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다이어리

모하비 “크다, 잘달린다, 비싸다”

모하비는 유럽 3대 디자이너중 한명이라는 피터슈라이어가 기아차 부사장으로 기아의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할 것이라면서 만들어낸 차다. 화두는 ‘직선의 단순화’다. 기아차 미래 디자인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직선의 단순화. 멋있는 말인데, 곱씹어 보면 이상하다. 직선은 원래 단순하다. 원래 단순한 것을 단순하게 하겠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언뜻 이해가 안 간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을 하겠다’는 말이겠거니 이해는 한다. 멋있는 말보다 쉬운 말이 낫다. 모하비는 직선이 많다. 보는 각도마다에 직선이 눈에 뜨인다. 쉽다. 그래서 멋있다.

모하비는 우람하다. 첫 대면 하는 순간 느낌이다. ‘만만치 않겠다’는 느낌이 딱 온다. 범퍼가드를 달지 않아도 4,880mm에 달하는 길이는 크기만으로도 보는 사람을 압도한다. 아우디 Q7보다는 짧지만 레인지로버 스포츠 4.4, BMW X5보다 길다. 풀사이즈 SUV라 할만하다. 사이드 스텝은 장식용으로 필요한 게 아니다. 운전석에 오를 때 사이드 스텝을 밟고 오르면 편하다. 커서 넓다. 7인승 3열로 구성된 실내는 공간이 충분하다. 3열만 좁다. 바닥도 평평해 가운데 앉는 사람도 불편함이 없다. 가죽과 나무, 그리고 질감이 좋은 인테리어 소재. 모하비는 고급차의 인테리어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각 부분의 마무리도 훌륭하다. 치밀하고 야무지게 차를 만들었다. 룸미러 왼쪽에 모니터를 달았다. 룸미러만 보면서 후진주차를 할 수 있다. 룸미러에 모니터를 단 아이디어가 좋다. 룸미러를 보기만 하면 따로 시야를 돌리지 않고도 주차가 가능하다. 아이팟이나 USB, 외부 오디오 기기와 연결 단자를 만들어 놓았다. 시대를 반영한 모습이다. 템퍼러리 스페어타이어는 차 외부 바닥에 매달려 있다. 3열 시트에 공간을 넉넉히 배려하고 트렁크는 좁게 만든 대신 스페어 타이어는 외부로 배치했다. 스페어 타이어를 쓸 일이 거의 없다고 본다면, 스페어 타이어 꺼내고 정리하는 게 불편한 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다.

새차를 만들면서 담당자들의 최대 고민중 하나는 쓸만한 차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차 이름으로 쓸만한 이름들은 모두 사전에 상표권 등록이 되어 있어서다. 싼타페, 투싼, 그리고 모하비. 현대기아차 그룹이 차 이름에 미국의 지명을 차용해 쓰는 이유다. 땅이름은 그나마 배타적 독점적 사용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사용하기가 덜 까다롭다. 모하비는 미국의 사막도시 이름이다. 미국을 지향하는 차라고는 하지만 미국 지명을 한국차 이름으로 쓴다는 게 아쉽다. 상상력의 부족이다.

초기 반응은 무겁다. 가속페달을 꾹 밟아도 잠깐 동안 차체는 모르쇠다. 2톤이 넘는 거구를 순간적으로 끌고 나가기가 부담스럽다. 하지만 속도를 끌어올려 탄력을 붙인 뒤에는 가속페달에 예민해진다. 특히 3,000rpm부근에서 터지는 가속력은 압권이다. 순간적으로 차체가 뒤로 쏠리며 휘청거릴만큼 파워풀하다. 최대토크는 2,000rpm에서 나온다. 실용적이다. 낮은 엔진회전속도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는 건 그만큼 효율적이란 증거다. 굳이 엔진을 무리하게 돌리지 않아도 충분한 힘이 나온다는 말이니까. 중량감 있는 차체와 서스펜션의 강성, 주행안정성을 돕는 전자장치들 덕택에 고속에서도 차체의 흔들림은 안정적이다. 높은 차가 빨리 달릴 때 불안감은 더 크게 마련이지만 모하비는 고속에서도 편했다. 고속에서도 가속하기가 부담스럽지 않다. 모하비의 순발력은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피에조 인젝터에 가변용량터보차저를 얹은 V6 3.0 엔진은 최고출력 250마력을 자랑한다. 3.0ℓ 수입디젤 SUV보다 강한 파워다. X5 3.0d, 짚 그랜드 체로키를 따돌린다. 현대기아차 SUV 맏형이랄 수 있는 현대 베라쿠르즈보다도 강하다.

풀가속하면 변속은 4,000rpm에서 이뤄진다. 변속 쇼크는 미미하다. 부드럽다. 하지만 때로 강하게 밀어부칠때 변속충격이 거칠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6단 변속기를 적용해 성능과 효율이 좋다. 연비가 자동변속기 기준 10.8km/ℓ. 연료탱크 용량이 82ℓ니까 연비대로만 간다면 800km를 넘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연료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건네받은 차의 계기판 트립 컴퓨터가 말해주는 주행가능 거리는 600km가 채 안됐다.

주차하거나 처음 출발할 때 핸들이 가벼워야 좋지만 이 차는 조금 무겁다. 당연히 속도를 붙이면 스티어링 휠 반응은 편해진다. 차고 높낮이 조절장치는 시승차에 적용돼 있지 않아 경험하지 못했다. 화물을 실을 때나 고속주행중에는 낮아지고, 오프로드에서는 높아진다는 장치다. 기준 높이에서 상하로 각각 40mm가 변동하는 데, 리어 서스펜션만 조절된다. 짐을 실을 때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겠으나 오프로드에서는 큰 도움이 안될 듯 하다. 뒤를 높이면 오히려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며 앞이 더 주저 앉을 수 있다. 오프로드에서는 앞뒤 서스펜션이 모두 상승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사로 저속주행장치는 확실하게 작동했다. 스위치를 눌러도 평지에선 반응이 없다가 차가 기울어지는 순간 관절이 꺾이는 듯한 소리를 내며 속도를 줄인다. 경사로 밀림방지장치와 전자제어 주행안정장치도 마련됐다. 모하비는 2WD 모델도 있다. “일년에 몇 번이나 사륜구동의 필요성을 느낄까”라는 도시의 소비자들에겐 굳이 4WD가 필요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2WD는 눈 내린 날, 멀쩡하게 생긴 SUV가 쩔쩔매는 민망한 모습을 보일지 모른다. 2WD는 미끄러운 길에 약하다는 뒷바퀴굴림이기 때문이다.

고급차에 들어갈만한 거의 모든 장치들을 채택했고 무난하게 작동하는 걸 실제 확인할 수 있었다. 모하비는 수입차에 대한 대응모델로도 진가를 보일 것 같다. 어지간한 수입 SUV보다 우수하다. 적어도 제원표상의 수치들로는 그렇다. 크기, 출력, 연비 등의 면에서 분명 앞선다. 국산차가 수입차에 뒤지는 건 당연하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깨는 차다.

해외에서도 이런 강점들이 먹힐까. 문제는 브랜드다. 기아라는 브랜드가 이런 고급차를 만들었는데 소비자들이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줄까 하는 것이다. 기아도 그 부분이 걱정이 되는지 차의 어디에서도 ‘KIA’라는 로고나 앰블렘은 찾을 수 없다. 오피러스에서 선보였던 별도의 앰블렘을 대신 적용했다. 도요타는 렉서스라는 별도 브랜드를 내놓으면서 럭셔리 시장에 확실하게 안착할 수 있었다. 닛산은 인피니티, 혼다는 어큐라. 이처럼 일본의 각 메이커는 별도의 럭셔리 브랜드를 갖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이와 비교할 때 애매한 태도다. 럭셔리 시장을 노린다는 차를 내놓으면서 브랜드를 명쾌하게 드러내지 못한다. ‘자동차는 브랜드’ 라는 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이 같은 태도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다.

오종훈의 單刀直入

뒷모습은 좀 더 다듬었으면 한다. 어딘지 모르게 어색함이 남아 있다. 차 어디에도 기아라는 브랜드 표시가 없다. 기아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이나 이미지를 차단해 고급차로서 갖는 장점들을 제대로 알리려는 의도다. 기아라는 브랜드는 가렸지만 정작 타이어에는 넥센이라는 이름이 크게 새겨졌다. 넥센의 이미지가 기아보다 고급스럽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기아’를 숨겼다면 ‘넥센’도 드러내선 안돼는 게 아닐까. 둘 중 하나다. 모하비같은 고급차에 적용될 정도로 넥센타이어의 품질이 크게 좋아졌거나, 혹은 4,245만원짜리 차를 만들면서 원가절감을 심하게 했거나.하나 더, 수동변속 모드에서 자동모드로 바꿀때 기어물림이 불안해지는 순간이 가끔 생긴다.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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