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자동차는 무슨 의미일까. 신분을 과시하는 사치품? 단순한 이동수단? 취미생활의 대상? 아니면 가장 비싼 재산?여기 10년째 시장을 지켜온 마티즈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차를 시작으로 자동차 생활을 시작했다. 작아서 부담없는, 국산차중 가장 막내뻘인 자동차다. 그래도 자동차로 손색없는 모습을 갖춰 많은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았던 모델이다. 자동차의 기본을 갖춘, 그러나 호텔에 가면 제대로 대접받지 못할 것 같은, 그래서 신분 과시용 사치품으로는 영 아닌, 기본에 충실한 차, 마티즈가 오늘의 주인공이다.

깜찍한 디자인은 경차의 자랑이자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런데 이 차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친숙하게 알고 잇던 마티즈의 미소가 사라졌다. 보닛 라인이 마치 미소를 머금은 얼굴처럼 보이는 디자인이, 변경되어버린 것이다원형 헤드램프도 주변부로디자인이 추가되면서 어색한 보습으로 변했다. 디자인만 놓고 보면 이전 모습이 조금 더 좋아보인다. 측면 숄더라인은 강한 임팩트를 준다. 13인치 타이어는 작은 차에 잘 어울린다.

인테리어는 블랙&블루다. 스티어링 휠도, 도어패널도 블랙& 블루 투톤으로 처리했다. 깔끔하다. 그리고 센스있다. 여기 저기 수납공간이 마련돼 있다. 물건 넣l어두기 편하겠다. 잘 정돈하지 않으면 수납공간이 많아 어디 넣어뒀는지 한참 찾아야될 정도다. 마무리는 야무지다. 일부 고급임을 자처하는 수입차들조차 제대로 마무리 하지 못하는 지붕과 윈드실드 접점을 야무지게 잘 마무리했다. 인테리어 재질이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면처리나, 접점의 마무리 등이 나무랄데 없다. 뒷공간 바닥도 평평하고, 머리 윗공간도 여유있다. 작은 차라 실내가 많이 좁을 거라 생각했지만 꼭 그렇진 않다. 특히 뒷좌석은 생각보다 훨씬 여유가 있다.

직렬 3기통 엔진은 6,000rpm에서 52마력을 낸다. 300마력을 우습게 넘는 차들이 넘치는 시장에서 참 보잘 것 없는 체격인 셈이다. 거인나라에 난장이라고 할까. 하지만 자동차가 해야 할 소임을 훌륭히 해낸다. 이 작은 차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자동차 생활을 누리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이 정도의 차로도 모든 것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큰 차, 빠른 차, 멋있는 차를 찾아가며 사치를 누리는 것은 아닌지. 마티즈는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차도 좋아졌고 사람들 인식은 훨씬더 좋아졌다. 창피해서 빨리 달리고, 껌이 달라붙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차라고 우스개 소리의 단골소재로 등장하던 티코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마티즈를 티코처럼 우습게 보는 사람도, 그런 우스개 소리도 더 이상 없는 것을 보면 마티즈가 경차로서 나름대로 브랜드 파워를 갖췄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차는 최고속도가 135km에 불과하다. 법정최고속도가 시속 110km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실에 충분하다는 말이다. 과속하면 딱지를 받을 수도 있는 차다. 시속 100km이상 속도를 내면 시끄럽다. 더 속도를 내면 정신없을 만큼 소리가 커진다.

추월하기 위한 순발력은 그리 좋지 않다. 가속 페달을 꾹 밟으면 하나 둘 셋을 세고 난 다음 힘을 받는다. 그 길이 오르막이라면 힘을 내기는 더 어렵다. 팽팽한 탄력과 긴장감을 유지하는 차가 아니다. 하지만 체감 속도는 대단하다. 몸은 실제 속도보다 훨씬 높은 속도를 느낀다. 낮은 속도에서 고속을 느끼니 속도의 경제성을 갖췄다고 해야할까. 4단 자동변속기가 올라와 있다. 최신형 차에서는 보기 힘든 오버드라이브 버튼이 있다. 속도를 내려고 가속페달을 꽉 밟아도 차는 한참 있다가 탄력을 받는다. 이럴 때 변속기를 한 단 내리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엔진 브레이크에도 효과적이다.

자동변속기의 연비는 리터당 16.6km다. 등급 따지고, 배기량 따지면 4등급이지만 절대 연비는 아주 우수하다. 수동변속기라면 리터당 20.9km를 간다. 요즘같은 고유가 시대에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대단한 연비다.

서스펜션은 부드럽다. 와인딩 코너에서 차가 물렁거림을 느낀다. 하지만 급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코너를 편안하게 공략할 수 있었다. 차체가 짧아서 운전하는 데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긴 차는 코너에서 뒤가 부담이 돼서 공격적으로 운전하기 부담스럽지만 이 차는 작고 짧아서 뒤가 부담없다. 따라서 부담없이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후진도 편하다.경차의 최대 미덕은 경제성이다. 사실, 디자인, 성능은 그 다음이다. 그런 면에서 마티즈는 칭찬받을만 하다. 623만원부터 810만원에 이르는 착한 가격때문이다. 연비도 나무랄 데 없고 특소세, 등록세, 취득세 모두 면제 받는다. 고속도로 통행료, 공용 주차장 사용료 등도 혜택을 본다. 차를 살 때도 보유할 때도 크게 돈 들일 없는 차다. 한푼이 아쉬운 서민들에게는 이 보다 더 큰 메리트가 어디 있을까.

오종훈의 單刀直入시끄럽고 힘이 부족하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엔진 배기량이 작은 경차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라디에이터 그릴이 막혀 있다. 뚫어서 공기의 흐름을 터놓으면 엔진 냉각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범퍼쪽으로 크게 라디에이터 그릴이 별도로 마련돼 있다 해도 그렇다. 뚫으면 좋은 곳을 굳이 일부러 막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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