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BMW는 고집스러운 브랜드라는 생각을 한다. 누군들 고집이 없으랴만 BMW는 유난하다. 예를 들면 이런 부분이다. 변속레버를 위로 밀면 시프트 다운이 되고 아래로 당기면 시프트 업이 된다. 그렇지 않은 다른 차들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십중팔구 당황하게 만드는 요소다. 남들 다 쓰는 SUV라는 말을 굳이 SAV(스포츠 액티비티 비클)로 바꿔 쓴다. SUV와 SAV의 차이를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은 하지만 딱히 이게 다르다라고 와닿지는 않는다. 다만 “우린 특별하다, 우린 다르다.”라는 의식이 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남들 다 가는 길이라면 우린 안간다는 고집도 읽힌다. ‘무난함의 미덕’을 말하는 이들은 이 회사의 유난함을 거북해하고, 남과 같은 것을 체질적으로 싫어하는 이들은 BMW의 유난스러운 고집에 호감을 갖는다. 그 고집스런 메이커에서 새로 선보인 BMW X6를 만났다.

BMW X6는 SAC다. SAC는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의 약자다. 바로 X6를 정의하는 말이다. SUV 스타일에 쿠페를 접목시켰다는 모델이다.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것은 쌍용 액티언과 흡사하기 때문이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비슷한 모습이다. 비슷할 수밖에 없다. 발상의 전환은 신선하지만 SUV에 쿠페를 적용한다면 누가 디자인해도 크게 다를 수 없을 것이다. 쿠페의 선을 살리려 뒤를 깎아내면 SUV의 앞모습에 쿠페의 뒷모습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통을 지키는데에도 BMW는 고집스럽다. 키드니 그릴은 벌써 수십년간 한결같은 모습을 지켜오고 있다. 원형 헤드램프는 다양한 모양으로 변화해 나갔지만 잘 살펴보면 그 다양한 모양 안에 다시 두 개의 원형 램프가 자리하고 있다. 변화하지만 전통은 버리지 않는 자세를 읽는다.

이 차의 디자인 특징은 옆에서 봐야 제대로 보인다. 쿠페의 선을 볼 수 있어서다. 지붕을 정점으로 뒤로 흐르면서 처지는 쿠페라인은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이다. 루푸라인이 뒤로 주저앉는 느낌을 수평으로 버티는 숄더라인이 상쇄하고 있다. 선들이 다이내믹하다.

인테리어는 격조가 있고 기능적이다. 어수선하지 않고 잘 정돈된 인테리어는 운전자가 편하게 모든 부분을 조작할 수 있게 해준다. 조그셔틀로 대표되는 i드라이브 기능은 시간이 흐를수록 짜임새 있고 쓰기 편하게 진화하고 있다. i 드라이브는 처음엔 어색했지만 이제는 많은 메이커에서 따라하는 부분이다.

리어시트는 둘 다 접을 수 있다. 다 접으면 트렁크 공간을 극대화 할 수 있다. 2인승 밴으로도 변신할 수 있다. 스페어 타이어는 없다. 펑크나도 잘 달리는 런플랫타이어를 채용했기 때문이다. BMW는 이제 런플랫 타이어를 대부분의 차에 적용하고 있다.펑크가 나도 잘 달릴 수 있다는 신기한 타이어다. 물론개선해야 할 점은 있다. 무게도 좀 더 줄이고, 펑크가 난 후에라도 수리해서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런플랫 타이어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다.

엔진룸을 열고 옆에서 보면 엔진이 비교적 낮게 배치됐음을 알 수 있다. 엔진을 낮게 배치하면 무게중심을 낮춰주는 효과 뿐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보행자가 보닛에 부딪힐 때 엔진과 보닛 사이에 완충공간이 넓어 더 안전하다.

시동을 걸었다. 숨소리가 굵다. 디젤 엔진임을 굳이 숨기지 않는 소리다. 기분좋게 굵직한 핸들이 무거운 반발력을 보였다. 쉬워 보이지 않는 존재감, BMW의 아우라가 핸들을 통해 전해진다.

시속 90km를 넘기면서 바람소리는 커진다. 속도를 올리면 엔진 소리와 바람소리가 나란히 늘어나지만 노면소음, 하체 잡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커지는 엔진소리는 심장을 자극해 긴장감을 자아낸다. 쭉 뻗은 길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속도를 높이지만 체감 속도는 그리 높지 않다. 차체가 안정적이어서 고속주행중에도 불안함이 덜하다.

특히 돋보이는 부분은 고속 코너웍. 뒤가 돌아버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소 과한 코너를 시도해도 X6는 끄덕이 없다. 급회전하는 고양이가 이럴까. 타이어가 단단히 노면을 붙들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바로 X 드라이브, 즉 BMW의 사륜구동방식 덕분이다. x드라이브는 앞뒤 구동력 배분을 0대100까지 조절한다. 평상 주행시에 x드라이브는 앞뒤 구동력을 40대 60으로 배분한다. 각 바퀴에 전해지는 구동력의 변화는 계기판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X드라이브와 함께 작동하는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언더스티어링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x드라이브는 뒤쪽 바퀴로 흘러가는 파워를 줄여서 바깥쪽으로 밀게 된다. 그런 후 다이내믹 퍼포먼스 컨트롤이 바깥쪽 뒤바퀴의 동력을 줄여 원심력에 의해 힘은 뒷쪽바퀴의 안쪽으로 쏠리게 되고 이에 따라 적절한 각도가 유지되게 된다.

다이내믹 스태빌리티 컨트롤(DSC), ABS 브레이크, 자동안전주행시스템(Automatic Stability Control), 트레일러 스태빌리티 컨트롤(Trailer Stability Control), 내리막길 주행제어장치(Hill Descent Control), 다이내믹 브레이크 컨트롤, 코너링 브레이크 컨트롤 등 작동하면서 차의 균형을 잡아준다. 운전자가 미처 신경쓰지 못하는 부분을 이런 전자장치들이 세심하게 조절하고 배려하면서 차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X6의 3.0 디젤 엔진은 3세대 커먼레일과 피에조 인젝터 기술이 접목됐다. 3리터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235마력, 토크 53.0kg.m의 힘을 낸다. 연비는 10.5km/l. 엔진은 알루미늄 크랭크케이스를 적용했고 가변 터보차저를 장착했다.

X 시리즈 중에서는 처음으로 핸들에 패들 시프트를 달았다. 앞 유리창에는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자리했다. 따라서 운전자는 이것 저것 조작하고 살필 필요 없이 핸들을 붙들고 앞만 보면서 달려도 된다. 핸들 붙잡은 손으로 패들 시프트를 조작해 변속하고, 헤드업디스플레이에 올라오는 정보를 보며 운전하면 되는 것이다. 목적지를 정하면 헤드업 디스플레이를 통해 차의 진행방향까지 안내해준다. 운전이 서툴고 길눈이 어두운 사람들에게는 특히 도움이 되겠다.

K내비의 지도는 시속 90km를 경계로 자동변환된다. 빨리 달릴 때엔 축척이 커지고 천천히 달리면 더 상세한 지도가 표시된다.

매우 편안하고 안정감있게 달렸다. 시속 80km일 때 1,400rpm을 유지하고 100km/h에서도 1,800rpm에 머문다. S모드를 선택하면 시속 100km에서 2200rpm을 가르킨다. 수동 변속모드로 변환하고 시속 100km일 때 4단에서 3,000rpm, 5단에서 2,200rpm, 6단이면 1,800rpm이다.

부드럽게 가속해 나가지만 거칠게 몰아붙이면 차도 예민해진다. 반응이 빨라지고 힘있는 가속이 이어진다. 속도가 높아져도 가속감이 떨어지는 법이 없다. 고속에서도 제법 날카로운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

X6에는 쿠페의 미모,SUV의 기능과 성능이 두루 녹아 있다. 멋있게 생겼고,잘 달렸다. 공부 잘하는 학생이 운동장에서도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는 듯 하다.BMW X6를팔방미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다.

판매가격 9,390만원.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를 표방하는 만큼 경쟁모델을 지목하기는 쉽지 않다. 수입차 시장에서 독특한 장르를 개척했다고 할 수 있는 모델이다. 넓은 범위에서 SUV라고 한다면 아우디 Q7, 벤츠 ML350, 포르쉐 카이엔, 폭스바겐 투아렉 등을 경쟁차로 꼽을 수 있겠다. BMW는 외면하지만 인피니티 FX가 X6를 경쟁차로 지목하기도 한다. 각각의 매력과 장점이 있는 차들이니만큼 경쟁을 통해 시장 자체의 크기를 키우는 효과를 기대해도 좋겠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사이드미러가 부담스럽다. 큰 사이드미러는 후방 시야를 넓게 해주는 효과도 크지만 고속주행시 공기의 저항을 크게 받는 이유가 된다. 바람소리가 따라서 커진다. 좁은 골목을 빠져 나갈 때도 큰 사이드 미러는 조심스럽다. 뒷부분을 쿠페 스타일로 만들다보니 뒷창이 좁아지면서 후방시야가 따라서 좁아졌다. 아마도 사이드 미러를 크게 만든 이유는 이처럼 좁아진 후방 시야를 보완하기 위해서라고 짐작해 본다. 좁아진 시야를 큰 거울로 보완하는 원시적인 방법 말고 아예 거울을 없애고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뭔가 색다른 방법은 없을까. BMW라면 해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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