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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의 한국 진출, 의미와 과제

일본차들이 본격적으로 현해탄을 건너 한국에 상륙한다는 의미에서 닛산의 한국진출은 주목할 만하다. 일본 대중 브랜드로 처음 한국에서 판매를 시작한 혼다는 이미 수입차 시장 선두를 넘볼만큼 파죽지세로 달리고 있다. 여기에 더해 렉서스와 인피니티 등 고급 브랜드에 한정됐던 토요타와 닛산이 이제 본격적인 대중 브랜드를 들여온다는 것. 닛산 브랜드의 한국진출이 결정된 이상 토요타 브랜드의 한국 진출도 시간문제다. 미쓰비시도 대우자동차판매와 손잡고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닛산 진출의 의미

일본 대중 브랜드들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은 예견된 일이기는 했지만 한국 시장에 던지는 충격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들은 내수 시장 점유율을 두고 서로 경쟁을 벌이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내 업체들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설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수입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문제가 아니라 국산차를 포함하는 전체 내수시장 점유율을 다투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일본 브랜드들이 경쟁력 있는 모델을 내세워 작심하고 내수시장을 파고들면 국산차보다 더 많이 팔리는 일본차가 나올 수 있다. 판매모델과 가격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수적으로 접근 해 시장에 안착한 뒤, 공격적 마케팅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택할지, 처음부터 ‘공격 앞으로’를 외치며 시장 공략에 나설지가 일본 브랜드의 한국진출을 보는 관전법 중 하나다.

일본 대중브랜드의 진출은 수입차 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를 뒤흔드는 큰 사건이다. 현대기아차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이미 모든 메이커들이 외국계 회사들이어서 ‘국산차’라는 의미가 사라진 마당에 일본차들의 추가 진출이 국산차에 위협이 될 것이란 말은 설득력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국내 시장이 빠르게 글로벌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산차와 수입차간 구별이 애매해지면서 “국산품을 사랑하자”는 국산차 프리미엄은 물론, “이왕이면 수입차”라는 수입차 프리미엄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신, “강한 자가 살아 남는다”는 법칙이 지배하는 정글로 점차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차든 한국차든 수입차든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제품만이 생존할 수 있다.

닛산의 본격적인 한국 진출로 르노와 닛산, 르노삼성간의 갈등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닛산과 르노삼성이 서로간의 판매간섭을 피한다고는 하지만 혈통이 같은 비슷한 모델들이 서로 판매 간섭을 일으키지 않고 공존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닛산의 한국진출로 르노삼성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 브랜드들의 숙제

혼다, 닛산, 토요타, 미쓰비시 등 한국에 진출하는 일본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전망이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일본차에 거는 기대가 큰 한편에는 일본차들이 극복해야할 과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첫째, 문화적 차이다. 일본은 우측 핸들, 한국은 좌측 핸들이다. 일본에선 경차 비중이 매우 크지만 한국 소비자들은 작은 차보다 큰 차를 좋아하는 특성을 보인다. 일본차의 본격적인 한국진출이 한국의 자동차 문화를 바꿀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자동차 문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시장에 뿌리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 한국의 자동차 문화에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필요에 따라서는 반보 앞서 시장을 이끄는 모습도 필요하다.

둘째, 일본 업체도 한국 시장에 맞는 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연간 몇 백대 파는 시장이 아니라, 최소 수천대, 수만대를 판다고 한다면 한국 시장에 대해 매우 신중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한다. 일본 내수용 모델에 핸들 위치만 바꿔서 한국에 내다파는 것이어선 안 된다. 한국 시장과 소비자의 행태를 주도 면밀하고 살피고 연구하면서 한국 시장에 맞는 모델로 다시 만들어 판매하는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셋째, 딜러와 정비 네트워크는 물론 소비자들이 불편을 최소화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투자를 아껴선 안 된다. 기존 수입차들과는 다른 차원의 마케팅을 펼쳐야 한다. 현대기아차 만큼은 아니지만 기존 수입차들과는 확실하게 차별화된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넷째, 정치적인 면과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한다. 한일간 미묘한 문제들이 수시로 불거지며 이때마다 드러나는 반일감정을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일본차 업체에 대한 적대감이 문제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한일간 예민한 문제들이 해결된 전망은 그리 높지 않은데 반해 더 많은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훨씬 더 많은 차들을 한국에서 팔 것이기 때문이다. 오종훈 기자 yes@autodiar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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