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린다. 스웨덴어 ‘볼보’의 의미다. 자동차 회사 이름으로는 딱 좋은 이름이다. 달리고 달려 한국에 도착한 ‘올뉴 S80 이그제큐티브’가 지난 6월 국내에 마쳤다. 올뉴 S80 이크제큐티브. 정식 이름이 무척 길다. 앞뒤 사족으로 달린 수식어는 다 빼고 그냥 S80으로 부르기로 한다. 번번이 풀네임을 부르기엔 ‘올 뉴’라느니, ‘이그제큐티브’라는 말들은사실 식상하다. S80 앞에 가끔 따라 붙는 또 다른 수식어가 하나 있다. ‘플레그십 세단‘ 이라는 말이다. 볼보 라인업 최고의 모델이라는 것, 즉 최고의 볼보가 S80 이라는 것이다. S80은 세 종류가 판매중이다. 디젤엔진을 얹은 D5, V6 3.2 엔진, 그리고 V8 AWD 모델이다. 이중 최고 모델, 볼보의 지존 S80 AWD 이그제큐티브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다.

정직한 세단의 모습

볼보의 디자인은 정직하다. 세단은 세단답고, SUV와 왜건은 또 그대로 그 스타일의 전형을 차분히 따른다. S80 역시 마찬가지다. 과장되지 않고 차분한 디자인이 보기 편하다. 나른한 오후, 커피 한잔을 손에 쥐고 마주하면 좋을 차다. 대형세단답게 정적인 분위기다.

모든 차의 아이덴티티는 라디에이터 그릴에서 표현된다. 어떤 차든 이 부분을 보면 그 차의 정체를 알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격자형 무늬 한가운데를 삐딱하게 가로지르는 벨트라인과 볼보의 앰블렘이 눈길을 잡는다. 똑같은 차여도 V8이라는 표기 하나가 더 붙었을 때 풍기는 분위기는 매우 다르다.

뒷모습은 볼보만의 독특함을 간직했다. 리어컴비네이션 램프의 형상이 그렇다. 딱 보면 “볼보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그제큐티브 모델에는 수제작된 시트가 적용됐다. 포근하게 운전자의 몸을 받쳐주는 느낌이 좋다. 짙은 브라운 컬러의 최상급 가죽 질감도 부드럽다. ‘고급’을 지향하고 있음을 요란하지 않게 하지만 확실하게 이 차는 말하고 있다. 정반대의 표현을 하는 부분도 있다. 단도직입에서 언급하겠다.

엔진룸에는 V8 엔진이 가로로 놓였다. 엔진 가로 배치는 볼보의 특기다. 심지어 직렬 5기통엔진조차도 가로로 배치한다. 사륜구동 모델임에도 세로로 배치하지 않고 가로 배치를 고집했다. 엔진을 컴팩트하게 만들지 않으면 불가능한 얘기다.

스티어링 휠은 조금 크다. 약간의 유격도 느껴지고 약 2.9회전을 해야 완전히 돌릴 수 있다. 휠이 커서 그런지 조향비가 큰 편이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대형세단에 어울리는 부드럽고 편안한 조향감각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약한 언더 스티어링 특성을 보이는 조향감이 편안한 승차감을 위해서는 좋다.

쇼트 스토로크 엔진의 돋보이는 고속 주행

도로 위로 올라선 뒤 가속을 시도했다. 제로백 6.5초면 배가량에 비해 빠르다고도 느리다고도 할 수 없는 적절한 수준. 4414cc 315마력의 힘이 2.3톤에 이르는 S80을 거침없이 끌고 나간다. S80 다른 모델들은 롱스트로크 엔진이지만 V8 AWD 모델은 스트로크가 보어 보다 14.5mm가 짧은 쇼트 스트로크 방식이다. 고회전에서 폭발력이 제대로 터지며 달리기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게 이 방식의 특징. 실내에서는 아주 조용하다. 엔진 소리는 잘 들리지 않고 바람소리가 조금 들린다. 일상주행영역인 시속 80km 미만으로 달린다면 차체에 부딪히는 약간의 바람 소리만 들린다. 럭셔리세단 다운 정숙함이다. 같은 엔진 소리를 바깥에서 들으면 정반대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버스 소리가 난다. 같은 차인데 운전석에서 듣는 소리와 실외에서 듣소리가 확연히 차이난다.

D 레인지에서 시속 100km를 유지했다. rpm은 1,900으로 얌전했다. 같은 속도에서 수동모드로 변속하며 rpm의 변화를 살폈다. 2단 6,500, 3단 4,400, 4단 3,200, 5단 2,400, 6단 1,900을 각각 기록했다. 정지상태에서 출발하면 50, 100, 150, 19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강한 파워를 느끼지만 스포츠 세단이라기보다 럭셔리 세단의 면모가 강했다. 수동기능을 택해도 속도가 허용범위를 넘기면 자동으로 변속되어 버리는 점이 그렇다. 가속을 하면 차는 시원하게 속도를 높여 나갔다.

풀타임 사륜구동의 코너링은 인상적이다. 두바퀴굴림 만으로 코너를 돌아나갈 때에는 구동력이 두 바퀴에만 있어 한계속도가 일찍온다. 네바퀴굴림이라면 한계속도가 훨씬 더 높아진다. 그만큼 편안하고 안정적인 코너링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꽤 빠른 속도로 코너를 공략해도 차의 자세가 안정적이었고, 그에 따라 심리적으로도 차를 신뢰할 수 있었다. 사륜구동의 단점이라면 흔히 연비를 꼽는다. 동력전달 경로가 길어져 전달과정에 손실되는 힘도 많고 그만큼 연료도 더 많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S80 AWD의 연비는 7.3km/l 수준. 배기량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부드러운듯 강한 서스펜션

서스펜션은 부드럽다. 서스펜션이 부드럽다는 게 침대처럼 물렁거리는 부드러움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단단한 기준점에서 조금 부드럽게 세팅됐다는 말이다. 그 약간의 차이가 서스펜션의 특성을 결정한다. 장애물을 건널 때에는 때로 강하게 튕기는 반응을 보였다. 패인 곳이나 과속방지턱을 지날 때 강하게 반발하며 차체가 튕기는 듯한 느낌을 몇 차례 받았다. 부드러운듯 강한 서스펜션이다.

시야는 좋다. 사이드미러는 작은 편이지만 운전하는 데 충분한 시야를 확보해준다. BLIS가 있다. 사각지대에 있는 존재를 램프를 깜빡여 알려주는 장치다. 3-4년 전 처음 나온 장치다. 큰 변함없이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운전하는 데 실제로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서는 좀 더 발전해야 한다.

판매가격이 8,600만원이다. 8,000만원대 세단이 찾아보면 그리 많지 않다. 1억으로 올라가거나 혹은 더 아래에서 경쟁한다. 벤츠 E 280 아방가르드, 인피니티 M45, 렉서스 GS 460, 폭스바겐 페이튼 정도가 8,000만원대에 포진한 모델들이다. 이들과 견주어서 볼보 S80이 확실하게 우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어떤 것들일까.

오종훈의 單刀直入볼보 S80이진정한프리미엄 세단인지 의문이다. 지붕 끝선, 윈드실드와 만나는 부분의 마무리와 트렁크 안쪽 윗부분을 보면 진짜 프리미엄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럭셔리’ ‘프리미엄’을 자처하는 차라면 이런 부분들에 대한 마무리를 제대로 해야 한다. 시트는 수제작한다면서 온갖 정성을 기울이지만 눈에 안보이는 이런 부분들을 대충 만든다면 절대 프리미엄급일 수 없다. 게다가 한 브랜드의 플래그십을 자처하는 모델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볼보 S80은 그런 면에서 제대로 된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없다. 지붕 끝선은 제대로 마무리가 안돼 거친 단면이 드러나있고 손가락이 드나들 정도의 공간이 있다. 트랑크 안쪽엔 맨 철판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보는 사람이 민망하다. BLIS도 몇 년째 변함이 없다. 처음 이 장치를 볼 때에는 이게 기초가 돼서 점차 발전시키면 사이드 미러를 없애는 단계까지 갈 수도 있겠구나하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몇 년째 그대로다. 지금 단계의 BLIS로 만족한다면 그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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