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포르쉐 라인업의 막내, 박스터 S

박스터는 포르쉐 라인업의 엔트리 모델이다. 이는 가장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는 포르쉐라는 말이다. 하지만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 포르쉐의 뜨거운 피가 흐르는 정통 로드스터이기 때문이다. 최고급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의 보급형 모델 정도로 이 차를 이해할 수 있다. 박스터는 박서와 로드스터가 합쳐진 말이다. 수평 대향 엔진을 흔히 박서 엔진이라고 한다. 이 차에 들어간 엔진이 바로 박서, 즉 수평대향 엔진이다. 수평대향엔진을 적용한 로드스터라는 의미가 박스터라는 말에 들어있다. 포르쉐하면 제임스딘이 생각난다. 제임스딘이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 탔던 차는 550스파이더였다. 바로 박스터의 조상뻘되는 모델이다. 박스터가 550 스파이더의 계보를 잇는 후속 모델인 것. 오늘 시승할 차는 바로 박스터 S다.

로 앤 와이드. 스포츠카, 혹은 로드스터의 기본 공식을 잘 따르는 체격이다. 높이는 1.3m에도 못미친다. 어른이 서면 배꼽 윗부분에 걸리는 높이다. 너비는 1.8m다. 디자인은 단순하다.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아, 포르쉐!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개구리 왕눈이 같은 헤드램프, 단순하지만 완고한 선. 그리고 컨버터블임을 알려주는 검정 지붕. 지붕을 닫았을 때 루프라인은 완전한 쿠페 형상을 그린다. 멋있다.

타이어는 원래 편평비 40시리즈인 18인치휠이 적용된다. 시승차에는 코리안 옵션이 적용돼 35시리즈 19인치 휠이다. 타이어만 봐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고질병이다.

실내는 둘이 앉는 공간이다. 복잡할 게 없다. 이런 류의 스포츠카에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좁다고 나무랄지도 모른다. 몸에 딱 맞는 공간이다. 시트로 인해 그 느낌은 더했다. 몸을 잘 받쳐줘 일체감을 주는 시트는 차와 운전자가 하나임을 느끼게 해주는 매개체다. 하지만 차에 앉은 채로 자는 건 불가능하다. 앉은 채로 불편한 새우잠을 자야한다. 시트가 누여지지 않아서다. 시동키는 왼쪽에 있다. 시동을 켜면서 동시에 변속기를 조작해 시간을 아끼려는 옛날 레이싱카의 구조에서 그때로 물려받은 것이다. 포르쉐만의 특징이다. 가방 하나 수납할 공간이 실내에는 없다. 앞 뒤에 자리한 트렁크에 넣어야 한다. 불편할 수도 있지만 실내가 지저분할 일이 없어 좋다. 운전석에 앉아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좁은 공간이 있어 책이나 서류 정도를 넣어둘 수 있는 공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

리어 미드십, 리어 드라이브 방식이다. 수평대향 엔진이 뒤쪽 바닥에 깔려 있어 트렁크 공간이 의외로 넓다. 미드십 엔진 차는 코너에서 묘미가 색다르다. 마치 엉덩이 뒷부분에 중심축이 박혀 있고 이를 중심으로 차가 돌아나가는 것처럼 경쾌하고 확실한 코너링을 구사한다. 미드십을 스포츠카의 정석이라고 하는 것은 그만큼 코너링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가속성능은 확실하다. 295마력에 34.7kgm의 토크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가속페달을 꾹 밟으면 차는 거칠게 달려나간다. 가속감 하나만으로도 탑승객들을 놀라게 한다. 속도를 높여가면서 변속이 이뤄질 때, 앞에서 확 채가는 것 같은 느낌도 압권이다.킥다운을 하면 8,000rpm까지 변속 없이 속도가 올라간다. 50km/h에서 2단으로, 100km/h에서 3단으로, 다시 150km/h에서 4단으로 시프트 업이 일어난다. 하지만 일상구간에서는 수동 모드에서도 자동변속이 일어난다. 변속이 안하고 버티면서 높은 rpm을 팽팽하게 물고 늘어지는 맛을 느낄 수는 없다. 수동모드에서 제로백 타임은 5.4초, 자동에서는 6.1초다. 확실한 로드스터임을 말해주는 숫자다. 가속은 빠르지만 그 느낌은 조금 무게감이 있다. 길에 달라붙어 가라앉는 느낌이라고 할까. 하드한 서스펜션이지만 노면의 잔진동은 걸러낸다. 시트를 통해 엉덩이로 전해지는 차의 진동은 기분이 좋다. 길을 읽어내는 게 느껴진다.

잘 달리는 차는 반드시 잘 서야 하는 능력을 함께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잘 달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 박스터 S의 브레이킹은 확실하다. 특히 고속 주행중의 브레이크 성능은 이 차를 믿을 수 있게 해준다.

판매가격 7594만원. 여기에 코리안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은 9000만원을 넘겨 1억에 육박한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수동 기능을 겸하는 팁트로닉이지만 수동 변속은 핸들에 붙어있는 패들시프트로만 가능하다. 변속레버를 조작하는 변속은 불가능하다. 변속레버를 움직이며 짜릿한 손맛을 느끼고 싶지만 아쉽게도 그럴 수 없었다. 더구나 이 차는 스포츠카, 로드스터여서 더 아쉬운 대목이다.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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