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수출된 차량이 GM대우의 라세티라고 한다. 라세티는 유럽에서는 시보레 라세티 및 누비라, 아시아에서는 시보레 옵트라, 미국에서는 스즈키 포렌자 및 레노, 중국에서는 뷰익 엑셀르로 카멜레온처럼 이름을 바꿔가며 무려 120개국에서 놀라운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국내에서만은 꼬리내린 강아지마냥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 문제의 라세티가 펄펄 나는 곳이 한군데 있는데 바로 자동차경주장이다. 지난 18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CJ슈퍼레이스 제2전에서 라세티 경주차는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원투피니시(한 팀이 1위와 2위를 모두 차지하는 것)를 기록했다. 1전에 이어 2연속 원투피니시다. 벌써부터 라세티가 올해 전관왕을 차지하는 게 아니냐는 성급한 예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과거 대우 시절부터 자동차 경주에 관심도 없고 성적도 시원찮았던 GM대우 차량, 그것도 인기 없는 라세티가 요즘 와서 펄펄 나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세티가 경주차로 데뷔한 것은 유럽 전역을 돌며 치러지는 WTCC(월드 투어링카 챔피언십)이다. 유럽의 내로라하는 차들이 대부분 출전하여 승부를 겨루는 경기에서 이미 뛰어난 성적을 거둔 상태라 국내에 등장할 때도 기대가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경주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호몰로게이션(인증)을 받아야 한다. 당시 GM대우는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에 호몰로게이션을 신청했다가 인증비용을 너무 비싸게 부르자 유럽으로 옮겨 시보레 브랜드로 인증을 받아 아쉬움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라세티 경주차는 등장하기까지 산고를 겪으며 지구를 반바퀴나 돌아 우리 곁에 왔다.
지난해 GM대우는 회사 차원의 레이싱팀을 만들었다. 선수는 국내 최고의 테크니션 오일기와 이재우 듀오를 받아들였다. 뛰어난 경주차 성능, 국내 최고의 드라이버, 자동차회사의 지원 등이 하나가 되면서 라세티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슈퍼2000 클래스에서 라세티의 적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라세티의 후속 J300(프로젝트명) 출시를 앞둔 GM대우가 경주차의 성적을 판매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상역 dd@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