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달릴 때 빛나는 차, 포르쉐 911 카레라 S

포르쉐 911을 보고 있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절로 입가에 미소가 스미고 흐믓해진다. 내차도 아닌, 그냥 서 있는 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지는 차다. 우울증 치료제라고해도 좋을 정도다.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엉덩이다. 휠 하우스를 감싸며 불룩 튀어나온 엉덩이를 보고 있으면 괜히 한번 쓰다듬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지붕에서 내려와 휠하우스를 감싼 엉덩이 부분에서 휘어지는 라인은 제대로 된 S 라인을 그린다. 섹시함을 간직한 차, 바로 포르쉐 911이다. 오늘의 시승차는 911중에서도 카레라S 쿠페다. 지난 7월 한국에 출시한 4종의 911중 하나다.

전통을 지키는 개선

프런트 범퍼 아래쪽에 자리한 흡기구가 조금 더 커졌다. 바이제논 헤드램프와 LED 방식의 리어램프는 산뜻한 인상을 전한다. 여전한 모습이지만 어딘가 조금 변한 듯한 인상, 그것이 바로 뉴 911이다. 전통을 지키면서 끊임없이 개선하는 모습이 아름답다.

운전석에 앉으면 복잡한 계기판이 한 눈 가득 들어온다. 한가운데 제일 크게 자리한 것은 속도계가 아니다. rpm 게이지다. 속도계보다 rpm을 보고 운전할 정도의 수준이 돼야 이 차를 운전할 수 있다는 뜻일까.

실내는 온통 빨간색이다. 자동차 실내라기보다 클럽에 가까운 분위기. 마음이 설래고 흥분돼는 이유다. 사실 자동차의 인테리어는 이 차 처럼 조금 더 예쁘고 신경 쓸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익스테리어 디자인이 차의 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부분인 것은 맞지만 운전자가 즐길 수 있는 대상은 못된다. 아름다운 차가 달리는 것을 보는 것은 차 바깥에 있는 사람들일 뿐, 차 주인은 그런 아름대운 자태를 제대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오너이자 운전자가 좀 더 즐겁고 재미있기 위해서는 익스테리어 못지않게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911카레아 S의 빨간 실내는 매우 마음에 든다.

뒷공간 여유가 있어 어지간한 짐을 실을 수 있다. 몸이 들어가 앉으면 꼼짝달싹 못하는 꽉짜인 벤츠 SLK의 공간과 대비된다. 가까운 거리라면 사람이 대충 앉아 갈 수도 있는 공간이다.

포르쉐 다운 시끄러움소음. 당연한 얘기지만 조용하지 않다. 조용함과는 절대 관계없는 차다. 시동을 걸고 공회전 상태에서도 포르쉐 특유의 엔진 소리는 귀에 쏙쏙 들어온다. 가속할 때 도드라지는 하이톤의 가는 엔진 소리는 잊을 수 없다. 엔진 소리가 감성을 자극한다면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은 거슬린다. 특히 시멘트 도로를 달릴 때 늘어나는 소음은 괴로울 정도. 빨리 그 길을 벗어나고파 더 빨리 달리게 된다. 확실한 쇼트 스트로크 방식의 박서 엔진은 고속주행에 딱 맞게 세팅됐다. 소나기 펀치를 퍼붓듯 고속에서 터지는 파워는 1.5톤에 불과한 차체를 거침없이 몰고 나간다. 7,500rpm부터 레드존.

브레이크는 고속에서도 잘 듣는다. 운전자는 차가 밀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브레이크를 밟지만 차는 보란 듯이 고속에서의 속도 변화를 견디며 저속으로 줄였다. 4단 변속기에서 차를 몰아붙이면 시속 200km가 다돼도 변속이 일어나지 않는다. 속도계가 200km/h와의 간격을 점차 좁혀가면 차는 한껏 달라올라 예민해지지만 변속기는 4단을 단단히 물고 놓지 않는다. 200km/h를 넘나드는 고속에서 차는 두 종류로 나뉜다. 차는 더 나가려고 하는데 운전자가 움츠러드는 경우와 운전자는 더 속도를 내고 싶은데 차가 허덕이는 경우다. 포르쉐는 당연히 전자다. 거침없이 속도를 올리고 가속페달에서는 여유가 한참 남아 있지만 잘 달리던 운전자는 계기판을 보는 순간 심리적으로 위축이 되고 만다. D에 변속기를 놓고 시속 100km로 달리면 rpm은 1600 부근을 맴돈다. 수동 변속모드로 바꾸면 2단에서 6,000rpm까지 올라가야 시속 100km가 나온다. 3단 4,400, 4단 3,600, 5단 3,000, 6단 2,400, 7단 1,600rpm에서 각각 시속 100km를 마크한다. 정지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60, 120, 16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일어난다.

빠르고 효율적인 듀얼클러치

이 차에는 7단 자동변속기가 올라갔다. 듀얼클러치 변속기인 PDK 방식이다. 말 그대로 두 개의 클러치가 있다. 하나는 1, 3, 5, 7단과 후진, 또 다른 하나는 2, 4, 6단을 담당한다. 맞물린 기어가 있고 남은 클러치가 다음 변속을 준비하고 있어 빠른 변속이 가능해진다. 출력 변화없이 수백분의 일초 사이에 변속이 이뤄지는 것. 하나의 클러치로 변속할 때보다 빠르고 힘도 세진다. 연비도 좋아짐은 물론이다. 폭스바겐도 듀얼 클러치 방식을 적용하고 있고 현대차도 곧 이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한다. 듀얼 클러치는 세계적인 메커니즘 트렌드다.

시승차에는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면 엔진과 변속기가 예민해진다. 가속 반응이 빨라지고 기어는 더 높은 rpm까지 물고 올라간 뒤 빠른 시간 안에 변속이 이뤄진다. 정지상태에서 스포츠모드를 택하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함께 밟으면 rpm이 6,500에 맞춰진다. 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해제하면 차는 최고의 힘을 내며 튀어 나간다. 이른바 ‘론치 컨트롤’ 기능이다.

직진가속 못지않게 코너에서 이 차의 움직임은 탄성을 자아낸다. 고속도로 인터체인지, 와인팅 코스가 이어지는 지방도로에서 조금 과하게 코너링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며 시도했지만 거듭할수록 차에 대한 신뢰가 더해져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마치 중심점에 와이어를 걸어놓고 돌아나가는 것처럼 차의 회전감은 놀라웠다. 분명히 바깥쪽으로 힘이 작용하며 차의 균형이 쏠리고 있음을 느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반대편에서 차를 잡아주는 듯한 안정감이 운전자를 안심시킨다.

포르쉐 911은 역시 고속에서 빛난다. 저속에서는 불편함이 많다. 앉은 시트도 어딘지 딱딱한 것 같고, 소리도 정신없고, 도로의 작은 충격도 여과없이 전달되는 차체가 편함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하지만 속도를 올리면서 이런 불편함은 차례로 정리가 된다. 빠른 속도에 몰입하면서 몸과 시트가 밀착하게 되고 시끄럽던 소리는 정신을 하나로 집중시키는데 오히려 도움을 준다. 자잘한 노면충격은 몸에 전달되기도 전에 사라져 버린다. 차와 운전자가 오직 달리는 데 몰입하는 순간 포르쉐는 진정한 도로 위의 제왕이 된다. “잘 달린다. 더 이상 뭐가 필요한가.” 포르쉐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우울한 날엔 이 차를 타고 달리고 싶다. 빨간 실내에 몸을 파묻고 차와 하나가 돼서 정신없이 달리고 나면 온 몸에 묻어 있던 우울함이 깨끗하게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오종훈의 單刀直入복잡한 계기판은 조금 단순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한눈에 필요한 정보를 찾아 보기에 계기판은 너무 복잡했다. 다섯 개의 원 안에 들어있는 많은 정보들을 좀더 잘 정리하고 일목요연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크기

길이

mm

4435

너비

mm

1808

높이

1300

휠베이스

2350

트레드

mm

1486

mm

1516

공차중량

kg

1550

엔진

형식

수평대향 6기통

배기량

cc

3800

최고출력

hp/rpm

385/6500

최대토크

kg.m/rpm

42.8/4400

압축비

12.5 : 1

보어

mm

102

스트로크

mm

77.5

변속기

구동방식

후륜구동

형식

PDK 자동 7단

섀시

서스펜션

맥퍼슨 스트럿

멀티링크

타이어

235/35ZR19

295/30ZR19

브레이크

V디스크

V디스크

성능

최고속도

km/h

300

0-100km/h

4.3

연비

km/l

8.3

*0-100km/h는 스포츠 패키지를 장착, 0.2초가 단축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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