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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C 220 CDI, 휘발유차보다 빠른 디젤차

같은 모델인데 디자인이 다르다.
벤츠 C클래스가 아방가르드와 엘레강스 두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7년만의 풀체인지로 4세대 모델이다. 이전까지는 옵션 차이로 엘레강스와 아방가르드를 구분했지만 모델체인지를 하면서 같은 C클래스이면서도 익스테리어 디자인 일부를 다르게 해 차이를 뒀다. 아방가르드가 젊고 진보적이라면 엘레강스는 보수적이고 전통적인 디자인이다. 한 이름, 두 얼굴인 셈이다.
햇볕이 좋은 어느날, C 220 CDI 엘레강스를 만났다. 디젤 엔진이다. 괜히 우쭐해진다. 차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그리 권할만한 일이 아니다. 하지만 차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요즘 세상이다.
벤츠 탄다는 말은 성공했다는 말과 같다. 벤츠는 괜히 타는 사람을 우쭐하게 하는 힘이 있다. 보닛에 매달린 삼각별 앰블럼은 최고의 차임을 말하는 보증수표다. 엘레강스에는 보닛에 삼각별이 달렸고, 아방가르드에는 라디에이터 그릴에 큼직하게 앰블렘이 자리했다.

C 클래스는 컴팩트 세단이지만 작지 않다. 예전 C클래스보다 커진 건 제원표를 보고 확인할 수 있다. 60mm 길어졌다. 너비도 높이도 예전보다 길어졌다. 차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단번에 시동을 걸고 도로 위로 나섰다. 디젤 엔진의 걸쭉한 느낌이 귀를 통해 전해진다. 디젤 특유의 소리다. 역시 엔진 소리에 관대함이 보인다. 영어로 말하자면 노이즈가 아니라 사운드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충실히 드러내는 솔직함이다. OBD II 기준을 만족시키는 엔진이다.

소리는 디젤임을 솔직하고 드러내지만 가속력은 휘발유 엔진 못지 않은 파워를 보인다.
2,000rpm에서 터지는 40.8kg.m의 최대토크는 특히 중저속에서 탁월한 가속력을 보였다. 밟으면 최고속도에 이르기까지 지치지 않고 속도를 올려간다. 킥다운을 하면 60km/h, 100km/h, 140km/h에서 각각 변속이 느껴진다. 변속감은 부드럽지만 rpm의 흔들림으로 변속시점을 알 수 있다.

C230에는 벤츠의 자랑인 7단 자동변속기가 올라가지만 C220 CDI에는 5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변속 시점은 부드럽지만 힘의 차이는 확실하게 전해진다. 제로백이 8.4초다. 국내 시판중인 C클래스 중에서 가장 빠르다. C230도 8.6초다. 최고출력은 170마력으로 C클래스에서 가장 약하지만 최대토크가 월등히 세기 때문이다. 중저속에서 밀어붙이는 파워가 인상적이다.

고속에서의 안정감도 인상적이었다. 시속 160km 이상에서 200km 사이에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C클래스는 그럴만한 체격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먼저 후륜구동. 엔진을 정중앙에 세로로 배치하고 뒷바퀴굴림을 적용해 차의 무게가 앞뒤로 고르게 배분돼 빠르게 달릴 때 안정감이 크다. 보닛을 열어보면 엔진이 상당히 뒤로 배치됐음을 알 수 있다. 엔진의 상당부분이 차축보다도 뒤로 자리하고 있다. 프런트 미드십에 가까운 구조다. 역시 안정감을 높이는 데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질리티 컨트롤도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일종의 인공지능 서스펜션이다. 주행 상황에 맞게 쇽업소버의 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브레이크도 칭찬받을만했다. 확실하게 정지하면서도 부드러움을 잃지 않는다. 조금 거칠게 패달을 밟아도 차체는 부드럽게 반응한다. 시승하는 도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타이어는 16인치다. 17인치여도 좋겠지만 16인치도 나쁜 조합은 아니다. 비대칭 타이어를 장착해 파워와 효율, 성능과 승차감 등을 두루 고려했다. 스페어타이어는 템퍼러리 타이어다. 인테리어는 컴팩트카지만 럭셔리 브랜드답게 야무지게 마무리했다. 검정색과 회색 투톤으로 만든 실내는 차분했다. 뒷좌석은 접어서 화물 적재용으로도 쓸 수 있다. 대게 디젤엔진차가 가솔린 엔진차보다 조금 더 비싸다고 알고 있지만 C클래스에겐 해당사항 없는 말이다. 4,890만원으로 C200K 엘레강스 보다 비싸지만 C200K 아방가르드나 C230보다 싸다.
오종훈의 單刀直入
오천만원 가까운 가격을 주고 차를 사는데 내비게이션 조차 달아주지 않는 건 좀 그렇다. 기본 장비로 인정되는 내비게이션인데 그게 없는 차들은 뭔가 허전하다. 조립상태, 마무리가 야무지고 꼼꼼하지만 시선이 미치지 않는 트렁크 윗 공간에 흡음재 등을 쓰지 않고 철판이 그대로 노출돼 있는 건 ‘럭셔리’ 브랜드이자 최고의 브랜드로 인정받는 벤츠답지 않다.디젤 엔진은 조금만 더 조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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