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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엑시지 S의 질주본능

로터스를 만났다. 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로 지난해 7월 한국에 진출한 로터스다. 하지만 한국과는 훨씬 이전에 인연이 있었다. 90년대 중반 로터스는 기아에 엘란을 넘긴다. 로터스 엘란이 그 이후 기아 엘란으로 국내에 팔렸다. 많은 사람들이 엘란을 좋아했다. 리처드 기어와 로버츠 줄리아가 주연한 영화 귀여운 여인에서 리처드 기어가 탔던 차가 바로 엘란이다. 오늘 탈 차는 로터스 엑시지 S다. 로터스의 쿠페형 스포츠카로 시승차는 엑시지 S지만 현재 시판차는 이보다 20마력이 강해진 엑시지 S 240이다.

로터스는 이른바 백야드빌더로 출발한 브랜드다. 가정집 뒷마당 즉 백야드에서 차를 뚝딱 거리며 만들었던 것이다. 이탈리아에 카로체리아가 있다면 영국엔 백야드 빌더가 있는 셈이다. 엘란보다 조금 일찍 쌍용에 팔렸던 칼리스타도 백야드 빌더였던 팬더가 만든 자동차다.

외화내빈. 이 차에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울룩불룩한 근육질을 연상시키는가하면 늘씬한 여자의 S라인을 연상시키는 유선형 디자인이 단번에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 차를 운전하다보면 핸드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만큼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는 것이다. 육감적이고 섹시한 디자인이다. 게다가 부담 없이 작은 사이즈여서 더욱 매력적이다. 영국차지만 어찌보면 일본의 경스포츠카다운 냄새를 풍긴다. 멋있는 익스테리어다.인테리어는 정반대다. 등받이 조절이 안돼는 딱딱한 버킷시트는 최고급이지만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다. 있어야 할 것들만 자리하고 이렇다할 편의장치는 찾기 힘들다. 튼튼한 프레임으로 만들어 기본적인 안전성을 갖췄다고 보여지지만 에어백 조차 생략했다. 달리기에 충실한 가벼운 스포츠카를 만드는것 말고는 모두 생략했다고 봐도 좋은 구성이다. 기본에 충실한, 군더더기 없는, 그래서 언듯보면 초라해보이기까지하는 인테리어다. 룸미러는 아예 없다. 어차피 뒤창이 없고 엔진룸이 가로막고 있어 후방시야는 막힌 셈이니 룸미러가 애시당초 필요가 없는 것이다. 글로브 박스도 따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 그냥 오픈된 수납공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1,117mm에 불과한 높이는 어린이들조차 부담을 느끼지 않을 크기다. 시트 포인트가 낮아서 운전석에서 느끼는 다이내믹함은 매우 과장된다. 하지만 차체가 낮다는 것은 고속주행안정성이 높아지는 요인이 된다. 덩치큰 성인이 그 운전석에 앉으려면 꽤 수고를 해야 한다. 배가 나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가장 큰 불편중 하나다. 하지만 원래 정통 스포츠카는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1796cc에 220마력. 그리 우수할 게 없는 성능이다. 하지만 차 무게가 935kg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마력당무게비가 4.25kg에 불과하다. 슈퍼카에서나 만나볼 수 있는 우수한 무게비다. 바로 이 점이 이 차를 슈퍼카들과 경쟁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초경량 스포츠카인 이유인 것.단적으로 말하면 고성능을 만드는 방법은 두가지다. 엔진 배기량을 높이는 방법과 무게를 극도로 줄이는 것이다. 로터스는 후자에 충실한 브랜드다.

가속감은 대단하다. 2단, 3단 단수를 높여갈수록 차의 속도는 팽팽한 탄력을 유지하며 고개를 쳐든다. 시속 200km를 금방 넘나든다. 200km/h에서 차가 노면을 따라 흔들리는 것을 느끼지만 자신감을 갖고 버티면 차를 컨트롤하는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초보자거나 고속드라이빙 경험이 많지 않은 운전자라면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다.

실내를 꽉 채우는 소리도 대단하다. 운전자를 압도할 만큼이다. 하지만 그 소리에 압도되면 안된다. 소리에 주눅들지말고 짜릿한 속도감을 함께 즐기면 된다. 그럴 때 바로 이 차의 진면목을 즐기는 것이다.rpm은 레드존이 따로 표시돼 있지 않다. 다만 8500rpm에서 퓨얼컷이 이뤄진다. 8500까지 rpm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짜릿하다. 이 차는 그런 차다.

서스펜션은 딱딱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스포츠카 서스펜션의 정수를 보여주는 듯 하다. 서스펜션에 스프링은 생략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딱딱하니다. 차체가 낮아 조금 높은 과속방지턱이 나오면 저절로 긴장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조향성능은 카트를 탄 것처럼 역동적이다. 즉각적인, 일대일에 가까운 듯한 반응은 운전하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다. 파워 스티어링이 아닙니다. 파워 핸들이 아니면 파워 핸드라야 한다. 핸들을 잡은 팔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 코너에서는 앞바퀴굴림과 다른 느낌이 든다. 뒤에서 밀고 들어가는 코너는 순간적으로 언더 스티어링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고 그 순간 차는 제 자리를 잡으며 뉴트럴 특성을 보인다. 시트 포인트가 정중앙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있어 스티어링 조작에 대한 차에의 반응과 몸의 느낌에 미묘한 느낌차이도 예민한 사람이라면 느끼게 된다.

시속 100km 부근에서 prm은 3,000 부근을 맴돈다. 이 차에서 3,000rpm은 저속이다. 1만rpm이 표시된 자체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한다.

노면의 세세한 차이를 몸으로 느끼며 달리다보면 야생마를 탄 느낌이 든다. 안장도 없이 덩치 작은 야생 조랑말을 타고 전력질주하는 아슬아슬함, 다이내믹함, 혹은 즐거움을 이 차에서 느낄 수 있다.

질주본능에 충실한, 꾸밈없는 스포츠카의 오리지널리티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시끄럽다. 고속에서는 엔진룸에서 실내로 파고들어 꽉채우는 소음이 엄청나다. 그 소음과 친해지지 못하면 이 차와 인연을 맺지 말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어야 이 차와 인연을 맺을 수 있다. 조용하기를 바라지 말고 시끄러운 그대로 이 차를 좋아할 수 있어야 ‘행복한 오너’가 될 수 있다. 하나 더, 타고 내리기가 괴로울 만큼 불편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허리를 숙여 운전석에 몸을 구겨 놓는 괴로움은 이 차를 타는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 지불해야하는 댓가다. 차에 타면 내리고 싶지 않다. 달리는 맛도 맛이지만 내리는 괴로움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다.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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