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의 묘미중 하나는 오프로드 주행이다. 울퉁불퉁 험한 길을 차를 타고 달리는 재미는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위험한 길을 달리는 짜릿함. 하지만 위험은 실제로 차를 덮치기도 한다. 위험해서 재미있는 게 오프로드다.
바퀴가 푹푹 빠져 헛도는 모래길이나 진흙탕, 혹은 눈길, 바위들이 가로막은 험로, 움푹패인 구덩이 등등 갖가지의 장애물들이 길을 막는다.
그래서 오프로드 주행에 나설 때에는 몇가지 기본 장비와 함께 오프로드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알고 있어야 한다.
오프로드에서 장애물에 빠져 허우적댈때 구세주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게 바로 윈치다. 위기에서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존재다. 오프로드 주행을 즐기고 좀 더 험한 길을 찾는 이라면 윈치를 반드시 장만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어서다.
윈치 하나로 차를 위기에서 구해낸다면 단 한번만 사용해도 본전은 뽑는다. 죽느냐 사느냐는 아니더라도 차를 버리느냐 구하느냐의 순간에 윈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윈치는 크게 세가지로 구분된다. 전동윈치와 pto 윈치, 그리고 핸드윈치가 그것이다. PTO 윈치는 POWER TAKE OFF 윈치다. 엔진 파워를 동력으로 삼아 윈치를 작동시키는 것. SUV보다는 농기계에 PTO 장치가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 기아자동차에서 만들었던 세레스에 PTO 장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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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윈치는 배터리에 의한 전기 힘으로 작동된다. 견인능력에 따라 매우 다양한 모델들이 있다. SUV에 장착하는 윈치들은 거의 전부가 전동윈치다.
핸드 윈치는 손의 힘으로 와이어를 감는다. 따라서 속도가 늦지만 가격이 싸고 무게도 가벼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차에 장착하지 않고 휴대해서 사용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바로 핸드 윈치다.


윈치는 지지대에 쇠줄을 걸고 이를 감아 차를 장애물에서 구해내는 장치지만 이밖에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지지대와 보조기구를 사용해 무거운 물체를 들어올릴 수도 있고 다른 물체를 끌어 당길 수도 있다. 윈치를 이용해 내차가 빠져나올 수도 있고 다른 차를 구해줄 수도 있다.
창의성을 발휘하면 아주 다양하게 윈치를 사용할 수 있다.



윈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와이어를 풀어야 한다. 이 때에 윈치의 드럼을 프리 상대로 놓고 손으로 푸는 게 좋다. 전동장치를 이용해 윈치를 역회전 시키면 효율과 속도가 떨어질 뿐아니라 배터리에도 큰 부담을 준다.
와이어를 풀었으면 이를 지지해줄 지지물의 방향을 정한다. 원칙적으로 차의 진행방향과 일직선 상으로 와이어를 고정해야 한다. 경사가 있는 곳에서는 차보다 높게 지지대를 정해야 한다.
장애물에 빠진 차가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차의 위치를 조정해야한다. 차가 미끄러지는 것을 이용해서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와이어를 연결하고 난 뒤에는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윈치를 작동시켜 와이어를 되감는다. 그러면 서서히 팽팽해진 와이어가 차를 당기고 결국 장애물에서 빠져나오게 된다.
차가 완전히 빠져나온 뒤에는 윈치 작동을 멈춘다. 전동윈치는 그 동력을 전적으로 배터리에 의존해야 하는 만큼 항상 배터리와 배선 상태에 신경써야 한다. 윈치가 작동되는 동안에는 차의 시동을 꺼선 안된다.


생각보다 큰 힘이 필요해 스턱에서 탈출이 쉽지 않을 때에는 u자 셔클과 스내치 블럭을 이용하면 된다. u자 셔클은 일종의 연결고리이고 스내치 블럭은 도르레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를 이용하면 와이어가 감기는 속도가 줄어드는 대신 견인력은 훨씬 커진다. 와이어 한 줄로 견인하는 것을 스내치 블럭등을 이용하면 두 줄 네 줄로 늘일 수 있고 줄이 배가 될수록 견인력도 배가 된다.


때로는 윈치가 있어도 와이어를 걸만한 마땅한 지지물이 없을 수도 있다. 모래 사장의 경우가 그렇다. 이럴 때에는 인위적인 지지물을 만들어야한다. 물론 지지물은 차의 무게를 충분히 지탱할 수 있어야 한다. 모래 사장에서 차가 빠졌을 때 즉 스턱에 처했을 때에는 먼저 길이 1.5M~2M의 쇠파이르를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래 사장에 박는다. 경사가 진 곳이라면 고개의 정상에 박는다. 약 30-50cm만이 모래 위로 나오게 한 뒤 여기에 와이어를 건다. 이때 와이어는 최대한 지면과 가깝게 연결한다. 와이어를 제대로 건 다음에는 윈치를 작동시킨다. 윈치가 작동중일 때에는 차의 구동력도 같이 사용해 아주 천천히 함께 움직이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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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윈치를 작동할 때 주의할 점은 이렇다. 먼저 전동윈치의 리모컨 조작이다. 전동윈치는 리모컨을 온으로 하면 지체없이 와이어를 감기 시작하고 오프로 하면 모터의 관성으로 즉시 멈추지 않고 와이어를 조금 더 감고 멈춘다. 이를 염두에 두고 조작해야 한다.
와이어를 길게 끌어내 작업을 할 경우에 와이어가 바위나 기타 장애물에 닿지 않도록 해야한다. 와이어가 당겨지다가 마찰로 인해 끊기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끌려오던 차가 미끌어져 내릴 수도 있고 와이어가 끊기면서 튕기며 주변 사람에 상해를 입힐 수도 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혹은 의도적으로 이런 부분과 와이어가 맞닿아야 한다면 쇠파이프 등과 같이 마찰을 줄여줄 수 있는 보조장비를 덧대어 와이어를 보호하고 윈치파워의 손실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윈치를 작동하는 중에 차가 구동력을 확보하면 차가 움직이면서 윈치 와이어가 꼬일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윈치를 다 사용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다시 푼 뒤 정확하게 되감아야 윈치를 오래 사용할 수 있다.



윈치를 장착하는 위치는 원칙적으로 앞쪽 범퍼 가운데이다. 차가 장애물을 빠져 나가는 방향이 차의 진행방향과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견인차와 피견인차가 일직선상에 위치하기 위해서는 범퍼 가운데에 윈치가 있는 게 낫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윈치를 뒤쪽에 장착할 수도 있다.


윈치를 선택할 때에는 윈치가 끌 수 있는 최대 견인능력과 차의 무게 등을 고려해야 한다. 오프로드에는 좀처럼 가지 않으면서 윈치를 폼으로 달고 다니는 이들도 있다. 수십kg에 달하는 윈치를 그냥 장착하는 건 너무 무모한 일이다. 아니 무식한 일이다. 윈치달고 램프달고 중무장을 하는 것까지는 좋다. 하지만 그렇게 중무장을 하고 오프로드 근처에는 얼씬도하지않고 차가 다칠까봐 안절부절하는 모습을 보면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윈치가 달린 차는 여기저기 까진데도 좀 있어야 어울린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