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딜락이 부활할 조짐이다. 분당과 일산에 새로 전시장을 내고 판매도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다. 예전같지 않은 활기가 느껴진다. 한국에서의 부진을 털어내고 시장 탈환에 본격 나선 모양새다. 그 선두에 캐딜락 CTS가 있다.
캐딜락은 럭셔리 브랜드다. 미국차로는 최고다. 화려했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의 GM이나 캐딜락의 처지가 쪼그라들었지만 그래도 캐딜락은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이다. 캐딜락 탄다 하면 성공했다고 인정받을 만하다. 럭셔리 브랜드가 노리는 점은 바로 이런 부분이다. 굳이 자질구레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 바로 브랜드 파워다. 그런 면에서 캐딜락의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살아있다 하겠다.
캐딜락 CTS는 GM마케팅의 분수령이었다. 매트릭스 2를 기억하는 사람은 이 차를 안다. 그 유명한 고속도로 추격신에서 나왔던 차가 바로 이 차다. 30여대의 차들이 뒤집어지고 깨지는 엄청난 스케일의 장면은 사람들의 뇌리에 캐딜락이라는 차의 이미지를 강하게 각인시킨다. 가장 성공적인 PPL 사례로 꼽히는 경우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주문해도 제때 공급을 맞추지 못해 고객들이 기다리다 등을 돌려 버리는 사태에 이른 것. 그때부터 한국에서 GM의 부진은 본격화 된다. 이제 CTS가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앞에 왔다.
옆에서 이 차를 보면 앞으로 쏠리는 쐐기형이다. 보디를 구성하는 각 철판 사이의 거리가 3mm로 일정하다. 캐딜락이 특별히 신경을 쓴 부분이다. 각진 모습은 이 차는 물론 캐딜락의 특징이다. 세로로 세워 배치한 헤드램프도 마찬가지로 캐딜락 디자인의 특징중 하나다. 리어 컴비네이션 램프도 세로로 배치됐는데, 브레이크를 밟을 때 뒤에서 보면 빨간 사각형이 그려집니다. 좌우의 브레이크 램프, 트렁크 윗부분과 범퍼 아래에 자리한 브레이크 등이 만드는 사각형이다.지붕 면적의 70%를 차지하는 선루프는 시원한 실내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자연과 교감하는 자동차의 이미지를 느낀다면 그건 선루프 덕이다.
잘짜여진 인테리어는 편안하다. 가죽과 나무는 럭셔리카 인테리어의 기본 공식이다. 가죽시트와 나무가 섞인 대시보드는 고급스럽다. 센터페시아에 자리한 모니터는 8인치다. 가장 작은 노트북 모니터가 7인치인데, 그보다 큰 8인치 모니터다.
센터페시아 구성이 좋다. 송풍구 위치를 센터 페시아 옆에 세로로 배치했다. 쏘나타 트랜스폼의 송풍구가 이와 매우 유사하다. 쏘나타가 캐딜락을 카피한 것이다. 창의성, 아이디어의 빈곤은 결국 카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태도로는 절대 선두를 차지할 수 없다. 바로 현대차의 한계다.
센터 콘솔 안에는 40기가 하드디스크가 있다. 아이팟을 연결하면 바로 오디오와 연결해 들을 수 있다. 휴대용 USB 저장장치에 있는 MP3 음악파일도 바로 재생할 수 있다. 컴퓨터가 점점 자동차와 친해지는 증거다. 뒷공간은 좁은 듯 하다. 차체가 크지 않을 분 아니라 센터 터널까지 지나가 더 좁게 만든다. 이 차에는 워셔액을 순간적으로 60도까지 데워주는 기능이 있다. 추운 날에 아주 유용한 장치다. 아이디어가 좋다. 별게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적어도 다른 차에는 없는 것이다. 남의 것 베끼는 게 아니라 나만의 것을 찾아 치열하고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짜냈다는 말이다. 와이퍼에는 레인센서가 있어 비가 오는 양에 맞춰 자동조절된다.
어댑티브 라이팅 시스템도 있다. 차가 방향을 틀면 그 방향으로 헤드램프가 비춰준다. 현대 제네시스에도 이 기능이 있다. 그동안 국내 법규 미비로 장착할 수 없었던 이 장치가 제네시스 출시에 맞춰 규제가 풀렸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다.
304마력이라는 성능이 가장 먼저 와 닿는다. 3.5리터 엔진에 이 정도 힘을 내는 차는 인피니티 G35 정도가 있을 뿐이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차는 거칠게 튀어 나간다. 숨겨진 야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속도가 빨라져 잠깐 눈을 떼고 앞을 보고 나면 속도계가 팍팍 올라간다. 시속 200km는 금방 넘어선다. 달리는 내내 300마력의 힘을 실감했다.
1단 60km/h, 2단 120lm/h, 3단 180km/h에서 각각 변속이 이뤄진다. 일상주행에서는 변속이 부드럽지만 일단 킥다운이 걸리면 거칠어진다. 확실하지만 거친 변속이다. 킥다운에서 부드럽다면 오히려 그게 문제다. 제로백이 6초가 채 안걸린다. 가속을 하면 빵빵한 힘이 엉덩이로 핸들로 즉각즉각 전해온다. 스티어링휠은 조금 크다. 스티어링이 크면 차가 굼뜬 느낌을 받게 되는데 이 차는 그렇지 않다. 약간의 시간차가 느껴지는 것은 세단 고유의 특성이다. 스포츠카의 민감한 핸들링은 아니다. 고성능이지만 고급 세단의 조향성능을 가졌다. 헤어핀 코너를 도는데 타이어가 비명을 지른다. 약한 언더스티어링이 느껴진다. 내경과 행정이 94 x 85.6mm인 쇼트 스트로크 엔진이다. 펀치력 좋은 구조로 스프린터형에 어울리는 엔진이다. 차의 성능에 딱 맞는 구성이다. 트레드는 앞이 좁고 뒤가 넓다. 극단적으로 보면 F1 머신들이 이런 체형이다. 구동축을 넓게 잡아 안정감을 주고 조향바퀴는 좁게해 조향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기본형이 5,340만원, 프리미엄이 5,890만원이다. 가격 기준으로 경쟁차를 꼽아본다면. 아우디 A4 2.0 콰트로, 300C3.5, 링컨 MKX, 푸조 407HDi 2.7, 벤츠 C200k 아방가르드, C230 아방가르드, G37 쿠페, S80 3.2, 재규어 X 타입, 파사트 V3.6 4모션 등이 있다. 매우 치열한 시장이다.적어도 이 차들과 비교할 때 성능면에서는 캐딜락 CTS가 선두권에 든다고 할 수 있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조립품질은 럭셔리 세단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수준이다. 실내 지붕 모서리 마감이 단적인 예다. 손으로 더듬어 보면 재질의 단면이 그대로 노출돼 촉감으로 전해져 온다. 고객를 들이밀어 보면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하나더. 트렁크 안쪽이다. 스피커가 장착되는 트렁크 안쪽 위를 보면 맨 철판이 그대로 노출돼 있다. 긴 나사도 드러나있다. 골프백이라도 넣어두면 상처가 날 것 같다. 그나마 뾰족한 나사가 드러났던 사브 9-3보다는 낫다고 해야할까. 조금은 어이없는 일이다. 큰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럭셔리 세단임을 자랑하는 캐딜락이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진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