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어타이어가 꼭 필요한 것일까요?
도로 위에 가득 찬 자동차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든 생각입니다. 하나같이 멋있는 디자인에 나름대로 개성을 가진 차들이 예외 없이 트렁크에 스페어타이어를 하나씩 더 싣고 다닙니다. 물론 예외는 있지요. 럿플랫 타이어를 장착한 차들은 스페어타이어가 필요없지요. 혹은 펑크 응급처리용 화학약품을 준비해놓고 스페어타이어는 생략한 차들도 있습니다. 물론 아주 예외적이지요. 승용차를 기준으로 한다면 99% 이상이 스페어타이어를 싣고 다닌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거의 전부지요.
그 많은 차들이 무거운 스페어타이어를 낑낑거리며 싣고 다니는 모습은 어찌 보면 우스꽝 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스페어타이어의 무게는 차에 따라 다르지만 대게 10~20kg 가량 합니다. SUV인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 무겁지요. 공차중량 기준으로 중소형차가 1300kg~1500kg, 대형차가 2,000kg 전후인데 스페어 타이어 하나의 무게는 전체 자동차 무게의 약 1% 가량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없애면 그만큼 연비도 좋아지겠지요? 일년에 100만원을 기름값으로 쓴다고 할 때 1만원 정도 아낄 수 있는 거지요. 별 거 아닌가요? 스페어 타이어 값만큼 차 값이 내려가는 것도 생각해야지요. 최소한 5만원 정도는 더 싸지지 않을까요.
만에 하나 생길지도 모를 펑크에 대비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모든 차들이 무거운 바퀴 하나씩을 더 달고 다닌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그것도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요즘에 말입니다.

문제는 펑크를 피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날카로운 돌에 찢길 수도 있고, 못에 찔려 공기가 새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펑크난 타이어를 굳이 운전자가 직접 스페어타이어로 교체해야 하는 것일까요.미국처럼 땅 덩어리가 큰 나라면 모를까 우리처럼 좁은 땅에 비집고 사는 곳에서는 AS 기사의 도움을 받는 게 훨씬 낫지 않을까요. 도시에서 AS 기사가 출동하는 데는 30분이면 충분합니다. 넉넉히 잡아도 한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일반인이 펑크가 났을 때 트렁크에 있는 스페어타이어를 꺼내서 재키로 차를 들어 올린 뒤 펑크 난 타이어 떼어내고 스페어타이어를 끼워 넣는데 아무리 빨라도 30분은 걸릴 것입니다. 숙련된 AS 기사가 전문 장비를 이용해 작업하면 10분이면 충분하겠지요. 서두르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기다리면 약 한 시간 정도면 전문가들에 의해 처리가 되는 것이지요.
보험에 가입할 때 긴급츨동 특약에 들어놓으신 분들은 잘 알 것입니다. 신고하면 불과 10여분 사이에 긴급출동 기사가 오지요. 보험사의 긴급출동망을 사회적 인프라도 이용하면 어떨까요. 완성차 업체의 AS망을 이용해도 될 것입니다.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모든 차에서 스페어 타이어를 들어낸다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길이 될 것입니다.
해결해야할 문제는 하나 더 있습니다. 자동차의 구조적 문제입니다. 특히 앞바퀴 굴림 차의 경우 뒤에 놓아둔 스페어타이어는 앞뒤의 무게 배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앞으로 쏠린 무게로 인해 가벼워진 뒷 부분에 스페어 타이어가 자리해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주게 됩니다. 스페어 타이어를 없애버리면 코너에서, 고속주행할 때 차의 안정감을 해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이 부분은 장기적으로 해결해야할 문제입니다. 새 차를 설계할 때 스페어타이어가 없음을 전제로 만들어야 하겠지요. 당장 고쳐질 일이 아닌만큼 차근차근 고치고 보완해나가면 스페어 타이어가 필요 업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스페어타이어, 꼭 가지고 다녀야 하나.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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