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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소한 디자인에 반짝이는 기술, 혼다 어코드 3.5

혼다어코드를 다시 만났다. 어코드는 혼다의 한국진출 당시 첨병이었다. 어코드는 미국 현지생산에 나선 최초의 일본차로 유명하다. 혼다에게는 그만큼 상징적이면서도 자신있어하는 모델이다. 한국에 처음 들어올 당시 모델이 7세대, 이번에 새로 변한 모델이 8세대다.

8세대 모델에서 가장 큰 변화는 크기다. 전체 길이가 4945mm로 5미터에 육박한다. 7세대 모델에 비해 80mm가 길어졌다. 현대 그랜저가 4895mm인데 이보다도 길다. 아우디 A6, BME 5시리즈, 벤츠 E 클래스 등도 길이만 놓고 보면 어코드가 길다. 폭도 25mm가 넓어져 전체적으로 차가 커졌다는 인상을 준다. 크기만 놓고 본다면 대형 럭셔리 세단급이다. 적어도 한국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좋아하겠다. 한국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큰 차를 좋아하는 특성을 보여왔다.

어코드는 화려하거나 현란하지 않다. 단정하고 심플한 디자인이다. 검소하기조차 하다. 군더더기 없이 꼭 필요한 것, 있어야할 것들로 안팎을 채웠다. 사이드 뷰에서 강조한 숄더라인이 사치스럽게 보일 정도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의 플라스틱 커버가 차체라인 바깥으로 돌출되어 있는 형상이 특이하다. 눈이 튀어나온 개구리같아 보인다.

혼다의 검소함은 인테리어에서 더욱 돋보인다. 덩치는 커져서 실내 공간도 적지않게 넓어졌는데 인테리어의 단촐함이 어딘지 어색하다. 넓은 아파트에 변변한 가구가 없는 형상이라고 해야할까. 검소한 부잣집 응접실 같다고해야할까. 어쨌든 어코드의 운전석에 앉았을 때, 사치스럽다거나, 화려함, 호화스러움을 느낄 수는 없다.

어코드의 검소함은 변속레버에서 정점을 이룬다. 팁트로닉이 기본처럼 인식되는 요즘, 보란듯이 일자형 변속레버를 장착했다. 보는 이가 당황스러울 정도다. 오버드라이브니, 파워모드니 하는 추가기능 버튼도 없다. 스포츠모드를 원하면 변속레버를 하나 내려 D3를 선택하면 된다. 혼다의 고집, 검소함, 실용성, 그리고 솔직함을 이 변속레버에서 읽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차의 힘이 느껴진다. 최고출력 275마력. V6 3.5 엔진이다. 비슷한 배기량으로 300마력을 넘는 힘을 내는 차들과 비교하면 내세워 자랑할 힘은 아니다. 하지만 힘 세다도 좋은 엔진이라고 인정해주는 세상이 아니다. 효율이 좋아 연료를 적게 먹고 이산화탄소를 유해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엔진이 좋은 엔진이다. 그런면에서 어코드의 엔진은 최고수준이라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이렇다.

혼다는 VCM 이라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를 어코드 3.5에 기본장착하고 있다. VCM는 Variable Cylinder Management 의 약자로 가변 실린더 장치로 말할 수 있다. 발진 가속 등 큰 힘이 필요한 상태에서는 6개의 실린더가 모두 작동을 하고 고속 순항시에는 3개의 실린더만 작동하고 나머지 3개 실린더로는 연료가 보내지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4개의 실린더가 작동하는 경우도 있다. 상황에 따라 큰 힘을 내기도 하고, 연료를 아끼는 친환경차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작동하는 실린더가 “그때 그때 달라요”인 셈이다. 이에 힘입어 이 차는 3.5리터임에도 9.8km/l의 연비를 구현할 수 있었고, 친환경자동차로 인증받을 수 있었다.

계기판에 파란등이 에코 표시가 되어 있는 것은 바로 VCM 때문이다. 시속 100km 정속 주행을 할 때 rpm은 2,000을 가르킨다. 변속기를 D3로 내려 힘을 더 불러온 상태에서 시속 100km 정속주행하면 3,600rpm을 보인다. 에코 표시가 없으면 모를까, 그 표시가 있어서 운전을 할 때에는 항상 조심하게 된다.

어코드의 인상적인 점중 하나는 민감한 스티어링 성능이다. 핸들작동에 차체가 예리하게 반응해 재미있었다. 운전하는 즐거움을 줄 수도 있는 차라는 말이다.

거칠게 킥다운을 하면 차의 반응이 재미있다. 힘이 즉시 분출되는 게 아니라 힘이 잠시 모이다가 폭발하는 느낌이다. 풍선 같은 곳에 힘이 모였다가 터져 나가는 것 같은 느낌. 가속페달을 밟아도 힘이 모이는 잠깐동안의 시간이 필요하다. 멈칫 한 뒤 힘이 터지는 것이다. 오히려 차를 부드럽게 다루면 리얼타임의 반응이 나온다. 무조건 때려 밟는 게 능사는 아니란 말이다. 살살, 달래가면서 다루면 만족할만한 성능을 보였다. 고속주행을 해가며 차를 괴롭혀도 차체는 가소롭다는 듯 너끈히 받아 낸다. 섀시의 강한 강성은 보이지 않는 숨겨진 강점. 혼다의 자랑인 ‘G-CON’ 기술이 적용돼 엔진과 연료탱크 등이 최대한 낮게 자리했다. 무게중심을 낮춰 주행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어코드3.5의 판매가격은3,940만원,어코드2.4는 3,490만원이다.국산차와의 가격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다. 쏘나타 F24S의 최고 사양이2,953만원,그랜저 L330이 3,597만원이다. 이쯤돼면 쏘나타나 그랜저 살 사람들이 한번쯤 고민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오종훈의 단도직입
변속기를 후진으로 옮기면 삑 하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린다. 안전띠를 메지 않아도 이 귀찮은 소리는 나온다. 소리 자체를 덜 자극적이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시속 140km 이상으로 고속주행하면 차장을 파고드는 바람소리가 크다. 때로 피리소리도 들린다. 크기만 놓고 보면 최고급 럭셔리 세단 저리가라할 정도지만 트렁크 안쪽에 마감재를 쓰지않아 맨 철판이 노출된 것을 보면 고급차는 아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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