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피니티가 새 모델 뉴 인피니티 EX35를 내놨다. 마이너 체인지도, 풀체인지도 아니다. 없던 모델이 새로 만들어졌다. 라인업에 새로 추가된 CUV다. 크로스오버 비클. SUV보다 CUV임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세단과 SUV의 강점을 두루 갖췄음을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인피니티 EX35는 여성을 고려한 부분이 많다. 사이즈를 줄이고, 높이를 낮춰 여성이 타고 내리고 운전하기 편하게 만들었다. 이 차의 가장 큰 특징은 어라운드 뷰 모니터. 차의 앞뒤 양옆 모두를 보여준다는 장치다. 주차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한 장치로 주로 여성들이 환영하는 장치다.보기에는 카메라 하나가 차 위에서 내려보는 듯 화면을 보여주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차의 앞뒤 양엽에 4개의 카메라가 있어 각 방향의 영상을 구하고 그 영상들을 사각형으로 짜맞춘뒤 가운데에 차의 형태를 그려넣어 마치 카메라 하나가 차 위에서 내려비추는 듯한, 일종의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빚어낸 기술이다. 차 하나 겨우 들어갈 아주 좁은 공간에서 주차할 때 아주 유용한 장치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단단한 이미지 등이 FX와 닮았지만 EX만의 개성도 가졌다. 대게의 차들이 달려나가는 역동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앞으로 쏠리는 듯한 라인을 강조하는데 EX는 반대다. 뒤가 가라 앉은 모습. 그런 면에서는 언듯 포르쉐의 이미지와 비슷하다. 얇은 리어램프, 차의 모서리 라인을 타고 만들어낸 헤드램프는 돋보이는 디자인이다.
잘마무리된 인테리어는 차분하다. 검정톤으로 차분하게 가라앉은 분위기다. 손에 쏙 잡히는 스티어링 휠은 다른 차들보다 조금 작은 크기여서 좋다. 핸들이 작아지면 조향성능이 민감해져 차의 움직임이 훨씬 다이내믹해진다.
대시보드에 잡힌 주름 세 개는 낯선 모습이다. 에어백 작동을 위해 미리 잡아놓은 주름인 것은 알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건 사실이다.작은 사이즈의 차여서 어쩔 수 없겠지만 좁은 실내는 아쉽다. 특히 뒷좌석은 성인이 편하게 앉기에는 공간이 부족하다. 내비게이션이 없는 것은 문제다. 5,000만원을 훌쩍 넘는 차에 내비게이션이 없다는 걸 소비자들이 쉽게 받아들일까? 어라운드 뷰 모니터가 주는 편리함보다 내비게이션이 없어서 겪는 불편이 더 크겠다.
5단 자동변속기 느낌은 나무랄데 없다. 6,7단 변속기들이 많아지고 있어 5단 변속기가 뒤떨어진 듯이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아직 4단 자동변속기를 쓰는 차들이 많을 뿐 아니라 효율면에서 보면 5단 변속기가 결코 뒤지지 않는다. 4단에서 5단으로 업그레이드할 때의 개선효과는 크지만 5단에서 6단으로 올라갈 때에는 투자 대비 효과가 크지 않다.
7500부터 레드존이 시작되지만 8000rpm까지도 거침없이올라간다. 2단 8,000rpm에서 시속 140km를 달렸다. 매우 파워풀하고 다이내믹한 성능이다. 엔진은 최고출력 302마력으로 마력당 무게비가 6kg에 불과하다. 보통 세단의 경우 마력당 무게비가 8~10kg내외임에 비하면 매우 가벼운 편이다. 스포츠 세단과 겨룰만한 수준이다. 조용한 차는 아니다. 낮은 속도에서 바람소리가 간간이 실내로 파고 든다. 속도를 높이면 거칠어지는 엔진 숨소리가 다른 소리들을 덮어 버린다. 그렇다고 엔진 소리가 듣기 안좋은 게 아니다. 잘 튜닝된 사운드가 듣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독일차를 연상케 하는 굵고 우렁찬 엔진 소리는 참 듣기 좋다.
단단한 서스펜션은 차체를 제대로 지탱해 저속에서는 안정감을, 고속에서는 강인함을 느끼게 해준다. 고속주행에서도 차체의 흔들림이 덜한 것은 사륜구동장치와 하드한 서스펜션,그리고 강한 강성을 가진 섀시가 제대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여성을 고려했다면 부드러운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피니티는 성능 면에서는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다. 시동을 걸때 들리는 굵직한 엔진 소리부터 예사롭지 않다. 타이어가 구르기 시작하면서 엉덩이를 통해 전해지는 딱딱함도 인피니티의 그것 그대로다. 여성을 위한 편의장치들은 아낌없이 적용했지만 인피니티의 유전자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액션영화의 여배우에게 어울릴 것 같은 차다.
차에 다가 서면 이 차가 나를 제대로 섬기는듯한 기분이 든다. 웰 컴 라이팅 시스템 이 있어서다. 인텔리전트 키를 갖고 차 1m 이내로 다가서면 사이드 미러 아래에 조명이 켜져 운전자를 반긴다. 어둔 밤길에 나를 위해 전등을 켜준다는 사실은 가슴 뿌듯한 일이다. 감동을 주는 요소다.
인피니티 EX는 시트 포인트가 낮아 드나들기 편하다. 게다가 이지엔트리 시스템이 있어 편리함이 두 배가 된다. 키를 지닌 운전자가 도어를 열면 핸들과 시트가 앞뒤로 밀려났다가, 자리에 앉아 문을 닫으면 제 자리를 다시 찾아온다. 사이드미러도 자동조절된다. 어서오세요하고 운전자를 제대로 맞아 들이는 것.
전동접이식 2열시트도 다른 차에선 못보는 요소다. 버튼 하나로 2열시트를 접었다 펼수 있다. 11개의 스피커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 오디오 마니아들이 솔깃하겠다. 오디오의 명가 보스 오디오다. 음악을 통해 감동을 느낄 수 있음을 경험할 수도 있겠다.
판매가격은 5,470만원. 가장 경쟁이 치열한 가격대다. 한국닛산의 올해 목표는 수입차 시장 5위. 물론 닛산 브랜드의 출시를 염두에둔 목표겠으나, 인피니티 EX 역시 이를 견인할 기대주로 주목받을만 하다.
오종훈의 單刀直入좁다. 뒷좌석은 특히 좁다. 키 큰 사람이면 불편을 느낄 수준이다. 큰 배기량이어서 이해 못할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8.6km/l라는 연비도 좋은 편은 아니다. 여성을 고려했지만 성능은 FX 못지 않은, 인피니티의 오리지널리티를 그대로 간직했다는 것이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겠다. 많은 여성들은 이 차가 좀더 부드러웠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지 않을까. 여성을 고려했다고는 하지만 EX는 여전히 남성적인 성능을 가졌다. 하리수의 굵은 목소리가 떠오르는 대목이다.차체 수리 기능을 가졌다는 ‘셀프 리페어’ 페인팅 기술이 빠진 채 들여온 점은 아쉽다. 작은 흡집이나 스크레치는 스스로 보수한다는 놀라운 기술이다. 하지만 이 기술이 빠졌다는 것은 아직 자신있게 내놓을 단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후에라도 꼭 보고 싶은 기술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