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와 체어맨 W의 자존심 싸움이 뜨겁다. 비슷한 시기에 시장에 나온 두 모델은 국산 최고급 세단의 역사를 새로 쓰며 국산차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두 차는 국산 최고급 세단임을 자처하는 두 차종을 비교해 본다.
사실 제네시스와 체어맨 W는 직접 비교하기가 쉽지 않다. 배기량과 가격이 미묘하게 어긋나고 있어서다. 제네시스는 3.3ℓ와 3.8ℓ, 체어맨 W는 3.5ℓ와 5.0ℓ로 엔진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가격대도 어긋난다. 체어맨W가 5,950만원서부터 1억200만원까지, 제네시스는 4050만원부터 5830만원까지다. 제네시스 제일 비싼 모델이 체어맨 W의 가장 싼 모델보다 싸다. 게다가 체어맨 W는 리무진 모델을 1억원 넘은 가격에 포진시켜 ‘국산차 1억원 시대’ 시대를 연 장본인이 됐다. 이처럼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운 모델이지만 시장에서는 두 차를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을 만큼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뿐만아니라 현대와 쌍용, 국산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만드는 두 회사의 플래그십 모델이라는 점에서도 제네시스와 체어맨W는 언론과 네티즌들 사이에서 비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차 모두 시장에서 반응이 뜨겁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체어맨 W는 1,000대가 넘게 팔렸고 제네시스는 무려 5,000대 가까이 출고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크기는 체어맨 W가 조금 더 크고 넓다. 길이 너비 높이 모두 체어맨 W가 크다. 특히 체어맨 W는 제네시스보다 135mm가 길다. 제네시스는 5m에 못미치고, 체어맨 W는 5m를 여유있게 넘는다. 실내 공간에서 그만큼 여유가 더 생긴다고 보면 된다. 앞 뒤 트레드는 제네시스가 체어맨 W보다 조금 넓다. 트레드가 넓으면 주행안정성에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몸무게는 제네시스가 훨씬 가볍다. 제네시스 BH330의 경우 공차중량이 1,715kg, BH380이 1,737kg인데 반해 체어맨 W는 가장 가벼운 모델인 CW700 세단이 1,980kg이다.
엔진 성능은 제네시스가 앞선다. 배기량 3.3ℓ인 BH330의 엔진출력이 262마력, BH380은 290마력에 달한다. 체어맨 W는 3.5ℓ 엔진인 CW700 세단의 출력이 250마력, 최고급 모델인 V8 5000이 306마력이다. 3.5ℓ엔진인 체어맨 W의 최고출력이 3.3ℓ 엔진인 제네시스 BH 330보다 떨어진다. 엔진의 효율성은 제네시스가 한 발 앞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력당무게비를 살펴보면 단적으로 증명된다. 1마력이 감당해야하는 무게가 체어맨 W CW 700은 7.9kg, V8 5000이 6.4kg이다. 제네시스의 마력당 무게비는 BH330이 6.5kg, BH380이 5.9kg이다.
연비도 제네시스가 앞선다. BH330이 10.0km/l, BH380이 9.6km/l인데 반해 체어맨 W는 CW700이 7.8km/l, V8 5000이 7.3km/l다. 심지어 제네시스 3.8 엔진이 배기량이 작은 체어맨 3.5 엔진보다 연비가 앞선다. 제네시스의 엔진 효율이 체어맨 W에 앞선다고 할 수 있는 수치들이다. 하지만 두 차가 최고급 럭셔리 세단을 지향한다고 보면, 엔진효율이 꼭 중요한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편의장치를 많이 넣다보면 무게가 더 나가고 마력당 무게비가 나빠져 엔진효율은 떨어지고 연비가 악화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변속기는 제네시스가 6단, 체어맨W가 7단으로 모두 자동변속기다. 벤츠에서 가져왔다는 체어맨 W의 7단 변속기가 앞선 방식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에서 체어맨 W의 엔진 효율이 제네시스에 떨어진 것으로 분석돼 7단 변속기를 장착하는 의미가 퇴색하게 됐다. 두 차 모두 후륜구동이지만 체어맨 W에는 4트로닉을 채택한 사륜구동 모델을 택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체어맨 W는 상징적인 부분에서 돋보인다. 가장 비싼 국산차, 가장 높은 배기량, 가장 출력이 높은 차 등의 타이틀을 거머쥔 것에서 알 수 있듯 명실상부한 국산차 라인업중 플래그십모델이라고해도 좋을만큼 제원표상 수치가 상징적이다. 제네시스는 실속을 차렸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비싼 국산세단도 아니고, 출력이 가장 좋은 것도 아니지만 탄탄한 엔지니어링 실력을 바탕으로 최적의 효율을 가진 차로 만들었다. 사실, 두 차는 직접 비교가 무의미할만큼 차량 성격도 다르다. 체어맨 W는 전형적인 쇼퍼드리븐 카로, 뒷좌석 오너 자리의 비중이 가장 높은 반면, 제네시스는 필요에 따라 오너가 직접 운전할 수도, 혹은 쇼퍼드리븐카로 이용할 수도 있는 복합적인 성격을 가졌다. 국산차의 라인업을 넓히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서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좋은 라이벌이라 할 수 있겠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