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경영을 강조해온 기아자동차가 드디어 쏘울을 출시했다. 디자인을 극도로 강조한 모델이다. 기아 디자인 경영의 결정체라고 해도 좋을만큼 디자인 비중이 큰 모델이다. 기아차의 라인업에 투입된 전혀 새로운 차 한 대가 기아의 분위기를 확 바꿔 놓는 듯 하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디자인이다. 피터슈라이어 부사장을 영입한 본전을 뽑겠다는 생각인듯 디자이너의 상상력이 원없이 펼쳐진 차다. 전통적인 세단이나 SUV의 모습에서 한참 떨어진 전혀 새로운 모습이 만들어졌다. 현대 라비타가 겹친다. 크로스오버를 표방하며 만들었지만 국내에서는 외면당하고, 유럽에서 더 큰 사랑을 받았던 모델이다. 쏘울 출생의 비밀, 현대차가 시작했다?

쏘울은 알고보면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차다. 쏘울 개발에 처음 나선 것은 현대차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현대차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쨌든 쏘울은 현대차에서 먼저 개발을 시작했다. 개발 중간에 정의선 사장에 힘을 몰아준다는 의미로 기아차로 프로젝트가 넘어갔고 오늘의 쏘울이 만들어졌다. 현대-기아의 혼혈인 셈이다.

보디 스타일을 정의하자면 왜건에 가깝다. 크리에이티브가 강한 스타일이 첫눈에 확 잡아당기는 맛이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디자인만 보인다. 슈라이어 라인은 이제 구석구석에 자리를 잡아 기아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가고 있다. 라디에이터 그릴, 보닛, 헤드램프 등등에 슈라이어 라인이 드러나 있다.

용무늬 데칼은 보는 이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기자의 눈에는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산뜻하고 깔끔한 맛을 어지럽히는 군더더기 양념같다고 할까. 선택사양이니 원치 않으면 선택하지 않으면 되겠다.

디자인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 차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요소는 블랙 A필러다. BMW 미니를 따라한 것. 광택이 나는 블랙 A필러는 유리와 구분이 어려워 유리가 실내를 감싸는 듯한 착시를 부른다. 밖에서 볼 때 차의 개방감을 크게 하는요소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D필러, 세로로 세운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 등이 이색적이다. 박스 스타일이기는 하지만 부드러운 구석도 군데 군데 있다. 노골적인 박스 스타일인 닛산 큐브보다는 조금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다. 머리 윗공간은 충분하고 뒷좌석 무릎 공간도 부족하지 않다. 박스형 스타일로 지붕을 구부리지 않아 끝까지 평평하게 만든 덕에 넓은 실내를 만들 수 있었다. 인테리어 재질은 고급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다. 인조가죽 시트, 플래스틱 패널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발광하는 쏘울이 주는 묘한 자극

음악에 맞춰 빨간색 빛을 발하는 스피커, 문을 열면 빨간색 속살이 드러나는 글로브 박스와 센터 페시어 위에 자리한 수납함은 묘한 자극을 준다. 운전자에게 심리적 안정이 아니라 자극을 준다. 발광하는 스피커는 볼륨을 올릴수록 더 확실하게 뽕짝 거리며 발광한다. 한겨울에는 마치 난로를 켜놓은 것같은 착각도 일으키겠다. 추울 때 발광하면 눈으로 만이라도 따스함을 느낄 수 있어 좋겠다.

보닛을 열면 엔진이 낮게 배치된 것을 알 수 있다. 무게 중심을 낮추는 저중심 설계이기도 하지만 보행자 안전을 위해 보닛과 엔진 사이에 충분히 공간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드나들기가 편하다. 문을 열고 엉덩이를 돌려 갖다대면 시트다. 허리를 굽히거나 힘들게 드나들지 않아도 된다.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나왔다. 주차장을 빠져 나오는데 가벼운 스티어링 휠이 경쾌하게 느껴졌다. 낮은 속도에서는 가볍고 높은 속도에서는 적당히 무거워지는 스티어링휠이다. 핸들 반발력이 좋다.

핸들링은 약간의 유격이 느껴진다. 조금 헐겁다고할까. 하지만 그게 이 차에는 맞는 조향성능이다. 저중심설계라고는 하지만 차높이가 높은 편이라 타이트하고 정확한 핸들링을 보이면 차가 피로감을 느낀다. 타이트하고 정확한 핸들링을 기대해서는 안되는 차다. 소비자의 이중심리 극복이 관건

시속 100km에서 2600rpm을 맴돈다. 4단 변속기라 rpm이 조금 높다. 시속 100km를 넘기면서 바람소리와 엔진소리가 서서히 커진다. 시속 140-150km에서는 엔진소리에 바람소리가 더해져 정신이 없다. 톨보이 스타일이라 바람과 싸울 일이 많겠다. 킥다운 상태로 160km까지 속도를 높이자 킥다운이 풀리며서 rpm이 뚝 떨어진다. 170km/h에서 4500rpm을 터치한다. 풀가속을 하면 시속 50, 100km에서 변속이 일어난다.

시속 140km에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시도했다. 살짝 비틀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균형은 유지했다. VDC가 정확하게 작동한다. 차량자세제어장치는 이제 모든 차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디자인을 강조한 차라서 그런지 성능은 디자인보다 한 수 아래인 것 같다. 부족함이 느껴진다. 단적으로 말하면 디자인만 보이는 차다. 쏘울은 1400만원부터 시작해 2000만원을 넘어간다. 준중형 세단 값이다. 이것저것 끼워넣지 말고 심플하게 기본 모델을 택해도 좋을 것 같다.

디자인이 강한 차는 결정적인 순간에 약해지는 면이 있다. 소비자들이 차를 택하는 그 순간, 매우 보수적이 된다는 것이다. 보기에 멋있고 디자인이 눈에 확 띄고, 죽이는 컬러를 가진 차를 볼 때에는 진보적이고 개방적이지만 막상 그 차를 내 차로 택할 때에는 매우 보수적으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이같은 이중심리를 쏘울이 어떻게 극복해 낼지 궁금하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인테리어는 아쉽다. 다소 투박하고 거친 질감이 걸린다. 눈이 많이 높아진 소비자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려면 촉감이나 질감이 조금 더 좋은, 그래서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재질들을 사용하는 게 좋겠다. 변속기는 컨트롤하기가 쉽지 않다. 가속을 하면 소리만 먼저 커지고 잠시 후 차가 힘을 받아 가속페달의 힘을 조금 빼면 덜컹거린다. 엔진 힘을 부드럽고 효율적으로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게다가 수동기능이 안돼는 구형 일자형 변속레버다. 오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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