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에서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모델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미니다. 작지만 제법 비싸 이른바 럭셔리 소형 세단으로 불리는 모델이다. 영국 서민들의 친구로, 친근한 이미지를 가졌던 로버 미니에서 이제는 작지만 비싼 프리미엄 소형 세단으로 서민들과는 거리가 조금 멀어진 BMW 미니가 라인업에 새 모델을 추가했다. 클럽맨이다. 작은 사이즈를 조금 더 키워 왜건 스타일로 만들었다. 크기만 놓고 본다면 로버 미니는 미니, BMW 미니는 미디엄, 미니 클럽맨은 라지로 나눌 수 있겠다. 작아서 미닌데, 덩치가 커졌으니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 덩치가 산만해진 청년을 옛날 그대로 ‘꼬맹이’라 부르는 격이다.

워낙에 튀는 미니지만 클럽맨에 이르러서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정점에 이렀음을 느낀다. 어떻게 차를 이렇게 만들 수 있을까 놀라고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일단 예쁘다. 예쁜 디자인은 이 차의 가장 큰 장점이다. 어지간한 단점은 예쁜 외모가 다 덮어 버린다. 예쁘면 용서받을 수 있다. 여자를 말하는 게 아니다. 소형차에선 그럴 수 있다. 둥글둥글하면서도 각진 스타일이다. 헤드램프가 눈길을 끈다. 보닛을 열면 헤드램프 자리만 동그랗게 구멍이 난다. 원래는 보닛에 헤드램프가 달려 있었는데 모델 체인지를 거치면서 보닛에 구멍을 뚫고 헤드램프는 차체에 고정 시켰다. 필러는 수직으로 곧추섰다. A 필러만 살짝 각지게 기울었고 B, C, D필러는 수직이다. 실내 공간을 넓게 활용하고 강한 인상을 주는 데 효과적인 구성이다. 앞 뒤 오버행은 거의 없다. 앞 뒤 모두 타이어가 차체 끝으로 배치돼있어 휠하우스와 범퍼가 같이 만나고 있다.

예쁜 게 미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클럽맨의 가장 큰 특징은 도어에 있다. 이 차에는 숨겨진 도어가 하나 있다. 바깥에서는 절대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앞 문을 열어야 숨어있는 뒷문을 열수 있기 때문이다. 조수석 도어를 열면 숨어 있는 뒷문을 열 수 있다. ‘클럽도어’라고 이름을 붙였다. 운전석 쪽에는 뒷도어가 없습니다. 2.5도어라고 할 수 있다. 리어 게이트에도 미니의 마술같은 디자인은 이어진다. 풀사이즈 밴에나 적용할 것 같은 분할식 스플릿도어를 이 작은 차에 적용했다. 좌우로 나뉘어 문이 열린다. 오른쪽을 먼저 열고 왼쪽을 열게 되어 있다. 분할식 도어 때문에 룸미러로 뒤를 보면 거울이 둘로 나뉘어 보인다. 뒷좌석은 접을 수 있어 공간을 넓게 활용할 수 있다. 전체 차 길이가 기존 미니보다 240mm가 길어졌고, 뒷좌석 무릎공간도 80mm가 늘어나 실내에서 느끼는 체감 공간은 이전 미니에 비할 수 없이 넓다.

1.6ℓ 엔진에 최고출력은 175마력이다. 배기량을 고려하면 힘이 센 편이다. 제로백이 7.8초다. 빠른 편이다. 순발력도 있고 치고 나가는 힘도 좋다. 배기량을 감안하면 말이다. 제원표가 말하는 이 차의 최고속도는 시속 219km. 원하는 만큼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6단 자동변속기를 스포츠 모드로 세팅하면 rpm이 약 1,000정도 상승한다. 차가 긴장하는 것이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클럽맨은 경쾌한 발걸음을 재빠르게 옮긴다. 3단에서 시속 120-130km까지 올리면 자동 변속이 일어난다. 4단에선 140km부근에서 변속된다. 노면 홈을 따라 타이어가 흔들리는 느낌이 가끔 전해진다.

클럽맨은 핸들만 붙들고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된다. 패들시프트로 핸들 붙잡은 채로 변속할 수 있고 오디오도 조절할 수 있고 크루즈컨트롤도 작동할 수 있다. 손에 익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익숙해지면 손이 핸들을 떠날 일이 거의 없겠다.

정지상태에서 핸들을 놓고 출발하면 차가 오른쪽으로 쏠릴 때가 있다. 토크 스티어링 현상이다. 조향바퀴이면서 구동바퀴인 앞바퀴에 동력전달되는 과정에서 좌우측 길이가 다른 데서 오는 현상이다. 앞바퀴굴림 방식에선 피하기 힘든 특성이다.

체감속도가 실제속도보다 더 나가는 것은 여전하다. 낮은 속도에서 훨씬 더 다이내믹함을 즐길 수 있으니 좋은 일이라고 하면 억지인가? 단단한 서스펜션은 통통 튕긴다. 글러브를 벗고 맨주먹으로 샌드백을 치는 기분이다. 쇼크를 잘 덮는 게 아니라 전해지는 쇼크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전한다.

이 같은 흔들림이 계속 이어지면서 오래 이 차를 타면 나도 모르게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아주 편안한 승차감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겠다. 톡톡 튀는 감성 디자인에 하드한 성능, 타인의 시선을 만끽하고 싶다면 미니 클럽맨은 훌륭한 선택이다.

DSC(전자식 주행안정장치)를 작동하고 안하고는 큰 차이가 있다. 작동시키면 코너에서 버티는 힘이 좋다. 이상 움직임이 일어나면 즉시 개입해 브레이킹과 출력 조절 등으로 차의 안정을 지켜낸다. DSC를 끄면 차가 쉽게 미끄러진다. 안전을 위해서는 항상 이를 작동시키는 게 좋다. 이를 꺼야 차가 미끌리는 것을 느끼며 즐길 수 있다고 있는 DSC를 끄고 달리는 이들도 없진 않지만 권할 일은 아니다. 안전장치가 있다고 안전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나, 있는 안전장치도 작동시키지 않고 운전실력을 뽑내는 것은 교만이다.

연비는 12.2km/l다. 수입차 시장에서 이 연비면 만족할 수준이지만 체감연비는 이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런플랫 타이어가 채택됐다. BMW는 유난히 런플랫 타이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럿플랫 타이어를 쓰면 스페어 타이어가 필요없다. 펑크가 나도 시속 80km 속도로 150km를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펑크난 런플랫 타이어를 수리해서 쓸 수는 없다. 교체해야 하는 것이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또 런플렛 타이어는 일반 타이어 보다 더 무겁다. 때문에 연비개선 효과는 그리 크기 않다.

판매가격이 4,100만원. 작다고 싼 차는 아니다. 프리미엄 소형 세단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자신만의 틈새를 찾아 당당히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예쁜 차 가 바로 미니다. 클럽맨은 미니 라인업의 정점에 서있는 모델이다. 도심에서 여럿이 어울려 이동하고, 클럽에 몰려갈 때 훨씬 유용하겠다. 젊은이들이 이 차에서 쏟아져 나오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흐믓해진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시끄럽다. 실내는 조용하다고 할 수 없다. 바람 소리, 엔진 소리가 실내로 꽤 파고 드는 편이다. 쉬지 않고 수다를 떠는 미녀같은 차다. 그래도 “예쁘니까 용서한다”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차의 오너가 돼야 한다. 의외로 그런 사람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