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HM의 이름을 모하비로 결정했다. 미국에 있는 사막 이름을 새차 이름으로 차용해왔다. 왜 모하비일까. 차 이름에서 기아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꼭 기아만의 고민은 아니다. 자동차 메이커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바로 ‘이름 짓기’다. “쓸만한 이름은 모조리 누군가가 선점했다고 보면 된다. 좋은 이름을 지어도 이를 정식 상품명으로 쓸 수 없다. 누군가 먼저 등록해 놓았기 때문이다.” 한 자동차 메이커 관계자의 말이다. 심지어 아무 의미없는 말을 조합해 만든 조어조차 등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그는 전했다. 의미 있는 이름을 짓는 것은 둘째 문제고 상품명으로 등록 가능한 이름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자동차 관련 상표 출원건수가 지난해인 2006년 4월 기준으로 1만1,000건을 넘는다. 자동차 이름으로 쓸만한 이름들이 이만큼 미리 등록돼 있으니 이를 피해 새로 이름을 짓기란 “이제 불가능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바로 지명이다. 땅, 혹은 도시 이름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기 때문에 같은 업종만 아니면 상표등록이 가능하다. 기아는 여기에 착안해 새 차의 이름을 ‘모하비’라는 지명으로 결정한 것이다. 널리 알려진 바 대로 모하비는 미국 중부의 사막 이름. 수명이 다한 비행기들을 모아놓은 곳이어서 비행기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지명을 차 이름에 가져다 쓴 것은 국내에선 현대가 먼저다. 싼타페, 투싼 모두 미국 남부의 도시 이름이다. 이름 짓기의 어려움을 함께 겪고 있는 현대가 지명쓰기의 묘책을 찾아 냈고 기아가 이를 따라 한 것. 90년대를 풍미했던 대우 ‘르망’, 그보다 훨씬 전인 현대의 그라나다 등도 지명에 유래한 차 이름이다. 차 이름과 관련해 주목할만한 또 하나의 변화는 i30에서도 나타난다. 알파벳과 숫자의 조합으로 차 이름을 짓는 것. BMW와 벤츠, 아우디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런 방법을 쓰면 굳이 차 이름을 짓기 위해 머리를 짜내는 수고를 덜 수 있다. 하지만 때로 부딪히는 경우도 생긴다. 인피니티와 아우디에는 모두 Q시리즈가 있다. 인피니티의 Q는 최고급 세단이고 아우디의 Q는 럭셔리 SUV여서 그나마 같은 차종이 아니긴 하지만 두 회사 모두에 껄끄러운 경우다. BMW의 3, 5, 7 시리즈 작명법은 르노삼성이 그대로 응용하고 있는 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이미지를 차용하려는 의도가 읽혀지는 이름이다. 앞으로 지명을 이용해 차의 이름을 짓는 경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숫자와 알파벳 조합으로 이름을 짓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은 이름을 짓기가 “불가능”에 가까울만큼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오종훈 yes@autodiary.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