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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벌렁거리는 남자의 로망, 포르쉐 카이엔 GTS

멋진 스포츠카 하나 갖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품고 사는 사내들이 꽤 있다. 내 생애 한번 가져보는 것은 고사하고, 운전석에 한번 앉아 보는 것 만으로도 족할 수 있는 그런 꿈 속의 차. 오늘의 주인공 포르쉐 카이엔 GTS 정도면 그런 ‘꿈 속의 차’ 반열에 들 수 있지 않을까. 듣기만해도 귀가 번쩍 뜨이고 가슴이 벌렁거리는 브랜드가 있다. 포르쉐도 그중 하나다. 포르쉐를 탄다는 건 성공했다, 혹은 멋진 인생을 살고 있다는 말이다.

포르쉐가 카이엔이라는 이름으로 SUV를 내놨을 때 많은 사람들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SUV 바람이 불어 모든 메이커들이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든다고 해도 적어도 포르쉐는 스포츠카 메이커 본연의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포르쉐는 스포츠카를 만들 때 포르쉐지, 포르쉐가 SUV를 만들면 더 이상 스포츠카 메이커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포르쉐는 이런 걱정과 우려를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포르쉐는 실적으로 말했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포르쉐 전체 판매의 40% 가량을 카이엔이 차지하고 있다. 카이엔이 포르쉐의 주력이 된 것이다. 카이엔도 포르쉐다. 성공을 거둔 카이엔 라인업에 한 차종이 막 추가됐다. GTS다. 카이엔 S와 카이엔 터보 사이에 포지셔닝하는 차종이다. GTS에는 그랜드 투어링, 그란투리스모 등의 의미가 담겨있다. 차 이름에서만 봐도 힘이 느껴진다. 좀 더 강해지고 다이내믹해졌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해진다.

카이엔 GTS는 더 넓어지고, 낮아졌다. 디자인과 성능의 변화가 모두 여기에 기인한다. 가장 큰 변화이자 특징은, 낮아지고 넓어졌다는 것이다. 오프로드보다는 온로드에 포커싱을 했다는 말이다. 또한 포르쉐의 야성, 달리는 본능에 더 충실한 SUV라고 할 수 있겠다. 295/35R21 시리즈 타이어는 휠과 노면 사이에 얇은 고무막이 자리잡은 것처럼 보인다. 노면과 접지면은 넓고, 사이드월은 없다고해도 좋을만큼이다. 트렁크 공간 아래 얌전히 숨겨진 스페어타이어는 실제로 생고무다. 변속기를 후진으로 넣으면 숨겨졌던 카메라가 살짝 고개를 내밀어 뒤를 비춘다. 후진 임무를 마치면 카메라는 다시 숨어버린다. 카이엔은 언듯 보면 오리지널 포르쉐의 디자인과 매우 다르다. 하지만 뒤에서 차를 훑다보면 어느 순간 포르쉐 911을 연상케 하는 라인이 보인다. 앞 타이어가 자리한 휠하우스 안쪽에 방향지시등 깜빡이를 넣었다. 옆에서 달리는 승용차들에게는 신호가 명확하게 보일 수 있는 자리다. 휠 하우스 안에 깜빡이 등을 넣을 생각을 어떻게 했는지 놀랍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차와 사람은 하나가 된다. 차는 낮은 소리로 기지개를 켜고 사람은 맥박이 빨라진다. ‘두구둥’ 거리는 엔진 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요동치게 한다. 호흡이 빨라지고 얼굴이 상기된다. 묘한 마력. 포르쉐가 가진 건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다. 사춘기때 마음에 품은 여학생 앞에 선 듯, 가슴이 떨리고, 호흡이 가빠지고, 얼굴에 홍조가 번진다. 물론 누구나 이런 증상을 보이진 않는다. 포르쉐를 가슴에 담아둔 이들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다. 다분히 감성적인 자극을 주는 차다. 차는 여섯 단계로 높낮이를 조절한다. 더 낮게 노면에 달라붙어 차와 도로와 사람이 하나가 된 듯 달릴 수 있고, 더 높게 차를 들어올려 오프로드의 제왕이 된 듯 험로를 희롱할 수 있다.

낮아진 카이엔 GTS는 힘도 더 세졌다. 6,500rpm에서 405마력이 터진다. 같은 배기량의 엔진을 쓰는 기존 카이엔 S 보다 20마력이 더 세진 것이다. 같은 배기량에서 더 큰 힘을 뽑아내는 비결은 흡배기 효율에 있다.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게 흡기매니폴드를 Y자로 만들었고, 스로틀 밸브의 단면적도 넓혀 더 많은 공기를 빨아들일 수 있게 했다.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컨트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 등 카이엔 GTS는 전자장치의 세례를 넘치도록 받았다. 이 시스템들을 통해 주행중 동력전달 비율, 트랙션, 차 높이, 서스펜션의 강도, 디퍼렌셜 록, 변속기의 감도 등등이 종합적으로 제어된다. 운전자는 운전에 집중하면 된다. 물론 운전자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일일이 조절하고 세팅을 할 수도 있다. 한껏 차고를 높여 도로 위의 차들을 눈 아래에 두고 움직이는 맛도 좋겠고, 변속기를 스포츠 모드에 맞춰 고rpm의 짜릿함을 만끽해도 좋겠다.

가속페달을 바닥에 닿도록 꽉 밟은 채로 몰아세우면 카이엔 GTS는 순식간에 최고속도에 이른다. 시속 200km를 넘기면서도 가속력은 죽지 않는다. 200km/h를 넘나드는 고속주행에서 차의 자세는 안정적이어서 놀랍다. 일반 승용차로 시속 160~180km 정도 달리는 느낌인데 계기판은 시속 200km를 넘긴 지 한참이다. 고속주행안정성이 너무 좋아, 달리는 맛을 제대로 체감하려면 엄청난 고속주행을 시도해야 한다. 때로 속도계를 보며 깜짝 놀랄 수도 있겠다. 무심코 달리다가 계기판을 보는 순간 괜히 혼자서 놀란다. 이 놈 역시 포르쉐의 질주본능에 충실한 차다. 최고속도에서 보여지는 높은 수준의 안정성은, “역시 포르쉐”라는 말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게 한다. 이 같은 고속주행을 제대로 해내려면 타이어와 서스펜션 등 하체가 제대로 받쳐줘야 한다. 35시리즈의 초광폭 타이어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지원으로 스포츠카 저리가라할 정도의 달리기 성능을 보여준다.

잘 달리는 차에는 수동변속기가 제격이다. 원래 카이엔 GTS에는 6단 수동 변속기가 기본이다. 수동변속은 시프트업& 다운 하는 손맛과 그 순간 순간 재빠르게 움직여야하는 양발이 짜릿한 운전을 더욱 재미있게 해준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6단 팁트로닉이 기본형이다. 시승차에도 팁트로닉이 장착됐다. 팁트로닉 S 모델은 시속 100km/h까지 6.5초, 최고 속도는 251km/h다. rpm이 레드존에 이르면 자동변속되는 게 아쉽다. 높은 rpm을 끈질기게 유지하며 탱탱한 탄력을 유지하는 팽팽한 긴장감을 느끼고 싶은데 그런 긴장이 시작되면 여지없이 시프트업이 일어난다.

멈춤의 미덕이 중요한 차다. 너무 잘 달리는 차여서다. 잘 달려도 제때 서지 못하면 준족이라 할 수 없다. 브레이크 캘리퍼에 앞 6개, 뒤 4개의 피스톤이 각각 적용돼 있어 강하고 정확한 제동력을 확보했다. 제동력은 거칠지 않지만 확실하게 차를 제어한다. 특히 빛을 발할 때에는 고속주행중 브레이크를 작동할 때다. 주인이 브레이크를 밟아 멈추라할 때 충실하게 반응하면 차는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된다. 얄궂은 날씨는 시승 후반쯤 눈을 쏟기 시작했다. 카이엔에게는 오히려 반가운 날씨. 미끄러운 노면에서 탁월한 안정감을 다시 한 번 뽐내는 기회다. 악천후에 더 빛나는 게 사륜구동차다. 특히 카이엔은 풀타임 4WD로 날씨와 노면을 가리지 않는 전전후 성능을 가졌다.

연비는 7.2km/l. 포르쉐를 타면서 연비에 가슴 졸인다면 그것도 참 계면쩍은 일이다. 공식 연비가 이 정도면 체감 연비를 조금 더 낮다고 봐야 한다. 팁트로닉이 장착된 기본형 모델의 가격은 1억890만원이고 코리언 프리미엄 패키지 모델은 1억3,800만원이다.

포르쉐를 타보면 그 차를 만드는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차종을 막론하고 전해지는 느낌이다. 포르쉐만이 갖고 있는 DNA가 있는 것 같다. 남다른 그 무엇. 수평대향 엔진, 트랜스 액슬, 리어엔진 등 평범하지 않은 포르쉐의 메커니즘은 ‘남과 다름’을 추구해온 포르쉐의 고집 혹은 열정의 산물이다. 차를 통해 그 차를 만들 사람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차가 과연 몇이나 있을까. 분명한 것은 그중 하나가 포르쉐라는 것이다. 그래서 포르쉐는 나의 로망이다 .

오종훈의 單刀直入강한 개성이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계기판 바탕색을 빨강으로 택한 것은 파격이다. 시선을 가장 많이 받는 곳 중 하나, 많은 정보를 집중해서 보여주는 곳에 강한 자극을 주는 빨간색을 칠해 놓은 것은 포르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선택이다. 그렇지만 역시 보통 사람들에겐 쉽게 동의받기 어려운 선택이다. 장시간 운전할 때 눈의 피로함을 가중시킨다. PDCC, PASM, PTM 등 다양한 전자 장치와 버튼들, 조작 장치들은 때로 부담스럽다. 제대로 사용하려면 적어도 한 나절을 머리 싸매고 집중해서 공부해야 한다. 그렇다고 대충 쓰기에는 너무 고급 장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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