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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도 다이어트 해야 생존한다.

“몸무게 얼마나 나가세요?”

요즘 이런 질문 했다가는 뺨 맞기 딱 좋다. 여성에게는 몇 살이냐고 묻는 것보다 더 큰 실례다. 요즘엔 남자들도 몸무게에 민감하다. 여자들보다 더 몸매에 관심을 갖는 남자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시대다.

몸무게에 목숨을 걸고 덤벼야 하는 것은 사람보다 자동차다. 사람은 뚱뚱해도 살아갈 수 있지만 자동차는 무겁고 연비가 나쁘면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말그대로 목숨이 걸린 일이다. 자동차의 세계에서 뚱보는 용서받을 수 없는 ‘악’이고 가벼움은 그 자체로 ‘선’이다. 뚱뚱하면 체력도 약하고 많이 먹게 마련이다. 즉 성능은 떨어지는데 연비는 나쁘다는 것이다. 가벼우면 고성능에 우수한 연비가 가능하다.

차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성능 그 자체를 키우는 방법, 그리고 무게를 줄이는 방법이다. 차를 빨리 달리게 하려면 엔진의 힘을 키우면 된다. 엔진의 힘이 그대로라면 차 무게를 줄이면 된다. 여기 똑같이 100마력의 힘을 가진 차 두 대가 있다고 하자. 하나는 100kg이고 다른 한 대는 50kg이라면 50kg인 차가 훨씬 빠르다.

문제는 몸무게를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성능 자체를 키우는 것은 사실 어려울 게 없다. 엔진 힘이 부족하다면 배기량을 키우고 기통수를 늘리면 된다. 물론 거기에 따르는 문제들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다소 번거로울 뿐 기술적으로 어려울 게 하나 없다.

하지만 몸무게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무게를 줄인다고 타이어를 한 짝 떼어내거나, 엔진을 통째로 들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있는 것 그대로 다 있게 하고 무게는 줄여야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개발자들은 머리를 짜낸다. 어떻게 무게를 줄일 것인가. 이른바 ‘자동차 경량화’는 자동차를 새로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부문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나오는 게 신소재다. 말 그대로 새로운 소재다. 신소재에 대응하는 구소재는 쇠, 즉 무거움의 대명사 강철이다.신소재는 쇠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튼튼하지만 훨씬 가벼운 재료들이다. 알루미늄 합금, 탄소섬유, 플라스틱 등은 이제 자동차에서 널리 사용되는 재료들이다. 차체뿐 아니다. 부품의 상당부분도 신소재를 대거 적용하는 추세다. 엔진의 실린더 블록, 실린더 헤드 등에 알루미늄이 적용되는 경우도 많다. 세라믹도 각광받는 신소재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동차는 모두 철이 아닌 소재로 만들어질까? 그렇지는 않다. 왜냐하면 신소재를 적용하는 데 문제점들이 적지 않을 뿐 아니라 기존 철강업계에서도 가벼운 쇠를 만드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신소재를 양산차에 적용하는 데에는 여러 문제들이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알루미늄이나 세라믹, 탄소섬유 등이 기존 철강보다 가격이 비싸 좋은 줄 알면서도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경제성을 맞추지 못해 사장되는 기술은 엄청나게 많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차 가격이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로 비싸진다면 적용하기 힘들다.

기존 철강업계에서는 가벼운 쇠를 만들기 위해 경쟁 관계인 회사들끼리 컨소시엄을 만들어 연구개발에 나섰다. 철강 두께는 0.1mm 얇지만 강도는 두 배 정도 높은 강판을 개발하는 것이다. 얇지만 더 강하고 튼튼한 쇠를 만드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보통 1.3톤 정도하는 승용차의 무게를 900kg 정도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연비도 ℓ당 13㎞에서 34㎞로 크게 향상될 것으로 철강업계는 보고 있다. 리터당 34km라는 연비라면 3리터로 100km를 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이정도의 연비를 갖춘 차들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차 무게를 줄이는 데에는 신소재를 사용하는 방법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차를 설계할 때부터 최적의 구조를 만들어 불필요한 구조를 없애는 것도 경량화 효과가 있다. 부품을 통폐합하고 덩어리로 만드는 모듈도 무게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 계기판, 핸들, 에어백 등을 각각 따로 납품받아 이를 생산라인에서 일일이 조립하는 게 아니라 아예 이런 부품들이 덩어리째 조립돼 있는 ‘모듈’ 상태로 납품을 받는 것이다. 중복되는 부분들을 통폐합하고 구성을 단순화 시킬 수 있어 어느 정도 경량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차에 쓸데없는 물건을 싣고 다니지 않아도 차 무게를 낮춰 성능과 연비가 좋아지게 된다. 트렁크에 항상 싣고 다니는 스페어타이어는 어떨까. 일 년에 한 두 번 쓸까 말까한, 어쩌면 평생가야 쓸 일이 없을지도 모를 스페어타이어를 항상 차에 싣고 다니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 아닐까? 그렇다고 스페어타이어를 싣지 않고 다니다가 펑크라도 나면?

그래서 나온 방법이 가벼운 스페어타이어를 싣고 다니는 것이다. 스페어타이어를 작고 가벼운 타이어로 준비하면 연료도 절약되고 차도 가벼워진다. 이른바 템퍼러리 타이어다.

운전자도 다이어트를 할 필요가 있다. 3~4키로 정도만 줄여도 스페어타이어를 작은 것으로 교체하는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다. 그 효과응 딱 잘라서 말할 수는 없지만 연간 기름값을 4-5만원 정도는 아낄 수 있을 정도다. 한 10kg쯤 줄인다면 일년에 자기 차에 기름 한 번은 가득 넣을 만큼은 될 것이다. 오종훈 기자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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