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가 올해 르망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디젤 엔진을 앞세워서다. 르망에서 내리 3년을 디젤엔진으로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제 디젤엔진이 대세라는 것. 사실 디젤엔진은 레이싱에 어울리지 않는다. 예전엔 그랬다. 고회전에 약해서다. 게다가 디젤엔진은 시커멓게 뿜어져 나오는 매연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는 처지였다. 디젤엔진의 선두 주자 아우디
하지만 직분사 디젤엔진이 나오고, 커먼레일 방식이 도입되고, 여기에 더해 연료 분사를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는 전자장치들이 더해지면서 디젤엔진은 기가 막힌 반전을 한다. 미운 오리새끼가 백조로 거듭난 것이다. 레이싱 머신에 디젤엔진이 올라가고, 친환경 엔진으로 디젤엔진이 각광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디젤엔진의 제일 앞에 아우디가 있다. 푸조와 폭스바겐을 필두로 벤츠 BMW 등 많은 유럽 메이커들이 디젤엔진을 자랑하지만 그래도 아우디를 제일로 치는 것은 디젤 직분사 엔진을 제일 먼저 만들었기 때문이다.또한, 르망에서의 경기 성적도 이를 뒷받침한다.메이커들이 기를 쓰고 자동차 경주에 나서는 것은 “우리가 이겼다.”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서다. 그 한마디 안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F1에서 페라리가 그랬고, 파리다카에서 푸조, 미쓰비시가 그랬고, 이제 르망에서 아우디가 그랬다.
300cc 45마력 낮추고가격은 1,290만원 내려아우디의 앞선 디젤 기술로 무장한 새모델 A6 2.7 TDI를 시승했다.
아우디가 2.7 TDI를 새로 투입한 것은 지난 4월말. 3.0 TDI 콰트로가 있는데 왜 2.7TDI를 새로 투입했을까. 3.0 TDI 콰트로 모델보다 배기량 300cc, 45마력이 줄어든 대신 가격은 1290만원이 내려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훌륭한 제안이 아닐 수 없다. 약간의 성능 차이는 있지만 외관이 차이나는 것도 아닌데 무려 1,290만원이 싸다. 아우디 코리아가 화끈하게 가격을 낮춘 것이다.
아우디는 심플하다. 아우디는 전통적으로 차분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오버하는 법이 거의 없다. 특히 아우디의 세단은 절제의 미덕을 보여준다. 단순한 디자인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오버하지 않고도, 요란을 떨거나 심하게 과장하지 않아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자신감이 배어있는 디자인이다. 아가리를 쩍 벌린 듯 크게 배치한 라디에이터 그릴이 강해 보이지만 그 외의 부분은 차분함 그 자체다. 헤드램프도, 옆 면도 뒷 모습도 간결한 선과 절제된 면이 A6임을 말하고 있다. 길이는 5m에 육박한다. 폭도 1855mm에 달해 충분한 공간을 확보했다.
차분함은 차 안에서도 고스란히 담겨있다. 거기에 고급스러움이 강하게 자리했다. 익스테리어에서는 차분함 속에 고급스러움은 적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인테리어에서는 고급스러움이 잘 드러나 있다. 야무진 마무리와 꽉 짜여진 각 부분들이 치밀하다. 계기판을 비롯해 실내의 각 버튼들이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것은 때로 부담스럽다. 흰색이나 녹색 등 조금 덜 부담스러운 컬러를 도입하는 게 낫겠다.
4500rpm부터 레드존. 디젤엔진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디젤엔진의 약점이 바로 이 부분이다. 6천, 7천 rpm에 이르는 고회전 영역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강한 토크를 토대로 큰 힘을 낮은 rpm에서 뽑아낼 수 있어 굳이 고회전이 필요없다는 것이 디젤의 강점이기도 하다.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맞물리는 특징이다.
디젤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조용함
운전석에 앉아서 듣는 엔진 소리만으로는 이 차가 디젤엔진이라고 자신있게 단정하기 어렵다. 조용해서다. 낮은 굵은 울림을 듣는 게 아니라, 느끼고 나서야 디젤임을 눈치 챈다. 그만큼 조용하다. 피에조 인젝터 방식을 적용해 소음과 진동도 크게 개선했다. 디젤엔진의 발전을 견인하는 아우디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1,400rpm서부터 38.8kg.m의 최대토크가 터진다. 가속페달을 발을 대면 바로 최대토크가 나온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은 속도에서부터 힘있게 차를 밀어붙이는 힘이 대단했다. 굳이 3.0이 아니어도 충분한 힘이다.
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마력당 무게비는 11kg, 토크당 무게비는 51.0kg이다. 빠른 체격은 아니다. 합리적이고 해야할 수준. 제로백 타임 8.3초면 디젤 세단으로서 무난한 성능이다. 빠르기는 조금 떨어지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가속력은 탄탄했다. 속도를 높여도 굵은 토크가 밀어주는 가속은 좀처럼 탄력을 줄이지 않는다. 최고시속 225km. 원하는 속도를 만끽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바퀴굴림인 프리미엄 세단고속주행중에도 차는 조용했다. 엔진이 워낙 얌전해 차체를 가르는 바람소리가 상대적으로 크게 들리지만 시끄럽다고할 정도는 아니다. 럭셔리 세단의 품위를 잃지 않는 수준.
독일산 프리미엄 세단이지만 이 차의 제원을 살펴보면 앞바퀴굴림 방식이다. 의외였다. 약한 언더스티어링 특성을 보였지만 굴림방식의 차이는 알아채기 힘들었다. 차의 모든 정보를 보여주는 MMI에는 한글이 지원된다. 반가운 일이다. 간단히 기능을 숙지하고 나면 조작하기도 편하다. 다만 내비게이션을 보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추가한 시스템을 이용하기 위해 별도의 리모컨을 이용해야 한다. 불편을 느낄 사람도 있겠다.무단변속기로 수동변속이 가능하다. 무단변속기지만 수동변속의 편의상 7단으로 변속 구분을 했다. 3단 변속비가 1.095로 특이하게 4단부터 오버드라이브 상태가 된다. 연비 효율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차의 연비는 11.8km/l로 평범한 수준이다. 우수하다고도 나쁘다고도 하기 힘든 적정 수준.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욕심은 남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28g/km.
오종훈의 單刀直入프리미엄 세단이지만 뜻밖에도 트렁크 천정은 맨 철판이다. 엔진 소리의 실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엔진룸을 비롯한 앞 부분에는 꽤 신경을 쓴 것 같은데 트렁크는 철판이 노출됐다. 가로x세로 1.8m x 50cm 정도의 철판을 덮지 않는다고 얼마나 비용절감효과가 클지 의문이다. A6가 프리미엄세단이라는데 동의한다면 트렁크의 마감은 실망이다. 야무진 마감처리에 허점도 보였다. 뒷도어 창을 감싸는 주변이 차체와 밀착되지 못하고 살짝 떠있는 부분이 보인다. 바람소리의 원인이 되기도 할 뿐 아니라 보기에도 민망하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