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새 버전의 M을 새로 선보인 건 지난 2월이다. 편의장치를 보강하고 디자인을 손본 M은 인피니티 세단 라인업의 허리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위로 Q가 있고 아래고 G가 있다. 무한질주의 꿈을 담은 브랜드로 달리는 즐거움을 놓칠 수 없다는 인피니티 M45를 타고 시승을 시작했다.

타원을 이루는 루프라인이 이 차를 쿠페처럼 보이게 한다. 스포츠 세단은 대부분 앞으로 쏠리는 웨지 스타일을 선호한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뒤로 주저앉은 듯 한 실루엣을 선보인다. M도 예외가 아니다. 인피니티만의 특성이 살아있는 모습이다. L자형 헤드램프는 리어램프와 어울려 앞뒤가 일관된 이미지를 전한다. 일종의 수미상관형식인 셈이다. 보닛과 범퍼 부근은 살짝 볼륨감을 느낄 수 있다. 과하지 않게 적당한 탄력과 볼륨을 느낄 수 있다. 19인치 타이어는 이 차의 성능을 짐작케 한다. 타이어만 봐도 고성능 차임을 알 수 있다.

인테리어의 짙은 컬러는 운전자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고급스러우면서도 안정감 있는 색상이다. 터치 스크린이 가능한 8인치 모니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운전에 필요한, 차량 유지관리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알 수 있다. 공조장치와 오디오 조절도 내비게이션 모니터의 터치 스크린으로 모두 가능하다. 뒷좌석에는 둘 만 앉는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바닥 가운데를 관통하는 센터터널 때문에 뒷좌석 공간이 많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으로 뒷좌석을 배려한 것을 보면 필요할 때엔 쇼퍼드리븐 카로 사용해도 손색없겠다.

M45에는 최고급 보스 오디오 시스템이 적용됐다. 시트에도 스피커가 있어 입체적인 음향을 만들어준다. 귀가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좋은 오디오라 할 수 있다. 외부 소음의 주파수를 감지해 역주파로 이를 상쇄시키는 첨단 기능을 가진 오디오다. 소리로 소리를 잡아먹는 셈이다.

엔진룸에는 4.5리터 338마력의 엔진이 자리했다. 엔진 제원만으로도 일단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놀라운 것은 마력당 무게비가 5.5kg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정통 스포츠카에 버금가는 성능이다. 내경보다 짧은 행정을 가진 쇼트 스토로크 엔진으로 잘 달리는 스프린터 타입으로 고성능에 어울리는 사이즈를 갖춘 엔진이다. 가벼우면서도 강철보다 강한 티타늄 벨브를 사용해 고속 회전에 유리하고, 훨씬더 조용하다. 티타늄 벨브는 M45에만 적용된다.

고성능 차에 5단 변속기라는 게 의외다. 워낙 6, 7단 변속기들을 많이 사용해서다. 하지만 5단이어도 엔진의 힘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될 건 없다. 변속 쇼크는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 마음에 드는 것은 변속 레버가 짧고 손에 쏙 잡힌다는 것이다. 변속하는 손맛을 느끼기에는 더 없이 좋은 형태다. 수동변속기였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수동모드로 하면 rpm이 레드존으로 가도 자동변속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마음에 든다. 수동모드란 결국 운전자의 의도가 중요한 것인데 자동변속이 되어버리면 재미가 덜하다. 이 차는 그렇지 않아서 재미있고 좋다.

변속기를 수동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을 밟으면 70, 110, 160에서 각각 한계속도에 이른다. 자동모드에서는 변속시점을 눈치채기가 쉽지 않을 만큼 부드럽게 변속이 일어난다. M45는 원하는 속도를 언제든지 순식간에 맞춰준다. 넉넉한 힘이 여유있는 운전을 보장해준다. 힘이 있으면 여유가 있는 법. 굳이 빨리 달리려고 아둥바둥 하지않아도 된다. M45를 타면 도로 위에서 느끼는 여유가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귀를 자극하는 소리는 매력적이다. 결코 조용하지 않은 엔진 소음은 짜릿한 맛을 더해주는 요소다. 역시 달리는 맛이 남다른 차임을 말해주고 있다. 그래도 이 차의 진수는 가속페달을 꾹 밟았을 때 알 수 있다. 몸이 시트에 푹 파묻히면서 마치 빨려들듯이 달려나가는 짜릿함, 쾌감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한 번 맛보면 종종 탐하게 되는 중독성이 강한 느낌이다. 달리다 보면 왜 이 차를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 하는지 알 수 있다. 원할 때, 원하는 것 이상의 힘을 낸다. 그래서 가속페달을 꾹 밟았다가 아차차 하면서 발을 떼기 십상이다. 그만큼 힘이 넘친다는 말이다.

잘 달리기 위해서는 잘 서야 한다. 그래야 의미가 있다. 브레이킹은 훌륭하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차의 거동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으로 멈춘다. 앞이 쏠리는 노즈 다이브도 심하지 않다. 급정거를 할 때에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주행소음은 독특하다. 엔진소리는 적당히 귀를 즐겁게 한다. 바람소리나 노면 잡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잡소리, 노이즈는 잘 차단됐고 듣기 좋은 사운드만 귀를 자극한다.

대형 럭셔리 세단에 어울리는 승차감도 확보했다. 편안하게 차를 운전하면 적당한 반발력을 보이는 서스펜션이 차를 적절하게 지지하면서 승차감을 좋게 한다. 딱딱한 서스펜션이지만 딱딱함이 직접 전달되는 게 아니라 한번 걸러지는 느낌이다. 맨주먹이 아니라 글러브를 낀 주먹의 느낌이라 할 수 있겠다.

리어액티브 스티어링이 이 차에는 장착됐다. 커브를 돌 때 뒷바퀴도 미세하게 조절되는 것이다. 일종의 4WS다. 차의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잘 돌아나갈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운전자가 실제로 이 장치의 작동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이 차에는 다양한 안전장치들이 있다. ABS에는 EBD 기능이 더해져있다. 제동력을 더 크게 해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차량 자세제어장치 VDC, TCS 등이 있어 차의 이상 움직임을 정밀하게 제어해 준다. 브레이크 어시스트 기능도 있습니다. 제동력을 확대해 주는 것이다. 듀얼에어백과 사이드 커튼 에어백 등이 운전자와 탑승객의 안전을 지켜준다. 이런 안전장치들이 없는 차보다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장치들이 절대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안전장치는 안전 보조장치일 뿐 안전운전을 소홀히 해선 안된다.

연비는 리터당 7.3km로 절대치는 좋다고 할 수 없지만 4.5리터라는 배기량에 비하면 우수한 수준이다. 판매가격은 8090만원이다. 럭셔리 세단에 스포츠카의 야성과 재미를 간직한 차로 달리는 재미, 운전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차라 할 수 있겠다.

오종훈의 單刀直入
범퍼 아래 디자인이 약하다. 그물망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 하단부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리어범퍼 아래에 있는 머플러도 그렇다, 좌우로 두 개씩 모두 4개의 배기구가 있는데 대형 럭셔리 스포츠 세단의 머플러라고 하기엔 모양새가 약해 보인다. 좀더 강한 이미지를 전해주면서 디자인 포인트를 이룰 수 있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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