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다보면 여러 사람들을 보게 된다. 막히는 길에서 차분히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밀리지만 교통이 막히는대로 흐를수 있는 것은 이처럼 대다수 운전자들이 질서를 지키기 때문이다.
가끔 중간에 끼어드는 얌체들도 있다. 혹은 중앙선을 넘어서 달리거나,버스 전용차로를 승용차로 보란 듯이 달리는 배짱 좋은, 그러나 양심은 없는 운전자들도 보게 된다. 이유야 어찌됐건 줄서서 차근차근 가는 운전자들에게는 속 뒤집히는 일이다. 그렇다고 나도 그렇게 하자니 그럴 배짱이 없다. 큰 맘 먹고 핸들을 잡아 돌리려다가 그만 둔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검정색 대형 세단을 타고 나혼자 편하려고 질서고 뭐고 팽개치고 버스 전용차로를 마구 내달렸던 사람이 중앙선거관리위원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왔다. 제갈융우 씨다. 검사장까지 지낸 인사다. 청문회에 따르면 그는 2002년도 한 해에만 버스전용차로 위반, 중앙선 침범 등 10여건을 위반했다고 나온다. 그는 자신의 운전 기사 탓을 하다가, 스스로 운전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가 법률가로서 탁월한 능력을 갖췄고 중앙선관위원을 맡을 능력은 있을지 모르겠으나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질은 불량이고지도자 혹은 고위 공직자로서는 자격 미달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버스 전용차로를 위반하고 생명선이라는 중앙선을 넘나들 정도의 천박한 양심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공공의 이익을 다루는 일을 할 수 있을까.그의 기본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순간적인 편의를 위해 법을 어겼다는 것은 고위 공직자로선 자격 미달임을 말해주는 증거다. 특히나 법률가가 그랬다면 더 큰 문제다. 속도를 즐기고, 운전하기를 좋아하는, 돈도 많아서 그까짓 범칙금이나 과태료 몇 푼 무섭지 않은, 검사를 지낸 변호사여서 법도 우습게 보는 천박하고 오만방자하고 수준 낮은 졸부에게 나랏일을 맡기는 것은 옳지 않다.
제갈융우 후보자는 선관위 일을 맡아 고생하는 것보다 그냥 자신이 좋아한다는 운전이나 즐기는 게 낫겠다. 속도를 내고 운전하기 좋은 차를 사고 싶다면 좋은 차를 추천해줄 용의가 있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