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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 비싸도 잘팔리는 수입 디젤차

디젤 대란에도 수입차는 끄덕없이 버티고 있다. 국산 디젤차들이 휘청대는 것과 달리 수입 디젤차들은 경유가의 고공행진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모습이다. 업계도 놀라는 눈치다.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기더니 급기야 경유가 휘발유 가격을 추월하고 말았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조차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다.

경유가 급등의 그늘은 국산차 시장에 먼저 드리워졌다. 5월말 자동차 내수시장 결과는 디젤의 몰락이었다. 지난 5월 국산차 내수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SUV를 포함한 RV의 부진이다. 각사의 5월 RV 판매량을 합하면 1만6,691대. 한 달전 1만8,620대보다 10.4%가 줄었고 일년전보다는 30.5%나 빠졌다. 경유가 급등이 RV 시장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경유차 비중이 낮은 GM대우차는 시장 점유율을 높였고, 경유차 비중이 절대적인 쌍용차는 3,000대 판매도 못미칠 만큼의 부진을 보였다. 전년동월대비 절반에 불과한 실적이다. 국산차 내수시장에서 경유차 수요는 급격하게 휘발유차와 LPG 엔진차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는 발빠르게 투싼과 베라크루즈 휘발유 엔진 모델을 보강하고있고, 기아 카렌스 LPG 엔진 모델은 인기 급상승중이다. 그러나 수입차 시장은 사정이 다르다. 경유가 급등과 큰 관련이 없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곳이 폭스바겐. 유럽 최대 메이커로 디젤 엔진인 ‘TDI 엔진’을 앞세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폭스바겐의 디젤 모델은 5월 판매량이 오히려 늘었다. 4월 270대였던 디젤차 판매가 5월엔 281대에 달한 것. 디젤 비중이 압도적인 푸조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푸조의 전체 판매는 4월 208대에서 5월 221대로 늘었다. 국산 디젤차의 부진과 견줘보면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왜 그럴까. 당사자들은 은근한 자랑이 앞선다. 연비가 매우 좋아 경유값이 비싸도 경제적인 효과는 여전하다는 것이다. 골프 2.0 TDI가 대표적이다. 이 모델의 연비는 15.7km/l에 달한다. 배기량 2.0 리터 엔진에 자동변속기를 달고 리터당 15km 이상을 달리는 것은 놀라운 수준이다. 경유값이 오르긴 했지만 TDI 엔진 효율이 좋아 가솔린 엔진보다는 여전히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폭스바겐은 자사의 TDI엔진은 고속주행에서도 연비가 우수하다고 말한다. 빠르고 다이내믹한 주행을 해도 우수한 연비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디젤 엔진이 효율이 높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디젤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효율이 높다. 압축비가 높은데서 오는 구조적인 특성 때문이다. 압축비가 높으면 적은 연료로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다. 대신 고회전에는 약하고 진동 소음이 더 크게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커먼레일, 피에조 인젝터 등의 기술에 힘입어 소음과 진동을 줄이고 고회전에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디젤 엔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시끄럽고 덜덜거리는 디젤 엔진’은 이제 더 이상 만나기 힘들다. 휘발유 엔진 저리가라할 정도로 조용하고 안정적이면서 연비도 좋은 차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 엔진의 대명사로 디젤엔진을 거론할 만큼 디젤엔진의 발전은 눈부시다. 국산 디젤차 약세와 수입 디젤차 강세의 원인이 국산차는 대부분의 경유차가 SUV를 비롯한 RV인데 반해 수입차는 승용차들이 주축을 이루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무거운 SUV들이 디젤의 효율성을 반감시키는데 반해 승용차는 상대적으로 가벼워 디젤 엔진의 효율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어 리터당 2000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버틸만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입 디젤차들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수입차 시장의 고객들이 국산차 고객들보다 유가에 덜 민감한 편이라 당장은 디젤차 판매에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수입디젤차도 판매에 타격을 받을 것이란 주장이다. 때문에 고객들을 잡으려는 각 브랜드들의 마케팅 전략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푸조가 대표적이다. 푸조를 수입하는 한불자동차는 디젤차 구매자에게 경유를 구매할 때 리터당 1,000원을 할인해주고 80원 포인트 적립까지 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 비싼 경유값 때문에 고객이 도망갈까 서둘러 파격적인 프로모션에 나선 것이다. 푸조는 6월부터 8월 31일까지 푸조 HDi 차량을 구입하는 모든 고객에게 6개월동안 매달 150리터를 할인해준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기름 값만 90만원 정도의 혜택이다. 307SW HDi, 407 HDi, 407SW HDi, 쿠페 407 HDi, 607 HDi 등이 해당된다.문제는 경유의 가격이 어느정도까지 오를 것이냐에 있다.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추월했다고는 하지만 그 차이가 거의 없는 비슷한 수준이다. 때로는 경유가격이 싼 곳도 있어서 아직은 디젤 엔진차가 그나마 버틸 수 있는 단계다. 하지만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과의 차이를 벌리며 확실하게 앞서는 상황이 오고 그 상황이 고착화 된다면 디젤 엔진차의 입지는 확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마 그런 상황이 오겠냐며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일년 전에 설마 경유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지를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디젤엔진 세단이 버틸 수 있는 한계점이 점차 다가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차를 사야하는 입장에서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휘발유차를 사야하나, 디젤차를 사야하나. 가급적 차 구입시기를 늦추라고 권하고 싶다. 좀 더 장기적이고 정밀한 유가 예측이 가능해질 때까지, 판단을 늦추는 게 낫다. 휘발유와 디젤의 가격차이가 5~10% 이내일 때에는 디젤차의 효율이 유효하지만 경유가 10% 이상 비싸지면 디젤차의 입지는 한계에 다다랐다고 봐야 한다. 차를 타고 멀리, 오래 다니는 사람이라면 디젤차가 유리하다. 연간 주행거리가 3만km 이상이라면 가격이 조금 비싸도 경유차가 유리할 수 있다. 주행거리가 일년에 1만km 이내의 운전자라면 어떤 차를 선택해도 연료비 차이는 크지 않다. 자신의 자동차 이용 유형을 분석해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다.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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