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현대차, 한국엔 있다. 그러나 경기장엔 없다.

일본차의 기세가 무섭다.수입자동차 판매상황을 보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자동차 경주 현황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국내 자동차 경주는 불과 2~3년 전만 해도 국산차의 독무대였다. 티뷰론, 터뷸런스, 투스카니로 이어지는 현대차가 경기장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자동차 경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새 상위권 클래스는 일본차가 독점하고 있다. 처음 렉서스가 IS200으로 국내 최고 경주인 GT 클래스에서 챔피언에 오른 후 아마추어 경기까지 일본차가 휩쓸기 시작한 것이다.


일본차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하고 또 다양한 튜닝부품이 개발되어 있어 접근이 쉽다. 또한 일본은 다양한 튜닝기술 및 문화가 발달되어 있고 정서적이나 지리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유리하다. 유럽차들은 가격도 높고 튜닝을 했을 경우 투자 대비 효율이 적지만 일본차들은 튜닝을 할 경우 금방 효과를 볼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


일본차에 대한 반응은 실제 판매에서도 확연히 나타나고 있다. 이미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차의 판매율이 40%를 넘어섰다. 내년 말까지 스바루 닛산 토요타 미쓰비시 등이 상륙준비를 하고 있어 수입차 시장에서 60% 이상, 전체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10% 이상을 일본차가 잠식할 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여기에 현대자동차와 현대자동차 노조의 비호감(?)까지 겹쳐 일본차의 인기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현대차 노조는 자동차 외적인 쇠고기 문제로까지 파업에 나서 가장 중요한 소비자인 국민의 지지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80%까지 장악한 현대, 기아자동차가 자동차의 상징인 경기장에서 그 모습을 감춘다면 이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유럽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의 경우 모터스포츠를 통한 기술 개발 및 마케팅이 보편화되어 있어 일본차들이 경기장 점령을 통한 시장 확대를 꾀한다면 막을 방법이 현대엔 없기 때문이다.


과거 오일뱅크와 인디고 등 친현대자동차 레이싱팀들을 내세워 교묘하게 서킷을 점령하면서 국내 모터스포츠를 10년 이상 후퇴시켰다고 비난받아온 현대자동차와 노조가 작금의 위기 상황을 느끼고나 있는지 궁금하다.
이상역 dd@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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