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TDI를 만났다. 폭스바겐 디젤 TDI 세미나가 열리는 경남 남해까지 골프 TDI를 타고 달렸다. 만개한 벚꽃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듯 달리는 호사를 누렸다. 대게 이런 경우 서울 근교에서 행사를 치르게 마련이다. 이동 중에 추가로 주유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먼 곳을 피하는 것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장장 400km에 달하는 거리를 행사 장소로 택했다. 폭스바겐의 TDI에게 그 정도 거리는 중간 주유 없이도 충분히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장소다. 사실 그랬다. 서울을 출발 할 때 풀을 가득 채운 연료통은 400여 km를 달려 남해에 닿았을 때 겨우 절반이 비었을 뿐이었다. 여차하면 다시 서울로 그대로 돌아와도 될 정도다. TDI의 연비 수준을 몰랐던 바 아니나, 제원표상의 숫자로만 느끼는 것과 장거리를 실제로 운전하며 체감하는 것과는 느낌의 강도가 다르다. 폭스바겐이 노렸던 것도 바로 이점이다. 직접 느껴보라는 것. 4m를 겨우 넘는 길이는 소형차의 전형이다. 길이가 아반떼 XD보다도 짧다. i30와 비교해도 근소한 차이로 i30가 길다.
골프는 해치백의 전설이 아닌가. 그래서 현대자동차가 굳이 골프와 비교하겠다며 i30를 들이미는 것이다. 그렇게 좋은 차와 비교해도 i30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이다. 비교 마케팅은 그러나 잘못하면 경쟁사의 우수함만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골프가 우수하다고현대가 말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것.경쟁 상대로 지목된다는 건 그만큼 객관적으로 우수함을 인정받는다는 말이다. 많은 차들이 골프를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비교하고, 낫다고 주장하는 현상을 뒤집어 볼 필요도 있다는 말이다. 적들의 인정을 받아야진정한 강자다. 골프는 작다. 다섯이 타고 먼 길 가기엔 좀 그렇다. 성인 넷이 타면 그런대로 움직일만하다. 골프 트렁크에 골프백을 넣으려 하다간 짜증 제대로 난다. 뒷 시트를 접어야 골프백을 실을 수 있다. 차 이름 골프와 작대기 들고 노는 골프와는 의미가 다르다. 폭스바겐의 차 이름 ‘골프’는 멕시코만에 부는 바람의 이름이다. 바람의 이름으로 차 이름을 짓는 게 폭스바겐의 전통. 그렇다면 폭스바겐이야말로 바람둥이의 차가 아닌가.
140마력의 힘은 공차중량 1,596kg의 차체를 거침없이 끌고 간다. 시속 200km까지 무시로 넘나드는 힘은 저속, 고속에서 두루 빛을 발한다. 탱탱한 탄력은 저속에서 고속까지 시종일관이다. DSG(Direct Shift Gearbox)는 강력하고 재미있다. 토크 컨버터가 없는 자동변속기로 수동과 유사한 성능을 보인다. 변속시간이 0.02초라는 게 폭스바겐측 설명이다. 이 정도면 변속 시차가 아예 없다고 봐도 좋겠다. 바로 이점이 골프를 비롯한 폭스바겐 TDI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연비가 우수한 것도, 변속 충격을 거의 느낄 수 없는 것도 DSG 덕이다. 마음껏 가속페달을 밟아도 연료 소모율은 정속주행 때와 큰 차이 없다. 골프 TDI의 연비는 15.7km/ℓ. 경유값이 휘발유 값에 육박한다고는 하지만 경제적 메리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디젤 가격이 휘발유 값과 같아진다고 해도 디젤엔진의 연비가 가솔린 엔진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사실을 뒤집을 수는 없다.TDI는 터보 디젤 인젝션의 머릿글자다. TDI의 핵심은 2,050 바의 고압으로 연료를 분사하는 펌프노즐과 파일럿 인젝션. 펌프노즐을 이용해 고압 분사로 연료를 잘게 쪼개 연소효율은 크게 향상시켰다. 파일럿 인젝션은 약간의 연료를 미리 분사한 뒤 다시 본격 분사하는 방식으로 소음과 진동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오종훈의 單刀直入바람의 이름을 따서 지은 차라서 그런가. 멕시코 만을 휘감아 도는 바람을 고속주행할 때면 느낄 수 있다. C 필러를 감아도는 바람. 모든 해치백들의 태생적 약점이기도 하다. 특히 고속에서 실내로 파고드는 바람 소리가 만만치 않다. 차는 안정적이나 커지는 바람 소리에 가속페달을 더 밟기 어려울 정도. 400km에 이르는 먼 길을 짧은 시간에 달릴 수 있었지만 차에서 내리는 순간 밀려드는 피곤함은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