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1리터로 49km를 달렸다고?
폭스바겐 파사트 스포츠 TDI가 서울 청담동에서 인천 영종도까지 75km를 달리는 데 1.5리터 정도의 연료만 사용했다고 한다. 폭스바겐 TDI 연비왕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사람의 기록이다. 폭스바겐측이 계산해 발표한 이 차의 연비는 49.07km/l. 출발지에서 기름을 가득 넣고 도착지에서 기름을 넣어 계산한 연비다. 어느 정도 오차가 생길 수 있는 방법이지만 그래도 49.07km/l라는 연비는 아무리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힘든 연비다. 폭스바겐측은 1위 참가자가 수동변속모드에서 시프트 업을 일찍 해 rpm을 낮게 사용하고 에어컨은 끄고 달렸다고 전했다. 뜨거운 여름철, 에어컨을 끄고 달렸다는 사실도 대단하지만 어쨌든 그런 노력으로 엄청난 연비를 기록한 것도 대단한 일이다. 디젤 냄새만 맡고 달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록이 너무 좋아 믿기지 않을 정도다. 혹시 중간에 남몰래 기름을 더 넣은 것은 아닐까. 하지만 2, 3위도 40km/l 이상의 연비를 보인 것을 보면 그런 의심도 근거가 약해진다. 여럿이 좋은 기록을 낸 것은 그만큼 타탕한 결과임을 말해준다. 연료를 주입한 뒤 봉인까지 했다하니 부정한 방법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도 리터당 49km라는 엄청난 숫자 앞에서 사람들은 어리둥절 할 수밖에 없다. 진짜로 그랬는지 물었다. 폭스바겐코리아 방실부장은 “물론 당연히 진짜”라고 답했다. “TDI엔진과 DSG 시프트의 환상 궁합이 빚어낸 결과”라는 것. 이어지는 방 부장의 설명이다. 폭스바겐 TDI는 펌프인젝션 방식을 적용한 3세대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다. 연료분사압이 다른 차들보다 200~400바 정도 높은 2,050바에 이른다. 연료분사압이 높으면 적은 양의 연료를 미세하게 분사해 완전연소를 이룰 수 있다. 효율이 높아지는 것, 즉 연비가 더 좋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DSG 방식의 변속기가 더해진다. 다이렉트 시프트 기어박스(DSG)는 자동변속기지만 토크 컨버터가 없고 0.02초만에 변속이 이뤄진다. 수동변속기보다 연비가 좋은 이유다. 동력손실을 최소화해 그만큼 연비가 좋아진다.
이처럼 우수한 기계적 장치에 더해 최적의 도로 조건이 좋은 연비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참가자들은 폭스바겐 코리아 본사가 있는 청담동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자마자 바로 88올림픽 도로와 인천공항 고속도로를 이용해 달렸다. 일요일 오전 시간대여서 길이 막힐 일은 없었고, 신호등에 멈출 일도 거의 없었다. 운전자들은 최대한 “살살” 운전했다. 에어컨도 삼가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해 달리는 버스의 뒤에 바짝 붙어 달리기도 했다한다.
기계적으로 우수한 자동차, 도로 환경, 운전자의 경제운전 3박자가 맞아 떨어지면서 공인연비보다 세배나 더 좋은 기적같은 연비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