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 없이 이엠지가 화제다. 그것도 생소한 레이싱 분야에 갑자기 뛰어든(이렇게 밖에 표현할 수 없다) 회사이기에 더 그렇다. 물론 레이싱에 뛰어든 것이 이상할 수도 뭐라 할 수도 없다. 단지 좀 생뚱맞기 때문이다.

17일 굿이엠지는 ‘A1그랑프리'(A1 Grand Prix, 국가 대항 포뮬러 레이싱)의 프로모션권을 인수, 자동차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척박한 국내 모터스포츠 분야로 봐서는 반갑고 또 박수를 쳐야 할 소식이다.
그러나 무조건 반갑게만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모터스포츠와 별로 가까워 보이지 않던 회사가 왜 갑자기 자동차 경주를, 그것도 포뮬러 경주에 뛰어들었나 하는 점이다. 더군다나 상대는 A1 그랑프리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 우선 A1이 어떤 경기인지부터 알 필요가 있다.


A1은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경주라 할 수 있는 F1 그랑프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포뮬러 경주이다. 아랍에미레이트의 막툼 왕자가 CEO로 참여하면서 자금 및 조직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시작부터 화제가 되었던 경주다.

이 경기가 또 화제가 되었던 것은 F1이 컨스트럭터 위주의 경주인 반면 A1은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가 대항전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자국 선수 및 팀이 국가대표로 나서 세계 각 나라를 대표한 선수들과 한판 맞짱(?)을 뜨는 것이니 관심을 끌 만도 하다. 참여국도 미국, 영국, 일본 등등 나로라 하는 나라들이 다 참가하고 있으니 참여한다 해서 체면이 깎일 일도 없어보인다.

F1이 1천마력이 넘는 반면 A1 경주차는 절반인 520마력 정도이지만 최고시속은 300km를 넘는다. 그러나 가장 큰 장점은 엔진 등 주요 부품들을 한 회사 제품으로 통일해 경쟁을 줄이는 대신 비용을 최소화했다는 점이다.


이 정도면 참가하는 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이나 A1은 참가하는데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
비용이 F1에 비해 적다 뿐이지 그 비용이 만만하다는 것은 아니다. 자그마치 200억원이다. 아직 우리에겐 그 비용을 감당한 사회적 공감대나 인프라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 아직 홍보가 안되어있고 또 그 비용을 감당한 후원사를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선 확실한 답을 줄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 시합을 열 것인 가이다. 그 정도 규모의 자동차 경주를 열려면 무엇보다 경기장이 우선이다. 국내에는 경주장이라곤 두 군데밖에 없다. 그 중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는 국제 경기를 열기엔 턱없이 부족하고 태백 스피드파크는 너무 멀어 관중을 동원하는 경기를 열기가 쉽지 않다. 결국 A1이 국내에서 열리려면 시가지 서킷을 조성하거나 경기장을 새로 건설해야 하는데 이는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현재 전남에 F1 서킷을 건설하는 문제도 자금 확보 때문에 비상이다. 전남도와 주최 회사는 특별법을 통과시켜 비용을 충당하려 했으나 국회로부터 일언지하에 거절당해 난처한 처지에 처해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A1의 앞길은 더욱 험난해 보인다.

선수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아주 낮은 수준의 포뮬러 경주인 F1800을 치러왔다. 그러나 이 경주도 지난 몇 년간 저조한 참여대수로 근근이 명맥을 이어오다가 올해부터는 사라졌다. 시쳇말로 국내 자동차경주에서 리타이어된 것이다. 2010년 F1을 열겠다고 온 동네 소문 다 내고 국내 선수 키운다고 자동차경주협회까지 나서 요란을 떤 것치고는 너무 창피한 결과라 아니할 수 없다.
상황이 이러할 진데 누굴 우리나라 대표선수로 발굴해 간판으로 내세울 것인가? 선수 한 명 키우는 것이 한두 해 뚝딱거려 될 문제가 아닌 상황에서 F1을 대항하겠다 생겨난 A1 선수가 한 순간에 탄생할까도 걱정이다.



굿이엠지측은 A1에 뛰어든 이유가 수익원 확보를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주력 사업이던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여성복 업체 리더스피제이와의 합병이 무산되면서 신규사업 진출이 회사의 가장 큰 고민이던 차에 A1 그랑프리 프로모션권을 인수, 경주를 유치하고 그에 대한 광고 수익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굿이엠지는 말 그대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면서 최근 수입차(엄격히 말하면 병행수입 및 부품사업에 가까운 것같다) 사업에까지 뛰어든 회사다. 가수 신화, 이예린, 코미디언 정재환, 이창명, 이병진 등이 소속되어 있다. 회사의 배경은 삼부토건이다.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둘째 아들인 조시연 삼부토건 전무가 신규 이사로 참여하면서 더 관심을 모으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건설경기 퇴조로 건설사들이 어려운데 A1 진출은 굿이엠지 외에 삼부토건에게도 무리수가 될 수도 있다.


과연 이엠지가 우리나라 모터스포츠 현실을 알고 뛰어들었는지, 그리고 모터스포츠수익사업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떤 결과가 있을지 예측 및 분석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태백 스피드파크의 현 주소를 보면서 타산지석을 삼을 필요도 있다. 엘림레저통상이 태백 스피드파크를 인수하자마자 지난해 일본의 유명 자동차경주인 슈퍼 GT를 개최했다. 개막 첫 축포가 외국 유명 경기 유치였던 것이다. 그 대회는 관중동원 및 후원사 확보에 실패한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자금난까지 가지고 왔다. 그 후 얼마 안가 모기업 KT건설이 부도가 나면서 태백 스피드파크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이나 경제 규모를 볼 때 모터스포츠의 발전은 기대해볼 만하다. 그러나 그 시작과 방법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회사들이 실패를 맛봤다. 그 이유는 사전지식과 충분한 준비 없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모터스포츠의 경우 외국의 선례를 보면 당연히 성공할 확신이 설 테지만 그 것을 우리나라에 접목시키는 데에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고 덤볐으면 한다.

이상역 dd@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