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띠가 있다. 띠를 한 번 꼬아 앞 뒤를 이으면 안과 밖 구분이 없어진다. 컨버터블을 타면 뫼비우스의 띠가 생각난다. 어디까지가 차 안이고 어디까지가 차 밖인지 구분이 안돼서다. 차 안과 밖이 정확한 구분 없이 어우러지는 특성을 보이는 컨버터블은 그래서 뫼비우스의 차라 할 수 있다.

세브링 컨버터블이 그랬다. 아메리칸 컨버터블의 대표주자로 지난 봄과 함께 새 모습을 선보인 차다.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기에 더없이 어울리는 크라이슬러 세브링 컨버터블을 타고 초여름 한가운데를 달렸다.

하드톱을 닫으면 오픈카인지 티가 안난다. 세단 처럼, 쿠페처럼 위장하고 다니다가 ‘짠’ 하고 뚜껑을 열면 숨겨뒀던 모습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하나의 차에 두 개의 모습이 있는 셈이다. 세브링 컨버터블은 이전까지는 소프트탑이었다. 검정 천으로 지붕을 덮어 금새 알 수 있었다. 모델 체인지를 거치며 하드톱 컨버터블로 교체한 것이다. 하드톱은 컨버터블의 대세다. 폭스바겐 이오스, 푸조 207cc, 등을 꼽을 수 있지만 원조격인 벤츠 SLK를 뺄 수 없다. 소프트의 퇴조, 하드톱의 대세를 이 차는 보여주고 있다.

버튼 누르면 30초 만에 지붕 열 수 있다. 편하다. 고작 30초 동안 버튼을 계속 누르고 있어야 하는 게 불편하다 할 만큼 편하다. 그 정도는 과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단추를 채우거나, 후크를 열고 닫거나 하는 추가 동작 없이도 지붕은 열린다. 손가락 하나로 지붕을 여닫는 게 재미있다. 지붕이 열리는 순간 쏟아지는 사람들의 눈길을 감당할 자신이 있다면, 혹시 그런 눈길들을 즐긴다면 신호대기중에 지붕을 벗겨 볼 일이다. 트렁크를 열었다면 다시 닫을 때에는 꽤 강하게 닫아야 한다. 대충 닫으면 절대 닫히지 않는다.

차에는 수많은 선들이 뒤덮여 있다. 보닛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선 좌우로 다시 3개씩의 선이 자리했다. 옆면에도 선, 선, 선이다. 보기에 따라서는 어지럽고 산만할 수 있다. 반대로 해석할 수도 있다. 선이 살아 있어 날카롭고 샤프하다는 느낌이 온다. 앞에서 이 차를 보면 크로스 파이어 느낌도 난다. 크라이슬러의 아이덴티티를 간직한 디자인이다. 차체는 5m에 육박하는 크기로 대형 럭셔리 세단과 맘먹는다. 옆에서 보면 이 차의 특성이 잘 살아난다. 앞으로 쏠리는 선이 달려나가는 역동성을 보여주는 디자인의 정석을 따르고 있다. 아메리칸 컨버터블의 전형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넓다는 느낌이 확 든다. 좌우폭이 넓어 덩치 큰 미국인에 좋아할만 하겠다. 환한 아이보리 가죽시트가 실내를 밝게 만는다. 가볍고 밝은 컬러가 운전자 마음까지 가볍게 한다.

4인승 컨버터블. 로드스터로 부르기도하는 2인승 컨버터블은 고성능을 추구하지만 좁다. 4인승 컨버터블은 세단에 가까워 고성능보다는 기능에 방점을 찍는다. 적당한 성능, 넓은 실내, 적당히 즐기며 달리는 맛, 바로 기능을 추구하는 4인승 컨버터블의 특징이다.

신록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달리다보면 바람 소리가 귀를 간지럽힌다. 시끄럽지만 묘한 쾌감을 동반한다. 귀찮은 소음이 아니라 운전하는 즐거움을 더하는 또 하나의 자극이다. 좀 양 옆 차창을 올리면 그런대로 아늑한 실내가 연출된다. 컨버터블을 타려면 바람과 친해야 한다. 바람이 싫은 사람은 컨버터블과 궁합이 안맞는 것이다. 엔진은 실린더의 가로가 긴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다. 쇼트 스트로크 엔진은 스프린터 타입으로 고성능에 적합하다. 하지만 세브링 컨버터블은 고속주행에서 쇼트 스트로크 엔진의 특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186마력에 1.8톤의 무게는 조금 무거운듯한 비율이다. 차가 조금 무거운 느낌이다. 엔진이 거구를 끌고 달리기에 버거운 면이 있다. 11초에 달하는 제로백 타임이 이를 말해준다. 시속 100km 까지는 원하는 만큼 달린다. 150km/h 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고 그 이상의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인내력이 필요하다. 고속보다는 중저속에서 훨씬 만족스럽다.

미국차라고 하면 오해할 수 있다. 물렁거리는, 덩치만 큰, 기름 많이 먹는 차를 연상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그런 차 찾기 힘들다. 단단한 서스펜션이지만 조금 부드러운 면도 있어 승차감이 돋보이는, 게다가 5m에 육박하는 덩치를 가졌다는 점에서 이 차에서는 미국차의 맛이 느껴진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핸들링이다. 스티어링 휠을 돌리면 차 반응이 즉답식에 가깝다. 차체 반응이 스포츠카처럼 빠르다. 파워의 아쉬움을 핸들링이 보완해준다. 강원도 와인딩 코스를 타고 달리면 신나겠다. 4,090만원의 가격도 마음에 든다. 매력있는 가격이다. 하나의 차지만 두 개의 모습을 지닌 점에서 더 그렇다. 평소엔 세단, 주말엔 컨버터블로 변신하는 두 대의 효과를 누린다. 이 가격에 두 대를 살 수는 없지만 두 대 처럼 이용할 수는 있는 것이다.

오종훈의 單刀直入
품질이나 마무리는 최고급 수준이 아니다. 조금 약한 면이 보인다. 이음새 부분 틈새에 손가락 들락거리기도 한다. 좀 더 세심한 마무리를 기대하고 싶다. 컨버터블의 특성이지만 실내는 시끄럽다. 바깥 소음이 파고 든다. 특히 노면 소음이 많이 유입되는 편이다. 컨버터블의 특성상 소리가 파고드는 틈새가 많은 탓이다. 시끄러운 소리를 컨버터블의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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