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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운 사진 한 장, 설원의 모하비와 여인들

착찹했습니다. 기아자동차에서 보내온 모하비 관련 보도자료를 보고서였습니다. 아시다시피 기아자동차는 새로 나온 모하비를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중입니다. 지난 주말엔 스노레이스가 열리는 평창을 찾았더군요.
이런 저런 행사 내용을 알리는 보도자료 아래로 서너장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밑에 첨부된 사진 한 장이 제 눈길을 끌었습니다. 팔등신의 늘씬한 미녀 넷이 모하비를 둘러싸고 포즈를 취한 그림입니다. 평소 같으면 얼마나 보기 좋은 사진이겠습니까. 하지만 무대는 눈이 펄펄 내리는 설원이었습니다. 굳이 온도계를 찾지 않아도 영하의 날씨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사진 속의 풍경은 춥습니다. 그 풍경 안에 네 여인은 배꼽을 훤히 드러내고 짧은 치마, 혹은 반바지 차림으로 활짝 웃고 있습니다. 아마 웃어도 웃는 게 아니었겠지요.
한참을 그 사진을 봤습니다. 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추위에 이런 옷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세운 것은 심한 일입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이런 차림으로 영하의 날씨에 야외에 단 일분이라도 서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활짝 웃으면서 말입니다.
심한 것은 또 있습니다. 이런 사진을 공식 보도자료로 내놓은 기아자동차입니다. 약방에 감초처럼 자동차 사진에 레이싱걸이든 컴패니언걸이든 여자가 함께 자리하는 게 관례라면 관례이고, 늘상 벌어지는 일이긴 합니다만, 그것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합니다. 아무 때나 아무데서나 비키니 차림의 여자를 차 옆에 세운다고 좋아보이진 않지요. 민망할 뿐입니다. 이런 사진처럼 오해를 부를 수 있고, 잘못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는 사진은 찍었더라도 내보내지 말아야 하는 게 아닐까요.
포르쉐의 얘기로 마무리할까 합니다. 포르쉐는 신차를 발표할 때 컴패니언걸을 동원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달랑 신차를 내보내는 게 전부입니다. 911GT2를 런칭할 때에도 그랬습니다. 왜 컴패니언걸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포르쉐 관계자는 “차 자체로 아름답지 않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도우미를 쓸 필요를 못느낀다는 것이지요. 그만큼 차에 자신이 있다는 말입니다.
어쨌든, 그 추위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면서 모하비 옆에서 포즈를 취한 레이싱걸들이 참 대단해 보입니다. 기아자동차에서는 그녀들에게 보수나 넉넉히 지불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오종훈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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