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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차엔 없다. 컨버터블!



안과 밖이 따로 없다. 차 안으로 작열하는 태양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온다. 컨버터블의 매력이다. 오픈카 혹은 카브리올레라고도 부른다. 미국에서는 컨버터블, 유럽에선 카브리올레라는 이름이 주로 쓰인다. 말고 쉽고 듣기 편하게 오픈카라고도 하고, 때로는 여성들의 옷차림에 빗대어 ‘토플리스’카 라는 야릇한 표현도 나온다. 웃옷을 벗어 젖히고 가슴을 드러낸 옷차림같은 차라는 의미다. 이름에서부터 자유분방함이 묻어난다.

사실이 그렇다. 지붕을 열고 달리는 기분은 묘한 매력이 있다. 중독성이 있다. 가끔 벗고 달리는(?) 맛에 빠지면 좀 처럼 헤어나기 힘들 정도다.
검정색 4도어 세단이 보수적인 이미지를 갖는다면 원색이 컨버터블은 그 대척점에 서는 진보적 자동차다.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 안과 밖이 구분 없이 달리는 맛에 충실한 차다. 지붕을 열고 달리면 상대적으로 낮은 속도에서도 빠른 속도감을 느낄 수 있어 오히려 경제적이고 짜릿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컨버터블의 가장 큰 매력은 오픈 드라이빙이다. 지붕을 열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 구분이 사라진다. 차 안에 있으면서 차 밖의 공기를 직접 마주 대할 수 있다. 컨버터블을 타고 달릴 때 느끼는 해방감은 느껴본 이들만이 안다.

실내가 그대로 노출돼 있어 프라이버시를 침해 받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지붕을 열고 도심을 달리면 차를 바라보는 수많은 눈길에 탑승자가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노출이 부담되면 지붕을 닫으면 된다. 혹은 그 노출을 즐기면 된다.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컨버터블을 딱이다. 컨버터블은 많은 사람들이 쳐다보고 실내가 노출돼 있어서 차타고 나쁜 짓 하기 힘든 차이기도 하다. 지붕을 열고 달리는 원색의 컨버터블이 은행강도 용의차라면, 혹은 교통사고 뺑소니 차라면 너무 쉽게 잡힐 것이다. 유부남이 애인을 컨버터블에 태우고 달리면 그를 알아보는 누군가의 눈에 딱 걸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컨버터블은 착한 사람만이 탈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요즘에는 하드탑 컨버터블이 주류를 이룬다. 지붕을 닫으면 컨버터블이라는 흔적 없이 보통 세단이나 쿠페처럼 타고 다니다가 필요할 때만 지붕을 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차 한 대도 두 대처럼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일장 일단.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반드시 있는 법이다. 특히 자동차에선 철칙이다. 기분내고 달리는 맛이 최고지만 컨버터블은 컨버터블이기 때문에 갖는 약점이 있다. 먼저 안전이다. 실내가 그대로 바깥에 노출돼 있어 기분 좋은 만큼 위험에도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봐야 한다. 굳이 전복 사고를 가정하지 않더라도 돌이 튕겨져 날아오거나, 앞 차에서 던진 담배꽁초가 날아오는 일이 있을 수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세계적인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의 허무한 죽음은 컨버터블과 연관이 있다. 긴 머플러로 잔뜩 멋을 낸 채 컨버터블을 타고 머플러가 뒷바퀴에 감기면서 목을 졸라 질식사 했다는 것이다. 긴 머플러를 날리면서 컨버터블을 타고 달리는 게 멋있고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매우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오히려 전복사고에 대비한 안전장치들이 많이 있어 전복사고로 다칠 일은 많지 않아 보인다. 컨버터블의 A필러(차의 지붕을 받치는 제일 앞 기둥에 해당하는 부분, 앞유리창의 좌우 가장자리 기둥을 말함)는 전복사고를 당할 때 차의 실내를 지켜주는 거의 유일한 부분이다. 때문에 일반 세단보다 훨씬 강하게 컨버터블의 A 필러를 만든다. 에어백은 기본이고 머리 받침대 뒤로는 차가 전복되는 순간 솟아 올라 실내의 안전공간을 확보해주는 장치를 해 놓은 차들이 대부분이다. 위험한 만큼 그에 대한 대비책도 나름대로는 충실하게 마련해 놓은 것.

비에 약한 것도 컨버터블의 약점이다. 특히 지붕이 천으로 된 컨버터블은 오래되면 십중팔구는 비오는 날 실내로 뚝뚝 떨어지는 빗물을 만날 각오를 해야 한다. 지붕이 딱딱한 소재로 된 하드탑 컨버터블은 상대적으로 비 걱정을 덜해도 된다.
컨버터블은 실내 공간도 좁다. 대부분 2인승 컨버터블이고 5인승 세단을 기본으로 만든 컨버터블도 4인승이 된다. 4인승이라고 해도 뒷좌석은 매우 좁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장거리를 갈 때 뒷좌석에 앉기는 매우 불편하다. 트렁크에 지붕을 접어 넣어놓아야해 짐 실을 공간이 줄어드는 것도 불편한 점이다.
이처럼 만만치 않은 불편함이 있음에도 컨버터블이 팔리는 것은 앞서 말한 장점이 단점을 커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컨버터블 모델이 많아지고 있다. 주요 브랜드마다 컨버터블 모델 한 두개 차종을 내놓고 있을만큼 종류도 많다. 크라이슬러 세브링 컨버터블이 새 모습을 선보였고 BMW 650Ci도 한국 시장을 찾았다. 아우디 TT, 벤츠 SLK, 푸조 207CC, 307CC, 폭스바겐 뉴 비틀과 골프, 이오스, 사브 9-3, 포르쉐 911과 박스터 등등 일일이 소개하기 벅찰 정도로 많다. 특이한 점은 국산 컨버터블은 없다는 사실. GM대우의 G2X가 있기는 하지만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을 들여다 파는 것일 뿐 아니라 판매량도 의미가 없을 정도로 미미하다.국산 컨버터블이 없다는 사실은 한국 자동차 산업이 규모에 비해서 다양성이 부족함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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