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의 반란은 어디까지일까. 오늘의 시승차 벤츠 S320 CDI는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환경오염의 주범 오명을 썼던 디젤엔진이 이제는 친환경 엔진의 대표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그뿐아니다. 디젤엔진은 상대적으로 저급하다는 인식이 있다. 한국에서는 럭셔리 세단과 디젤엔진은 맞지 않는 궁합이었다. 이젠 아니다. 최고의 럭셔리세단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벤츠 S 클래스에 디젤엔진이 장착됐다. 최고급 차에도 보란듯이 디젤엔진을 장착한 것이다. 벤츠는 이미 77년에 S 클래스에 터보디젤 엔진을 적용했던 바가 있다.

디젤엔진이 친환경 엔진으로 각광 받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연비. 디젤엔진은 강한 압축으로 스스로 폭발하는 방식이어서 휘발유 엔진에 비해 적은 양의 연료를 소모한다. 게다가 디젤엔진은 지구온난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물론 질소산화물과 미립자 물질이 많이 배출되는 문제가 남는다. 미립자 물질은 필터를 이용해 상당부분을 걸러내는 단계에 이미 와 있다. 질소산화물은 요소를 이용해 질소로 환원시키는 기술이 완성단계에 있다. 과거 디젤 엔진이 갖는 문제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결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디젤 엔진이 이처럼 친환경적일 수 있었던 데에는 커먼레일 디젤의 영향이 컸다. 힘은 키우고 연료소비량은 줄여 효율을 크게 높였고 배기가스에 포함된 유해물질은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 고회전 영역에서 보다 정밀하게 엔진을 제어할 수 있게 된 것도 커먼레일의 효과다. CDI는 벤츠의 커먼레일 디젤 인젝션 방식. S 클래스에까지 CDI 엔진이 올라간 것이다.

5미터를 살짝 넘는 길이는 다른 S 클레스 모델보다 10cm가 작아졌지만 S 클래스의 위엄은 여전하다.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보디컬러를 섞은 리어컴비네이션 램프에는 S 클래스만의 아우라가 있다.

공간은 넉넉하다. 뒷좌석에 앉아 시트에 몸을 파묻으면 이 차의 주인이 된듯한 착각에 빠진다. 편하다. 오디오와 공조 스위치를 뒷좌석에서 조절할 수 있어 좋다. 센터페시아 위쪽으로 자리한 모니터는 해상도가 높아 훨씬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 모니터를 통해서는 다양한 정보들이 표현된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오디오, 비디오, 전화, 자동차의 각종 시스템 설정까지 보여진다. 이런 장치들을 조절할 수 있는 커맨드 시스템은 사용하기 편하다. 굳이 눈을 돌려 조그셔틀을 보지 않아도 모니터만 보면서 작동할 수 있다. 게다가 이 모니터는 운전석 혹은 조수석 쪽으로 방향을 돌릴 수 있어 훨씬 유용하다. 모니터를 살피다가 그 선명함에 반했다. 차 안에서 영화 한편 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선명한 모니터 때문이었다. 조잡한 화질이 아닌, 깔끔하고 선명한 화질의 모니터가 마음에 든다.

가죽과 나무. 럭셔리 세단의 실내 인테리어 공식은 여기서도 어김이 없다. 나무는 잘못 사용하면 고급감이 떨어진다. 현대 제네시스가 그런 경우다. S 클래스 인테리어에 적용된 무늬목은 질감이 다르다. 눈으로 봐도, 손으로 만져도 고급이다. 이 차는 굳이 선팅을 하지 않아도 좋다. 햇볕 가리개가 있어서다.

운전석에서 소리만으로 이 차가 디젤엔진인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조용하다. 진동도 부드럽다. 소리를 잘 막아 실내로 파고드는 것을 차단한 결과다. 바깥에서 듣는 소리는 훨씬 크다. 흔히 디젤엔진의 정숙성을 칭찬할 때 ‘휘발유 엔진에 버금가는’ 이라는 말을 하지만 이 차는 휘발유 엔진과 동등한 수준이라 할 수 있겠다. 어쩌면 조금 시끄러운 휘발유 엔진보다 더 조용하다. 4,500부터 레드존임을 알리는 계기판 rpm 게이지가 없으면 휘발유 차라고 해도 믿을 사람이 많겠다. 가속은 부드럽다. 엔진이 조용하고 차체의 흔들림이 덜해서 가속감도 덜하다. 시속 100km 정도로 달리고 있을까 해서 계기판을 보면 시속 130~140km를 달리고 있다. 60~100km/h 구간은 달리는 느낌이 아니라 말 그대로 미끄러지는 기분이다. 비단길 위를 스르르 미끄러지는 묘한 맛이다. 최고출력은 235마력. 센 힘이 무거운 몸무게를 충분히 감당한다. 마력당 무게비가 8.8kg이다. 제로백 7.8초로 같은 S 클래스의 S350 L의 7.3초에 버금가는 수준. 1,600rpm에서 최대토크가 나와 2,400rpm까지 유지된다. 저속에서 탁월한 힘을 느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벤츠 S 클래스의 진가는 역시 고속주행에서의 안정성이다. 2톤이 넘는 차체가 착 가라앉은 느낌으로 달리는 맛은 럭셔리세단의 기준을 제시한다. 고속주행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건 승차감을 배려했기 때문이다. 다른 차들을 추월하며 달려나가는 고속에서 응접실 소파에서 느낄 정도의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는 차는 많지 않다. 벤츠 S 320CDI는 그중 하나다.시속 80km로 고속도로 인터체인지를 돌아나가는데 편안했다. 코너에서 80km/h는 낮은 속도가 아닌데 운전하는데 무리한다는 느낌이 없다. 80km로 커브를 돌아갈 수 있다해도 운전자가 부담감 혹은 불안함을 안고 운전하는 것과 편안한 상태로 운전하는 것은 다르다. 속도를 좀 더 높여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서스펜션은 소프트한 게 아니라 조금 덜 하드한 편이다. 변속기는 스포츠모드인 S와 편안한 승차감을 위한 C, 그리고 수동 모드인 M 세가지 모드를 택할 수 있다. 변속기 모드는 에어 서스펜션과 연동해 S와 C 모드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다. M은 스티어링 휠 아래에 자리한 컬럼 시프트 레버를 이용해 수동 변속을 할 수 있다. 브레이크는 밀림방지 장치가 있다. 어댑티브 브레이크 시스템이다. 브레이크를 끝까지 꾹 밟은 다음 발을 떼면 홀드 상태가 된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걸린 것 처럼 브레이크가 계속 작동하는 것이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꽉 막힌 길에서 좋다. 후진 2단, 전진 7단 자동변속기는 벤츠의 자랑이다. 5단 기어비가 1대1이고 6, 7단이 오버드라이브가 된다. 리터당 10km를 달린다는 연비는 높이 평가할만하다. 2987cc 엔진급에서 10km/ℓ의 연비를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놀라운 건 이 차가 저공해자동차로 등록됐다는 사실이다. 오염불질 배출량이 현저하게 적다는 것. 5년간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받고 공영 주차장 이용 시 50% 할인받는다. 혼잡 통행료도 반만 내면 된다. 1억 3,390만원짜리 최고급 럭셔리 세단에 이런 혜택이 필요할까 싶지만 어쨌든 분명한 것은 저공해자동차의 혜택을 누린다는 것이다. 저공해자동차임에도 제로백 7.8초의 고성능을 갖추기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오종훈의 單刀直入빈틈을 찾기 힘든 모델이다. 저공해차이면서 제로백 7.8초일 정도로 고성능을 갖추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차에는 거품이 있다. 먼저 가격. 수입차 가격 거품 논란 한가운데 벤츠가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벤츠가 좀 더 화끈하게 가격을 내려주길 바라고 있다. 이름에도 거품은 있다. 320 CDI. 이름만 보면 3.2ℓ 엔진으로 착각할 수 있다. 2,987cc로 3.0ℓ인 셈이다. 이름을 과대포장하지말고 정직하게 승부를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 더. 저공해차라고해도 1억이 넘는 비싼 차에 주차장 할인, 통행료 할인 등의 혜택을 주는 건 아니라고 본다. 관련 제도도 보다 세밀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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