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에 단속 유보 민원으로 일단 위기 넘겨


지난해 말 용인은 느닷없이 쳐들어온(이 상황에선 이 표현이 정말 제격이다) 용인시 공무원들로 인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이유인즉슨 레이싱팀에서 레이싱카를 정비 및 관리하는 것이 불법이므로 단속을 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사진을 찍고 현행법을 읊어대는 그들에게 아무 항변도 하지 못한 것은 바로 레이싱팀의 주인(?)들이었다.
얘기인즉슨 이렇다. 자동차를 유지 관리 정비할 때는 국토해양부(전 건설교통부:이하 국토부)의 자동차관리법에 따르게 되어있다. 차량의 관리는 1급부터 3급까지 정비업소에서 하도록 되어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카센터의 경우 3급 정비업소이다.


그러나 도로를 주행하지 않는 차량, 즉 경주차처럼 서킷에서만 운행한다든가 아니면 공장같이 사설 부지 안에서만 운행하는 차량들의 경우는 이러한 제한을 받지 않았다. 예외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경주장에서 시합에 나가는 차들은 전부 에버랜드 근처의 팀 캠프에서 정비 및 관리가 이루어진다.
그런데 그 팀이라는 곳이, 즉 레이싱팀 캠프라는 곳이 정비업소 허가를 받아 운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예외 조항에 해당되는 ? 도로가 아닌 경기장에서만 운행하는 ? 경주차를 관리하는 곳이었기에 굳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껏 경주차들은 번호판이 없이 무등록 상태로 운영되어 왔다. 당연히 경기장까지는 트럭이나 트레일러로 실어 나르는 수고가 따르긴 했다.


그런데 그 법이 어느 날 바뀐 것이다. 예외 조항이 사라지고 나니 허가받은 정비업소가 아닌 팀에서 경주차를 정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된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그 법이 바뀐 줄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것도 1년 반 전(2006년 6월)에 생긴 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더군다나 거의 유일한 경주장인 셈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불법 단속 때문에 2008년 경기개최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일이 더 꼬이게 됐다. 경기장에서 임대를 안주면 당연히 경기가 열릴 수 없게 되니 이것보다 큰 일이 어디 있겠는가?
당황한 선수들이나 레이싱팀 관계자들이 가장 먼저 연락을 취한 곳은 다름아닌 한국자동차경주협회(KARA)였다. 자동차 경주인들의 대변기구인 KARA 또한 법이 개정된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KARA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 사단법인이다. 과거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자동차협회(KAA)에서 떨어져나오면서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관부)에 자리를 튼 것이다. 외형적으로 봐서는 모터스포츠도 하나의 엄연한 체육종목이니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모터스포츠는 자동차를 매개로 해서 이루어지는 경주다 보니 국토부가 정한 법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기도 했다. 이번 일도 자동차관리법이 바뀌는 상황에서 일어나다 보니 소속이 다른 KARA는 법이 바뀌는지 바뀌었는지도 전혀 알지도 못했던 것이다.


지경이 여기에 이르다 보니 선수들은 또다시 한국모터스포츠연합회(http://cafe.daum.net/komoa/이하 연합회라 함)를 만들어 대응하기로 한다. 왜 ‘또다시’라고 하는가 하면 지금껏 선수들 및 자동차 경주 종사자들은 어느 중요한 현안이 나타날 때마다 뭉쳐서 스스로 어려움을 헤쳐 나왔기 때문이다. 이번 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이 생기면 가장 위기를 맞는 것이 바로 현직에서 일을 하고 있는 선수 및 팀 관계자들이다. 그 일이 그들에겐 생업이다 보니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합회와 KARA간에는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이게 된다. 매년 회원(여기서 회원이라 함은 선수, 미캐닉 등등 속칭 그들이 말하는 모터스포츠인들이다)들의 회비를 받고 그 회원들을 위해 활동해야 하는 주관단체와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자동차관리법이 국토부 권한이기 때문에 문관부 산하단체인 KARA가 할 수 있는 일이 처음부터 제한되어 있는 상태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첫번째는 일이 막 벌어져 시끄럽던 지난해 12월 4일 KARA가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에서 비롯된다. 요점은 추후 레이싱카 등록 및 말소비용을 받겠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연합회측은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법이 바뀐지 1년 반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다가 레이싱카 정비가 불법이라 단속을 받고 있고 또 이를 이유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경기 개최에 난색을 표한 상황에서 차량등록 및 말소를 이유로 수수료를 챙기겠다는 협회에 분개한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두번째는 해가 바뀐 2008년 2월 28일 KARA가 발송한 보도자료로 인해 일어났다. KARA는 28일 그동안 용인시가 레이싱팀 캠프에서 행해지는 경주용 자동차(일반도로를 주행하지 못하는 차)에 대한 단속 근거를 주무부처인 국토부에 질의한 결과 “도로를 주행하지 않는 경주용 자동차의 대회목적 등으로 별도의 점검 및 정비에 대해서는 자동차관리법에서 제한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이 공문을 용인시 및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 발송했다고 공개했다. 그 내용에 따르면 용인시가 관련법을 확대해석하여 일어난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 내용은 몇몇 자동차 관련 언론에 여과없이(?) 소개되었다.


그러나 이 내용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면서 연합회의 KARA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게 된다. 연합회측에서는 “명색이 협회라 하면서 회원보호를 위해 아무 힘도 쓰지 못하면서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서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만난 몇몇 레이싱팀장들은 협회에 대한 강한 논조로 비판을 하곤 했다.
결국 3월 19일 용인 tni motors 사무실에서 연합회 회원들과 KARA와의 만남이 이루어졌고 KARA 한영수 부회장이 “협회에서 배포한 불법정비 해결에 대한 건이 잘못되었음을 사과하고 협회에서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경주용자동차 정비 불법 사건에 관한 행정소송에 대해 연합회에서는 일단 진행치 아니하고 협회의 진행 사항을 지켜보기로 운영진회의에서 결정하게 된다.


결국 이 건은 연합회가 나서 용인시에 동일한 단속행위를 유보해줄 것을 민원제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레이싱카의 자동차관리법 적용규정은 엄격히 말하면 유예를 둔 것이기 때문에 근본적인 법 개정이 일어나지 않는 한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시한폭탄과 같다. 세계 자동차 생산국 순위가 5~6위를 다투는 나라에서 모터스포츠가 이렇게 천대받는 특이한 상황에서 이번 파동은 국내 모터스포츠가 가야 할 길이 얼마나 멀고 험한지 확인할 수 있는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상역 dd@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