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이다.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겼다. 유가 상승세는 멈추지 않을 기세다. 경유가격은 기어이휘발유 가격을 추월할 태세다. 일부 주유소에선 이미 경유가격이 더 비싸다. 경유가격 폭등은 필연적으로 물류 대란을 촉발시키게 마련이다. 이쯤돼면 비상 사태가 아닐 수 없다.육상 물류비가 비싸지면 대운하의 필요성이 높아진다며 이명박 정부는 이런 고유가를 반긴다는 흉흉한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를 꽉 채운 자동차들은 줄어들 줄 모른다. 그뿐 아니다. 소형차는 찾기 힘들고 시커먼 대형차들이 물결을 이룬다. 경차가 넘치는 이웃 일본과는 풍경이 다르다. 거리 풍경만으로 보면 한국이 일본을 훨씬 앞서는 선진국 같다. 마치 물이 서서히 끓어오르는지도 모르고 유유자적하는 개구리 같다. 밥은 굶어도 차는 몰겠다는 의지가 결연하다. 어쩌면 어쩔 수 없이 차를 몰고 거리로 나와야 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여느 때와 다른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나라에서 그런 조치를 취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기름 값에 원가보다 더 많게 덕지덕지 붙은 세금을 깎아줄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다. 하루하루 벌어먹어야 하는 국민들의 어려움을 매달 제 날짜에 꼬박 월급 받는 관리들이 알아줄리 만무하다.

그래서다. 각자가 스스로의 자리에서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있기엔 사태가 심각하다. 각자가 취할 조치는 간단하다. 버리면 된다. 뭔가를 버리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차를 버릴 수 있다면 가장 좋다. 기름 먹는 하마를 버리고 BMW를 타라. Bus, Metro, walk.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걸어 다니라는 말이다.

그래도 굳이 ‘내 차’를 타야겠다면 차에서 필요 없는 모든 것을 버려라. 스페어타이어도 미련없이 버려라. 펑크가 나면 보험 긴급출동 서비스를 이용해 서비스를 받으면된다.대도시라면 가까운 정비소까지 무료 견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 펑크를 수리 받을 수도 있다. 대신 보험사 긴급출동 서비스 특약에 가입하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다행인 것은잘 정비된 도시의 도로에서 타이어가 펑크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언제 펑크가 날지 모른다면서 15kg 전후의 스페어 타이어를 마치 닌자 거북이처럼 저마다 차에 싣고 다니는 게 어찌보면 참 미련한 짓이다. 가벼움을 가장 큰 미덕으로 삼는 경량 스포츠카의 대명사 로터스가 만드는 차에는 스페어 타이어가 없다. 그래도 불편없이 타고 다닌다. 이참에 우리도 완성차에서 스페어 타이어를 빼내고 그만큼 값을 싸게 차를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기름도 버려라. 길 바닥에 버리란 말이 아니다. 기름 탱크를 비우란 것이다. 주유소에서 기름 넣을 때엔 만원씩 넣는 게 좋겠다. 기름 무게 조차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만원 어치 기름넣으면 연비가 10km/l 수준인 차라면 50km 정도 간다. 그만큼 가서 다시 만원어치 기름 넣으면 된다. 사방에 널린 게 주유소인데 기름을 가득 싣고 다닐 이유가 없다.

이참에 내 몸의 지방 덩어리도 버리면 좋다. 차의 경량화 못지않게 운전자의 경량화도 기름을 아끼는 지름길이다. 스페어 타이어를 버리고 10kg 정도 몸무게를 줄였다면 15~20% 이상의 연비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가속페달은 밟지마라.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움직일 때가 많다. 내리막 길이거나 가속페달을 밟고 난 다음이라거나, 평지를 천천히 움직일 때에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는 움직인다. 이럴 땐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라. 밟아야 한다면 살짝 밟아라. 가속페달을 깊이 밟는 건 요즘 시대에 죄다. 3분의 1 정도만 밟아도 차는 얼마든지 움직인다.

큰 차도, 자동변속기도 버려야할 대상이다. 덩치 크고 무거운 차와 자동변속기는 연비를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기름 1리터에 2,000원 하는 나라에서 리터당 7, 8km를 가는 차를 모는 것은 그리 권할 일이 못된다. 적어도 수동변속기를 단 작은 차를 타는 게 미덕인 사회가 되어야 한다.

뭐, 왜그렇게 요란 떠느냐며 아직은 견딜만하다는 사람은 이 글 무시해도 된다. 그냥 살던대로, 기름값이 1000원일때나 2000원일때나, 2500원일때나, 어쩌면 3,000원이 될 때에도 똑같은 차를 똑같이 운전하고 다니면 된다.

한 푼이 아쉬운 사람들, 그렇지만 차를 타고 다녀야 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은 그런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권하는 충고다. 당장 차 문을 열고 뭘 버려야 할지 찾아서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서두르는 만큼 효과가 크다. 바야흐로 유가 비상사태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