로 바로 바로 갈아 탄다. 이때에는 변속이 이뤄지는지 조차 눈치채기 힘들다. 귀를 쫑긋 세워 엔진 소리를 듣거나, rpm 게이지가 흔들리는 것으로 변속시점을 알 수 있을 뿐 변속 충격으로 몸이 변속을 느끼기는 어렵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 킥다운까지 몰고가면 변속시점이 늦춰진다. 50km/h에서 2단으로 변속되고 다시 90, 135, 185에서 각각 3, 4, 5단으로 시프트업된다. D 레인지에서 시속 100km일 때 rpm은 2,400으로 조금 높은 편이다. 시속 100km를 유지하며 수동 모드로 옮기면 3단에서 5,000, 4단에서 3,500, 5단에서 2,800, 6단에서 2,400rpm을 각각 기록한다. 6,000rpm부터 레드존에 진입하고 변속은 7,000rpm에서 이뤄진다.

변속기를 D에서 S 모드에 맞추면 변속시점은 더 늦춰지고 엔진과 차체 반응이 좀 더 예민해진다. 수동 변속기능이 있는데 굳이 S 레인지가 필요할까하는 의문은 남는다. S 모드가 필요하면 수동 모드로 운전하면 될 텐데.

6단으로 아주 편안하게 달리다가 순간적으로 킥다운을 하면 3단으로 바로 변속이 일어난다. 어떨 때는 2단으로도 물렸다. 한 단 아래로 변속되는 게 아니라 달리는 속도에서 허용가능한 가장 낮은 단수로 물리는 것이다.

두 배의 즐거움, 듀얼클러치와 패들 시프트

수동 겸용 6단 자동변속기는 듀얼클러치 방식이다. 클러치가 두 개인 방식으로 1, 3, 5단과 2, 4, 6단을 맡는 클러치가 각각 다르다. 변속시점이 빠르고 연비도 좋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폭스바겐의 DSG 변속기와 같은 방식이다.

패들 시프트도 있다. 핸들을 잡은 채로 변속할 수 있어서 좋다. 손이 작은 사람은 패들 시프트 버튼이 조금 작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어쨌든 빠른 속도로 달릴 때 손이 왔다갔다 하지 않고 핸들을 붙든 채로 변속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운전하는 재미를 위해서도, 안전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서스펜션은 딱딱하지만 노면 충격을 느낄 때에는 살짝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두꺼운 글러브를 낀 권투선수의 펀치와 같은 느낌이다. 같은 주먹이라도 맨주먹 펀치와 K1 글러브 정도의 글러브를 낀 펀치, 좀 더 두꺼운 글러브에서 터지는 펀치는 다르다. A3 서스펜션의 느낌은 후자에 가깝다.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말랑거리는 부드러움이 아니라 딱딱함이 배어있는 부드러움이다.

주행성능은 아쉬울 게 없다. 빠르기도 하거니와 안정된 자세가 소형차답지 않다. 대게 해치백 세단은 고속주행에서 뒷부분이 흔들린다. 공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아서다. A3는 단단한 서스펜션과 18인치 대형 타이어로 그런 약점을 잘 보완하고 있다. 고속에서도 비교적 안정된 자세를 보였다.

A3 2.0 TFSI는 골프 GTI와 같은 엔진을 사용한다. 가솔린 직분사방식에 터보를 더해 효율을 한껏 끌어올린 엔진이다. 계열사면서 같은 엔진에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 두 모델은 어쩔 수 없는 비교 대상이다. 골프 GTI의 명성, 아우디의 브랜드가 각각의 강점이다. 골프 라인업의 하이엔드에 GTI가 서 있다면 A3 TFSI는 A3 라인업중 하나인 정도다. A3에는 국내엔 수입되지 않는 V6 3.2 250마력짜리 엔진을 얹은 모델까지 있다. 17인치 휠을 달면 폭스바겐 GTI(4,220만원)보다 아우디 A3(3,950만원)가 조금 더 싸다. A3는 18인치 휠을 달고 제논라이트, 오픈 스카이(글래스 루프), 6CD 체인저 등을 더해 4,290만원이다. GTI보다 불과 70만원 차이다. 하지만 GTI만큼의 강한 카리스마가 A3엔 없다. 따져보면 우열을 가리기 힘든 비슷한 차다. 그야말로 개인 취향대로 선택할 뿐, 좋고 나쁨으로 가를 수 있는 차가 아니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시트를 누이려면 동그란 레버를 열심히 돌려야 한다. 한 번에 원하는 만큼 조절하는데 익숙한 사람에게는 답답한 일이다. 위급상황시 시트를 한 번에 누일 수 있으면 좋을 때가 있다. 안전을 위해서도 원터치 식으로 바뀌는 게 좋겠다. 사이드브레이크 레버와 운전석 팔걸이가 서로 간섭하는 부분도 아쉽다. 서로 간섭하지 않게 조절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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