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렉서스의 플러그십카로 LS460 대신 LS600hL을 올렸다. 하이브리드카를 대표 얼굴로 내세운 것이다. 휘발유 엔진 플러스 전기모터. 두 가지로 달리는 차다. 친환경 이미지를 확실하게 굳히겠다는 의지다.

한국에서는 렉서스 이외에 혼다가 하이브리드 모델을 판다. 아직 한국차 중에서는 변변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없는 것으로만 봐도 하이브리드 기술은 첨단이다. 이미 대중화의 길로 접어드는.

LS 600hL이 블루 컨셉트를 적용한 것은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의도다. 신차 발표회때의 무대 장식이 온통 파란색이었다. 렉서스 앰블럼의 바탕도 파란색이고, 차체 옆면에 쓰여진 하이브리드 라는 표기도 파란색 바탕이다. 파란 바다를 생각나게 하는 색이다. 보는 것 만으로도 시원하다. 뭔가 있어 보이는 파란색.

이 차는 럭셔리 세단이다. 그래서 크다. 차 길이가 무려 5.15m에 달한다. 휠베이스만 3m가 넘는다. 회전반경은 6m다. 날렵하게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길 기대하면 안된다. 넉넉한 주차장은 필수다.
이런 차의 전용 주차장이 빡빡한 곳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모피 코트를 입고 지하철을 타는 아줌마와 다르지 않을 터.

몸무게는 2,365kg에 달한다. 운전자가 타기 전의 공차중량이 그렇다. 어마어마한 몸무게다. 럭셔리 세단에 어울리는 최고급 옵션들을 줄줄이 장착한 결과다.
제원표를 보자. 5리터 V8 엔진은 최고 394마력의 힘을 낸다. 여기에 224마력 짜리 모터가 더해진다. 엔진과 모터가 합해서 내는 시스템 출력은 445마력이다. 참고로 LS 460은 4608cc 380마력이다. 1마력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는 5.3kg. 스포츠카 수준이다. 밟으면 튀어나가는 정도의 체력은 가졌다고 봐야 한다.

장담컨대 처음 이 차를 타는 사람이라면 시동을 두 번 걸게 된다. 스마트 키를 몸에 지니고 버튼을 누르면 시동이 걸린다. 시동은 걸리는 데 소리가 안들린다. 다시 버튼을 누르게 되는 이유다. 다시 버튼을 누르기 전에 가속 페달을 꾹 밟아 공회전을 시켜보면 시동이 걸렸음을 알게 된다.

조용함은 렉서스의 가장 큰 특징이다. 렉서스 중의 렉서스라 할 수 있는 LS라면 조용함은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 600hL도 어김없다. 바깥 세상과 단절을 느낄 정도다. 비행기를 탄 듯한 멍한 느낌, 구름 위를 떠서 달리는 기분이 든다.

재미있는 건 힘의 흐름이 눈으로 보인다는 것. 계기판에, 엔진에서 배터리로, 타이어로, 타이어에서 배터리로, 배터리에서 타이어로 동력의 흐름이 표시된다. 가속페달을 밟고 힘있게 달리면 엔진과 배터리에서 타이어로 힘이 몰리고,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힘이 배터리로 흐른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타이어의 제동력이 전기에너지로 변환돼 배터리로 충전된다. 하이브리드 카의 묘미다.

이 차는 4인승이다. 뒷좌석에 편의장치들이 집중 배치된 쇼퍼 드리븐 카다. 오너가 타는 자리인 뒷좌석 우측 시트에는 안마기능까지 있다. 뒷좌석용 모니터를 통해 비디오 DVD를 즐길 수 있다.
쇼퍼드리븐 카의 대명사 롤스로이스와 닮았다. 약간 높은 듯한 시트 포인트가 그렇고, 예민하지 않은 스티어링 성능이 그렇다.
사실 이 차의 스티어링 성능스포츠카의 날카로운 핸들링을 좋아하는 이들은 실망한다. 만만치 않은 성능을 가졌지만 이 차는 기본적으로 부드럽게 달리는 게 어울린다.
뒷 좌석에 오너를 태우고, 칼질하며 쏘다가는 바로 다음날 잘릴지 모른다. 편안하게, 부드럽게, 행여 잠이라도 잔다면 깨지 않게 운전해야 하는 차다.
그렇다면 스티어링 성능은 날카로운 것 보다 조금 무딘편이 맞다. 천천히 여유있게 운전해야 하는 차다.

풀타임 사륜구동임에도 반응이 살짝 느린듯한 스티어링 성능 때문에 이 차의 주행성능은 참 독특한 인상을 준다.
밟으면 시속 230km에서도 탄력을 더할 정도로 힘에 여유가 있고 안정적으로 달리지만 방향을 돌릴 때에는, 약간의 부담이 생긴다. 근본적으로 뒷좌석 오너 중심의 차여서 드라이버의 만족감은 조금 부족하다.
시속 160km를 넘기면 그때서야 바람 소리를 의식하게 된다. 시속 200km를 넘겨도 바람소리는 생각만큼 크지않다. 운전자가 느끼는 불안감도 크지 않다.

버튼을 누르면 전기만으로 움직일 수 있다. 물론 배터리에 충분한 전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전기로만 움직일 때 엔진 소리가 사라진 차는 매우 조용해진다. 보행자들이 근처에 차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007이 적진에 차를 타고 잠입하는 장면을 찍는다면 바로 이 차가 그 장면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해 봤다. 너무 조용하게 움직인다는 말이다.

내비게이션은 정확하고 인식하기 편하다. 과속단속 카메라가 있는 곳을 알려주는 멘트는 나오지 않는다. 내비게이션의 효용이 반감되는 대목이다. 여전히 렉서스의 내비게이션에서는 독도를 찾을 수 없었다. <b

이 차를 사려면 1억9,700만원을 줘야 한다. 부가세를 포함한 차값이다. 비싸다고 고개를 도리질 치는 사람은 이 차의 고객이 아니다. 첨단 기술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가진, 경제적 여유를 가진 소수의 사람들이 이 차의 고객이 될 것이다. 저공해자동차로 인정받아 통행료, 주차료 등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2억원짜리 차에 그런 혜택이 얼마나 유용할 것이며, 그런 고가의 차에 그런 혜택을 줄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오종훈의 單刀直入
크다. 럭셔리한데다 스포츠카만큼 빠르게 달린다. 하지만 달리는 즐거움보다는 편안한 승차감이 이 차에서는 더 큰 미덕이다. 이차로 때려 밟고, 칼질하는 운전을 하다가는 멀미나기 십상이다. 2억 주고 살 수 있는 다른 좋은 차들이 많다. 많이 팔기보다 렉서스의 이미지를 이끄는 상징적 의미가 훨씬 큰 차로 봐야 하겠다. 비싸다는 말이다. 이렇게 큰 차가 트렁크는 골프백 두개 넣기가 힘들어 보일 정도로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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