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백작을 아시는가. 만화영화 마징가 제트를 보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면 모를 리 없다. 한 몸에 남자와 여자가 모두 있어, 남자이기도하고 여자이기도 한 캐릭터. 오늘은 그런 아수라 백작 같은 차를 소개한다. 바로 푸조 207CC다. 지붕을 열면 컨버터블, 닫으면 쿠페가 되는 차다. 차는 하나인데 두 개의 모습을 가졌다. 마치 아수라 백작처럼 말이다.

레드 앤 블랙의 강렬함레드앤 블랙. 차의 컬러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보디 한가운데를 둘러싼 블랙 라인이 디자인 특징을 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땅콩 같은 차다. 작고 야무지다는 말이다. 4m를 겨우 넘는 짧은 길이에 비하면 옆으로 과하다 싶을 만큼 길게 째진 헤드램프는 도드라져 보인다. 눈만 보이는 얼굴이라고 할까. 그 눈도 동그란 게 아니라 째진 스타일이어서 더 강하게 와 닿는다.

앞뒤 범퍼는 물렁하다. 손으로 누르면 쉽게 눌린다. 복원력이 좋다. 어딘가에 살짝 부딪힌다해도 금방 복원될 것 같다. 살짝 부딪히는 정도면 스크레치야 나겠지만 찌그러지는 일은 없겠다. 지붕을 닫으면 쿠페, 열면 컨버터블이라고 한다. 그래서 CC라는 이니셜을 사용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한다면 하드톱 컨버터블이라고 해야한다. 컨버터블에 하드톱은 이제 대세다. 많은 차들이 하드톱을 적용하고 있다. 지붕을 접어 트렁크에 넣었을 때 은색 커버가 덮어지면서 마무리 된다. 깔끔해 보여 좋다. 지붕을 여닫는 데에는 약 22-23초 가량 걸렸다. 206에 비하면 인테리어 재질은 많이 좋아졌다. 인테리어 곳곳에 사용된 가죽과 플라스틱류도 질감이 좋다.

2인승이지만 시트가 4개 마련됐다. 이른바 2+2시트다. 리어 시트는 시트라기보다 그냥 또 짐 싣는 공간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시트가 4개라고 4명이 타려고 하다간 괜히 마음 상한다. 제원표에 나와 있는대로 그냥 2인승에 만족해야 한다. 전복을 대비한 롤바가 시트 뒤에 노출돼 있어 보기도 좋고 믿음직스럽다. 차가 균형을 잃어 뒤집어져도 탑승객을 보호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는 소임을 하는 롤바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보면 된다. 작은 크기지만 2인승이어서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두 개의 큰 원과 하나이 작은 원으로 구성된 계기판은 시인성이 좋다. 센터페시아에는 제일 위에 내비게이션이 올라갔다. 내비게이션은 그동안 보아왔던 것들과는 또 다르게 참신하고 색다른 분위기다. 내비게이션 모니터 바로 앞에는 향수를 넣어 둘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숨겨져 있다. 대시보드를 열면 컵을 놓을 수 있는 받침대가 그 안에 마련돼 있다. 좁은 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센스가 돋보인다.

변속레버는 손에 딱 잡혀 느낌이 좋다. 레버가 조금 짧았으면 더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수동변속기가 아닌 이상 손이 많이 갈 일은 없다. 아기자기함이 돋보이는 여성적인 차

작고 예쁜 여자 같은 차다. 남성적인 강한 파워보다는 여성적인 아기자기한 모습과 디자인이 이 차의 강점이라는 말이다. ‘힘보다 얼굴’인 셈이다.속도에 비해 소리가 크다. 70-80 달릴 때 시속 100km가 넘어가는 소리가 난다. 적응하고 나면 그려려니 하게 된다. 고성능을 추구하는 차가 아님을 누구나 금방 알게 된다. 이 차의 특징이자 컨셉트다.

차가 작아 운전하기는 무척 편하다. 지붕을 열면 더 편해진다. 시야가 확 트이기 때문이다. 후진주차하기도 좋다. 조금 과하게 차를 몰아도 뒤가 부담이 없다. 토션빔 방식으로 일체형 서스펜션이지만 차가 작아서 충분히 컨트롤할 수 있다. 게다가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면 엔진 출력을 줄여 속도를 낮춰 조향성능을 보완해주는 기능이 있어 좋다.

간혹 변속 쇼크가 느껴진다. 변속이 일어나면서 퉁 하는 쇼크가 전해지는 것이지요. 늘 그런 것이 아니라 가끔 느껴지는 현상이다. 서스펜션은 독일차의 하드함에 비하면 부드러운 편이다. 물렁거리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승차감을 좋게 해주면서 적절한 반발력을 유지해 차를 컨트롤하는데 문제가 없다. 휠 하우스를 꽉채우는 17인치 타이어가 노면을 확실하게 물고 움직인다. 브레이크는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중 하나다. 급제동을 하면 확실하게 차체를 제어하면서 속도를 줄이고, 부드럽게 제동을 하면 기분 좋게 멈춘다. 시속 200km를 넘보며 고속주행을 하는 고성능모델은 아니지만 제동력 만큼은 확실하다.

가속력은 크게 기대 안하는 게 좋겠다. 제로백 타임이 12.6초다. 빠르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주행중에 킥다운을 하면서 급가속을 해면 소리가 가장 먼저 커집니다. 차체가 따라서 움직일 때 까지는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즉각 반응하는 게 아니라 한 템포 쉬고, 때로는 두 박자까지 쉬고나서야 가속이 이뤄집니다. 답답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간혹 있다. 부드럽게 운전해야 하는 차다. 옆 차와 배틀은 피하는 게 좋다. 치열한 가격 경쟁의 한복판

판매가격은 3650만원. 3000만원대 중반에 선택할 차들은 꽤 많이 있다. 혼다 어코드, 크라이슬러 PT 크루저와 세브링 세단, 폭스바겐 뉴비틀과 골프 등등 쟁쟁한 차들과 경쟁해야 하는 가격대다. 206으로 3000만원대 벽을 깼던 푸조가 207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아픔도 있다. 바로 환율이다. 유로화가 오르면서 이 차의 가격도 따라 올라야 했고 그만큼 가격 경쟁력은 약해진 셈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고속주행 안정성이 아쉽다. 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는 불안하다. 운전자가 가장 먼저 이를 알게 된다. 시속 100km까지 안정적으로 달리는 것 같다. 그 속도를 넘기면 차체의 불안이 점차 커진다. 시속 150km를 넘기면 거의 한계속도에 이른 듯한 느낌이 크게 다가온다. 톱을 벗기면 고속주행보다는 시속 80 안팎의 속도로 안정적으로 달리며 오픈 드라이빙의 아기자기함을 즐기는 데 만족해야 할 차다. LED 흉내를 낸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안쓰럽다. 전체적으로 조금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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