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대중 브랜드가 아니다. 고급 브랜드다. 독일서도 비싼 차다. 연봉 5,000~6,000만원은 돼야 (폭스바겐을) 탈 수 있다. 앞으로 폭스바겐을 중저가라 부르지 말아달라”
“가격을 깎아주면 서로가 손해다. 딜러가 수익을 내야 서비스질도 좋아지는데 가격을 할인해주다 수익을 못내면 소비자에게 제대로된 서비스를 할 수 없다. 결국 서로 손해다”
그는 거침이 없다. 질문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확실한 의견을 좌고우면하지 않고 이야기했다. 때로 기자들 앞이란 걸 잊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만큼 솔직하기도 했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이자 한국수입차협회 회장인 그를 지난 4일 경남 남해에서 열린 ‘폭스바겐 TDI 시승회’에서 만났다.
-티구안에 대한 기대가 크다.
“티구안은 지난 1월 독일 기준으로 10개월 이상 출고가 밀린 상태여서 한국에 들여올 상황이 아니었다. 독일 본사 입장에서는 한국 물량도 많지 않고 마진도 유럽의 절반밖에 되지 않아 굳이 한국에 서둘러 발표할 이유가 없었다. 어렵게 물량을 배정받아 7월 경 한국에 출시키로 했다. 아시아에서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 론칭이 될 것이다. 판매가격은 4,000만원대 초반으로 생각하고 있다. 혼다 CR-V와 경쟁차종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우리는 BMW X3와 경쟁할 것이다.”
-최근 환율불안으로 환율 압박이 클텐데.
“내가 폭스바겐코리아를 맡으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가 바로 원화 결재를 관철시킨 것이다. 우리는 차 파는 데 전력을 다하고, 환 리스크는 독일 본사가 관리하는 게 맞다고 봤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율 압박에서 자유롭다. 하지만 최근 환율이 너무 올라 독일에서 고민이 큰 것은 사실이다.”
-여전히 수입차가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다른 메이커는 언급할 필요 없고, 폭스바겐은 가격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던 적이 없다. SK가 병행수입한다며 다른 차들은 다 들여왔지만 폭스바겐은 가져오지 못했다.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독일보다 싼 모델들도 있다. 폭스바겐의 안방격인 유럽시장과 토요타의 안방격인 동아시아 시장의 상황은 다르다며 독일 본사를 설득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차를 공급받고 있다.”
-올해 판매 목표는.
“6,000대다. 3월에 1,000대를 넘겼고 2,000대는6월중 돌파할 계획이다. 7월에 티구안을 들여오면 1,000대 돌파주기가 훨씬 짧아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판매보다 사후관리다. 이를 위해장안동과 대치동에 대규모 서비스 공장을 짓는다. 각각 5월과 9월에 오픈할 계획이다. 고객 서비스가 한층 더 좋아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수입차 협회 회장을 새로 맡았는데.
“수입차 전체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작업을 해나갈 생각이다. 부자들만 수입차를 타는 시대가 아니다. 남과 다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자는 아니지만 얼마든지 수입차를 탈 수 있다. 수입차에 대한 잘못되고 왜곡된 시각을 고칠 수 있도록 홍보 활동을 강화하고 수입차 업체들의 사회 환원 활동을 알려 수입차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어 가겠다.”
-혼다 등 일본 브랜드의 공세로 폭스바겐의 판매 순위가 밀리는데.
“당분간은 일본 브랜드 판매가 늘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시장 전체 순위로 보면 어쩔 수 없지만 유럽 브랜드만으로 한정해서 본다면 폭스바겐의 순위는 오를 것이다. 기본적으로 일본차들이 유리한 점이 있다. 예를 들면, 폭스바겐만하더라도 20억 가량의 부품들을 확보해야 하지만 일본 브랜드들은 부품 재고가 필요없다.”
-VW코리아 사장으로 가장 강조하는 게 있다면.
“교육에 가장 신경을 쓴다. 회사가 질적으로 개선되려면 개개인의 의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어제도 청주에서 영업사원 교육을 마치고 오늘 남해로 내려왔다. 교육을 할 때 가장 강조하는 것은 자부심, 자신감이다. 폭스바겐에 대해, 내가 파는 상품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것을 강조한다. 자신감이 있어야 차를 제대로 판매할 수 있다.”
-광고 문구로 사용하는’The original German’이 무슨 뜻인가.
“VW골프는 이제 모든 해치백의 벤치마커다. 현대자동차가 인정하지 않았나. 오리지널 해치백 골프처럼 자동차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차, 자동차의 오리지널이 폭스바겐이다라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내가 직접 만든 문구다”
-현대자동차가 i30와 골프를 비교하는데 불쾌하지 않나.
“전혀 그렇지 않다. 좋은 일이다. 결국 골프가 좋은 차임을 그들도 인정한다는 말 아닌가.”
박 사장은 서너 시간을 기자들에 둘러싸여 이어지는 질문에 답해야 했다. 까다롭고, 때로는 미묘한 질문이 계속됐지만 그의 대답은 시종일관 거침이 없었다. 머리는 반백이지만 얼굴이 동안이어서 기자들 사이에서는 뭔가 피부 미용의 비법이 있을 거라는 얘기들도 오갔다. 대화는 저녁 식사 후 맥주를 곁들이며 편안하게 이어졌다.
긴 시간 동안 그는 콜라 반잔을 마셨을 뿐이다. 술은 입에 대지도 못한다. 알콜이 아주 조금 섞인 음료를 모르고 마셨다가 심장이 떨려 소파에 누워 쉬어야 했을 정도다. 알콜과는 상극이지만 담배는 많이 피운다.
52년생으로 올해 나이 쉰일곱, 용띠다. 인하대 건축공학과 출신으로 한진걸설에 몸담았던 그는 한진건설이 볼보 사업을 시작하면서 수입차와 인연을 맺은 업계 1세대다. 본격적으로 수입차시장이 늘어나는 시점에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으로, 수입차 협회 회장으로 회사와 업계 전체를 모두 아우르며 이끌어야 하는 그의 건투를 빌어본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