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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 모터스포츠엔 빛 좋은 개살구

5월은 계절의 여왕이라 부른다. 만물이 소생하고 눈에 보이는 곳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 기온도 습도도 쾌적하고 비도 거의 오지 않는 4월 말부터 5월까지야말로 야외 활동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물론 모든 스포츠 분야도 관중몰이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때이기도 하다.


이처럼 좋은 계절이 오면 모터스포츠 분야는 기나긴 봄잠에 들어간다. 모든 생물이 깨어나 활동을 시작할 시간에 자동차 경주는 오히려 긴 휴식을 갖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 경주의 대부분이 열리는 용인 스피드웨이의 경우 에버랜드에 속해있다 보니 오래 전부터 봄에는 경기를 열 수가 없다. 5월은 연중 에버랜드에 관객이 가장 몰리는 시간이다 보니 자동차 경주까지 열려 복잡해지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올해의 경우 유일하게 5월에 일정이 잡힌 시리즈는 18일 CJ슈퍼레이스 2전 뿐이다.



5월이 되면 경기장은 용도가 주차장으로 바뀐다. 전 세계를 통틀어 경주장이 주차장으로 변신하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모터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서도 5월은 매우 중요한 때이지만 에버랜드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휴일 경기장을 임대하는 비용이 하루에 대략 2,500만원정도이다. 일반인들이 생각하기엔 에버랜드가 큰 돈을 포기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에버랜드 입자에서 보면 경기장 임대를 포기하고 주차장으로 사용할 경우 그보다 더 큰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더 이상 경기장 운영에 미련이 없다. 에버랜드 앞으로 경전철이 들어오는 시기에 맞춰 숙박 및 쇼핑을 해결할 수 있는 대형 종합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이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담당자들은 공공연히 다른 경기 장소를 물색하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상황은 딱하다. 다른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라도 없으면 당장 경기를 열 수 있는 곳은 태백레이싱파크 한 곳뿐이다. 태백은 거리도 멀거니와 관중 동원이 불가능한 곳인 만큼 후원사들이 기다려준다는 보장도 없다. 결국 모터스포츠가 붕괴되는 것이 뻔한 상황에서 그나마 스피드웨이가 비수기에 경기장으로 쓸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 마케팅이니 스포테인먼트니 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그저 하루 벌어 입에 풀칠하는 수준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이다. 올해도 영락없이 학생들이 학교에 안가는 넷째주 말부터 5월 말까지 모터스포츠는 강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기 때문이다.
이상역 dd@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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